[한상춘의 국제경제읽기] '위기는 기회'…올해만큼 돈 벌기 쉬운 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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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재테크 환경 다사다난
모든 자산들 평균가격 올라
위기론자들 안전자산 권했지만
주식 등 위험자산 훨씬 고수익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모든 자산들 평균가격 올라
위기론자들 안전자산 권했지만
주식 등 위험자산 훨씬 고수익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매년 이맘때면 쓰는 말이긴 하지만 올해만큼 다사다난한 해도 없었던 것 같다.
미·중 간 무역마찰이 지속되는 가운데 시한을 넘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꼬이는 중동 정세, 중남미 좌파 물결, 한·일 경제보복 대결 등 이루 다 거론할 수 없을 정도다. 2015년 이후 다보스 포럼에서 단골 메뉴로 거론돼왔던 ‘디스토피아’가 딱 들어맞는 해다.
경기 흐름도 어두웠다. 국제통화기금(IMF)을 비롯한 모든 예측기관은 분기마다 세계 경제 성장률을 하향 조정하기 바빴다. ‘R(경기침체)의 공포’를 넘어 ‘D(디플레이션)의 공포’까지 제기됐다. 폴 크루그먼 미국 뉴욕시립대 교수는 ‘지금의 상황이 제2차 세계대전 직전과 비슷하다’고 경고했다. 유일하게 미국 경제성장률만 버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 경제는 더 어두웠다. ‘R’과 ‘D’ 공포를 넘어 ‘3M(성장률·금리·물가가 동시에 마이너스)의 공포’ ‘4V(빈손·빈 집·빈 상가·빈 산업단지)의 공포’까지 나왔다. 유명 유튜버와 미래 예측론자는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위기론(또는 망국론)’을 퍼뜨렸다. 독일 국채 파생상품(DLS·DLF) 파동, 라임자산운용 사태 등 금융시장도 혼탁했다.
경기만을 놓고 따진다면 돈 벌기 힘든 해였다. 국내 금융회사도 안전자산을 추천했다. 위기론자는 현금을 충분히 확보하고 금과 달러를 사둘 것을 권했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올해만큼 돈 벌기 좋은 때도 없었다. 지난 주말 기준으로 모든 재테크 원천수단별 올해 평균 가격 상승률이 15%에 달했기 때문이다.
투자자산 성향별로 위험자산, 안전자산 가릴 것 없이 모두 올랐다. 국내 금융회사 추천과 달리 위험자산의 상승 폭이 더 컸다. 위험자산의 대표 격인 미국 주식(S&P500지수)은 이달 들어서도 연일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올 들어 28.4% 급등했다. 원유가격 상승률 32.9%를 제외하고 가장 높다.
미국 외 모든 국가의 주가도 올랐다. 유럽 증시 상징인 독일 DAX지수는 25.7%나 급등했다. 지난 2분기 이후 성장률이 마이너스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경기침체 우려가 확산한 것과는 대조적인 증시 흐름이었다. 아시아 증시의 쌍두마차인 일본 닛케이지수와 중국 상하이지수는 각각 18.9%와 20.9% 올랐다. 비교적 큰 폭의 상승이다.
올해 격변을 치른 국가의 주가도 올랐다. 지난 3월 29일 시한을 넘겨 총리가 교체될 정도로 브렉시트 불안에 휩싸였던 영국의 FTSE지수는 12.7% 뛰었다. 중국 시진핑 정부의 갑작스러운 송환법 추진을 계기로 폭발했던 시위 사태가 9개월 이상 지속되고 있는 홍콩 항셍지수도 10.9% 올랐다.
종류별로 차이가 크지만 전체적으로 안전자산 상승률은 의외로 저조했다. 안전자산의 상징인 달러투자 수익률을 가늠해볼 수 있는 달러인덱스 상승률은 1.5%로 가장 낮았다. 국제 금값 상승률은 15.6%로 비교적 높으나 위험자산의 대표 격인 미국 주식 상승률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을 조금 웃도는 정도에 그쳤다.
한국의 경우를 보자. 코스피지수는 8% 올라 그 어느 국가보다 상승률이 낮았지만 원·달러 환율 상승률인 4%보다 두 배나 높았다. 시기별로 각종 위기론이 기승을 부린 지난 8월 이후만 놓고 보면 코스피지수는 15.5% 급등했고, 원·달러 환율은 5% 하락했다. 달러 투자자가 곤욕을 치르고 있다는 말에도 충분히 공감이 간다.
올해 재테크 성적을 정리하면 ‘안전자산’보다 ‘위험자산’, 위험자산에서는 ‘한국 주식’보다 ‘해외 주식’을 산 투자자가 수익률이 높았다. 특히 미국 주식을 산 투자자가 최고 수익률을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위기론자가 제시한 대처법대로 현금을 확보하고 달러를 사뒀다면 최악의 한 해였다.
유명 유튜버와 미래 예측학자가 쓴 자기계발서와 강연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위기 대처법 중 하나가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이다. 올해처럼 경제가 어렵고 기업과 국민이 힘들어할 때 오히려 위기론을 다독거리면서, 달러 대신 주식을 사두라고 권했다면 ‘위기는 기회’라는 말이 들어맞으며 더 유명해졌을 것이다.
1주일 남짓 있으면 또 다른 10년, 2020년대를 맞는다. 금융위기 이후 ‘추세 전환’에 있어 가장 예측력이 높은 것으로 판명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복합선행지수(CLI: composite leading indicator)로 보면 지난 10월을 계기로 21개월 만에 회복세로 돌아섰다. 한국의 CLI도 현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반등했다. 내년이 기대된다.
미·중 간 무역마찰이 지속되는 가운데 시한을 넘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꼬이는 중동 정세, 중남미 좌파 물결, 한·일 경제보복 대결 등 이루 다 거론할 수 없을 정도다. 2015년 이후 다보스 포럼에서 단골 메뉴로 거론돼왔던 ‘디스토피아’가 딱 들어맞는 해다.
경기 흐름도 어두웠다. 국제통화기금(IMF)을 비롯한 모든 예측기관은 분기마다 세계 경제 성장률을 하향 조정하기 바빴다. ‘R(경기침체)의 공포’를 넘어 ‘D(디플레이션)의 공포’까지 제기됐다. 폴 크루그먼 미국 뉴욕시립대 교수는 ‘지금의 상황이 제2차 세계대전 직전과 비슷하다’고 경고했다. 유일하게 미국 경제성장률만 버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 경제는 더 어두웠다. ‘R’과 ‘D’ 공포를 넘어 ‘3M(성장률·금리·물가가 동시에 마이너스)의 공포’ ‘4V(빈손·빈 집·빈 상가·빈 산업단지)의 공포’까지 나왔다. 유명 유튜버와 미래 예측론자는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위기론(또는 망국론)’을 퍼뜨렸다. 독일 국채 파생상품(DLS·DLF) 파동, 라임자산운용 사태 등 금융시장도 혼탁했다.
경기만을 놓고 따진다면 돈 벌기 힘든 해였다. 국내 금융회사도 안전자산을 추천했다. 위기론자는 현금을 충분히 확보하고 금과 달러를 사둘 것을 권했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올해만큼 돈 벌기 좋은 때도 없었다. 지난 주말 기준으로 모든 재테크 원천수단별 올해 평균 가격 상승률이 15%에 달했기 때문이다.
투자자산 성향별로 위험자산, 안전자산 가릴 것 없이 모두 올랐다. 국내 금융회사 추천과 달리 위험자산의 상승 폭이 더 컸다. 위험자산의 대표 격인 미국 주식(S&P500지수)은 이달 들어서도 연일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올 들어 28.4% 급등했다. 원유가격 상승률 32.9%를 제외하고 가장 높다.
미국 외 모든 국가의 주가도 올랐다. 유럽 증시 상징인 독일 DAX지수는 25.7%나 급등했다. 지난 2분기 이후 성장률이 마이너스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경기침체 우려가 확산한 것과는 대조적인 증시 흐름이었다. 아시아 증시의 쌍두마차인 일본 닛케이지수와 중국 상하이지수는 각각 18.9%와 20.9% 올랐다. 비교적 큰 폭의 상승이다.
올해 격변을 치른 국가의 주가도 올랐다. 지난 3월 29일 시한을 넘겨 총리가 교체될 정도로 브렉시트 불안에 휩싸였던 영국의 FTSE지수는 12.7% 뛰었다. 중국 시진핑 정부의 갑작스러운 송환법 추진을 계기로 폭발했던 시위 사태가 9개월 이상 지속되고 있는 홍콩 항셍지수도 10.9% 올랐다.
종류별로 차이가 크지만 전체적으로 안전자산 상승률은 의외로 저조했다. 안전자산의 상징인 달러투자 수익률을 가늠해볼 수 있는 달러인덱스 상승률은 1.5%로 가장 낮았다. 국제 금값 상승률은 15.6%로 비교적 높으나 위험자산의 대표 격인 미국 주식 상승률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을 조금 웃도는 정도에 그쳤다.
한국의 경우를 보자. 코스피지수는 8% 올라 그 어느 국가보다 상승률이 낮았지만 원·달러 환율 상승률인 4%보다 두 배나 높았다. 시기별로 각종 위기론이 기승을 부린 지난 8월 이후만 놓고 보면 코스피지수는 15.5% 급등했고, 원·달러 환율은 5% 하락했다. 달러 투자자가 곤욕을 치르고 있다는 말에도 충분히 공감이 간다.
올해 재테크 성적을 정리하면 ‘안전자산’보다 ‘위험자산’, 위험자산에서는 ‘한국 주식’보다 ‘해외 주식’을 산 투자자가 수익률이 높았다. 특히 미국 주식을 산 투자자가 최고 수익률을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위기론자가 제시한 대처법대로 현금을 확보하고 달러를 사뒀다면 최악의 한 해였다.
유명 유튜버와 미래 예측학자가 쓴 자기계발서와 강연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위기 대처법 중 하나가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이다. 올해처럼 경제가 어렵고 기업과 국민이 힘들어할 때 오히려 위기론을 다독거리면서, 달러 대신 주식을 사두라고 권했다면 ‘위기는 기회’라는 말이 들어맞으며 더 유명해졌을 것이다.
1주일 남짓 있으면 또 다른 10년, 2020년대를 맞는다. 금융위기 이후 ‘추세 전환’에 있어 가장 예측력이 높은 것으로 판명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복합선행지수(CLI: composite leading indicator)로 보면 지난 10월을 계기로 21개월 만에 회복세로 돌아섰다. 한국의 CLI도 현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반등했다. 내년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