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공장 팔아서라도 월급 올려라?…車공장 결국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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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르노삼성 노조, 23일 전면파업 돌입
▽ 노조, 공장 공시가 거론하며 파업 압박
▽ 한국GM, 창원 1교대 반대 '임시휴업'
▽ 노조, 공장 공시가 거론하며 파업 압박
▽ 한국GM, 창원 1교대 반대 '임시휴업'
국내 자동차 업체들이 노사 갈등에 공장을 멈췄다. 르노삼성은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노조가 전면파업에 나서 공장이 멈췄고 노조 반대에 근무제 변경 논의가 막힌 한국GM은 창원공장 임시휴업에 들어갔다.
23일 르노삼성자동차 노동조합이 전면 파업에 나섰다. 지난해 임금 및 단체협약을 지난 6월 타결하고 노사 상생협약을 체결한 지 6개월 만에 분규가 재발된 셈이다.
앞서 르노삼성 노사는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집중교섭을 벌였다. 노조는 △기본급 15만3335원(8.01%) 인상 △노조원 한정 매년 통상임금의 2% 추가 지급 △추가 인력 채용 △임금피크제 폐지 △일시금 및 격려금 400만원 등 26개 항목을 요구안으로 제시했다. 노조원의 임금을 10.1% 높이고 정년퇴직까지 고임금을 보장하라는 의미다.
◇ 르노삼성 노조 파업…"소를 키우든 농사를 짓든"
노조의 요구에 사측은 기본급 인상은 어려우며 △900만원 일시금 지급 △변동급의 고정급 전환을 통한 통상임금 인상 등을 협상안으로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기본급 인상 요구를 사측이 거부했다며 협상을 중단하고 파업에 돌입했다.
노조 교섭단은 성명서를 통해 "부산공장 공시가가 1조1641억원이다. 소를 키우든 농사를 짓든 경영진이 고민하라"고 주장했다. 하나 뿐인 자동차 생산공장을 팔아서라도 노조를 만족시킬 돈을 마련해오라는 의미다. 노조는 23일부터 전면 파업에 해당하는 주야간 8시간 파업을 진행한다. 파업은 올해 마지막 날인 31일까지 이어진다.
르노삼성이 노조의 요구에 응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신차 배정을 받지 못해 공장을 놀릴 처지인 탓이다. 올해 11월까지 르노삼성 부산공장에서 생산된 차량은 15만2000대 수준으로, 지난해 연간 생산량인 21만6000대에 크게 못미친다. 내년부터는 연 10만대 수준으로 쪼그라들 전망이다. 르노 본사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르노삼성 노조 파업이 반복되자 안정적인 생산이 어렵다는 판단에 '관리 사업장'으로 지정했다. 르노삼성을 만성 적자에서 구해준 연 10만대 규모 닛산 캐시카이 차량 위탁생산 계약을 종료했고 이 공백을 채울 신차 XM3 유럽 수출물량 배정도 1년 가까이 미루고 있다.
이제는 신차 배정이 이뤄지더라도 생산라인 구축과 직원 교육 등에 시간이 필요한 만큼 내년 하반기까진 공장을 놀릴 처지다. 그나마도 이번 파업 재발로 신차 배정이 사실상 물건너갔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한국GM은 창원공장은 연말까지 임시휴업에 들어갔다. 저조한 가동률 탓에 근무제 변경에 나섰지만, 노조 반대에 막히자 아예 공장 문을 닫은 것이다.
◇ 한국GM, 창원공장 1교대 반대에 '임시휴업'
한국GM 창원공장은 스파크·다마스·라보 등 '작은 차'를 생산하는 공장이다. 국내외 자동차 시장에서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인기가 높아진 탓에 창원공장 가동률은 계속해서 줄어들었다. 단편적으로 창원공장 생산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스파크는 2013년 6만500대까지 팔렸지만, 올해는 11월까지 판매량이 절반을 겨우 넘긴 3만1582대에 그쳤다. 11월까지 다마스와 라보 판매량도 6930대에 머물렀다.
창원공장의 연 생산능력은 25만대로, 스파크 등 경차 수출물량 9만7761대를 더해도 공장 가동률은 50% 수준에 그친다. 내년은 수출물량도 급감할 예정이다. 제너럴모터스(GM)가 오펠을 매각하고 유럽 시장에서 철수하면서 오펠에 '칼'이라는 차명으로 수출되전 스파크 물량이 끊기는 탓이다.
한국GM은 2023년 출시될 GM의 신형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을 배정받을 예정이다. 이 차량은 빨라도 2022년 말에나 생산이 시작될 전망이기에 당분간 창원공장은 물량 공백과 적자가 불가피하다. 이에 한국GM은 2교대로 운영되던 창원공장을 1교대로 전환할 방침이다. 법원이 불법이라고 본 인력 도급업체 7곳과의 계약도 올해로 종료하기로 했다. 이들이 하던 업무는 정규직 직원에게 '인소싱'할 예정이다.
한국GM 노조는 사측의 조치를 '강제적 1교대 시행'이라며 반대하고 나섰다. 노사 합의 과정이 없었다는 것 외에 뚜렷한 반대 이유는 내세우지 않다가 최근 도급업체 비정규직 고용 대책을 명분으로 삼았다. 업계 관계자는 "1교대로 전환하면 도급업체 인력이 하던 업무도 정규직이 해야 한다. 업무 증가를 우려해 반대하다가, 비정규직 해고를 명분으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노조는 내년 1월 임기가 시작되는 차기 집행부에서 이 문제를 협의한다는 방침이다.
노조가 반대에 나서자 한국GM은 근무제 변경을 미루고 창원공장 임시휴업에 들어갔다. 사실상 생산 물량이 없는 탓에 현재 가동체제를 유지하기 어려워 연말까지 공장을 쉬기로 한 것. 한국GM은 내년 노조와 근무제 변경을 다시 논의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완성차 업계 연간 생산량이 10년 만에 400만대 아래로 떨어질 전망인 가운데 르노삼성과 한국GM 모두 올해 내수 판매량이 각각 3.4%, 18.4% 줄었다. 시장은 어렵고 각 사 경쟁력은 더 떨어졌다는 의미"라며 "쌍용차 노조는 성과금을 스스로 반납하고 나섰다. 두 회사 노조도 현 상황을 냉정히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23일 르노삼성자동차 노동조합이 전면 파업에 나섰다. 지난해 임금 및 단체협약을 지난 6월 타결하고 노사 상생협약을 체결한 지 6개월 만에 분규가 재발된 셈이다.
앞서 르노삼성 노사는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집중교섭을 벌였다. 노조는 △기본급 15만3335원(8.01%) 인상 △노조원 한정 매년 통상임금의 2% 추가 지급 △추가 인력 채용 △임금피크제 폐지 △일시금 및 격려금 400만원 등 26개 항목을 요구안으로 제시했다. 노조원의 임금을 10.1% 높이고 정년퇴직까지 고임금을 보장하라는 의미다.
◇ 르노삼성 노조 파업…"소를 키우든 농사를 짓든"
노조의 요구에 사측은 기본급 인상은 어려우며 △900만원 일시금 지급 △변동급의 고정급 전환을 통한 통상임금 인상 등을 협상안으로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기본급 인상 요구를 사측이 거부했다며 협상을 중단하고 파업에 돌입했다.
노조 교섭단은 성명서를 통해 "부산공장 공시가가 1조1641억원이다. 소를 키우든 농사를 짓든 경영진이 고민하라"고 주장했다. 하나 뿐인 자동차 생산공장을 팔아서라도 노조를 만족시킬 돈을 마련해오라는 의미다. 노조는 23일부터 전면 파업에 해당하는 주야간 8시간 파업을 진행한다. 파업은 올해 마지막 날인 31일까지 이어진다.
르노삼성이 노조의 요구에 응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신차 배정을 받지 못해 공장을 놀릴 처지인 탓이다. 올해 11월까지 르노삼성 부산공장에서 생산된 차량은 15만2000대 수준으로, 지난해 연간 생산량인 21만6000대에 크게 못미친다. 내년부터는 연 10만대 수준으로 쪼그라들 전망이다. 르노 본사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르노삼성 노조 파업이 반복되자 안정적인 생산이 어렵다는 판단에 '관리 사업장'으로 지정했다. 르노삼성을 만성 적자에서 구해준 연 10만대 규모 닛산 캐시카이 차량 위탁생산 계약을 종료했고 이 공백을 채울 신차 XM3 유럽 수출물량 배정도 1년 가까이 미루고 있다.
이제는 신차 배정이 이뤄지더라도 생산라인 구축과 직원 교육 등에 시간이 필요한 만큼 내년 하반기까진 공장을 놀릴 처지다. 그나마도 이번 파업 재발로 신차 배정이 사실상 물건너갔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한국GM은 창원공장은 연말까지 임시휴업에 들어갔다. 저조한 가동률 탓에 근무제 변경에 나섰지만, 노조 반대에 막히자 아예 공장 문을 닫은 것이다.
◇ 한국GM, 창원공장 1교대 반대에 '임시휴업'
한국GM 창원공장은 스파크·다마스·라보 등 '작은 차'를 생산하는 공장이다. 국내외 자동차 시장에서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인기가 높아진 탓에 창원공장 가동률은 계속해서 줄어들었다. 단편적으로 창원공장 생산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스파크는 2013년 6만500대까지 팔렸지만, 올해는 11월까지 판매량이 절반을 겨우 넘긴 3만1582대에 그쳤다. 11월까지 다마스와 라보 판매량도 6930대에 머물렀다.
창원공장의 연 생산능력은 25만대로, 스파크 등 경차 수출물량 9만7761대를 더해도 공장 가동률은 50% 수준에 그친다. 내년은 수출물량도 급감할 예정이다. 제너럴모터스(GM)가 오펠을 매각하고 유럽 시장에서 철수하면서 오펠에 '칼'이라는 차명으로 수출되전 스파크 물량이 끊기는 탓이다.
한국GM은 2023년 출시될 GM의 신형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을 배정받을 예정이다. 이 차량은 빨라도 2022년 말에나 생산이 시작될 전망이기에 당분간 창원공장은 물량 공백과 적자가 불가피하다. 이에 한국GM은 2교대로 운영되던 창원공장을 1교대로 전환할 방침이다. 법원이 불법이라고 본 인력 도급업체 7곳과의 계약도 올해로 종료하기로 했다. 이들이 하던 업무는 정규직 직원에게 '인소싱'할 예정이다.
한국GM 노조는 사측의 조치를 '강제적 1교대 시행'이라며 반대하고 나섰다. 노사 합의 과정이 없었다는 것 외에 뚜렷한 반대 이유는 내세우지 않다가 최근 도급업체 비정규직 고용 대책을 명분으로 삼았다. 업계 관계자는 "1교대로 전환하면 도급업체 인력이 하던 업무도 정규직이 해야 한다. 업무 증가를 우려해 반대하다가, 비정규직 해고를 명분으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노조는 내년 1월 임기가 시작되는 차기 집행부에서 이 문제를 협의한다는 방침이다.
노조가 반대에 나서자 한국GM은 근무제 변경을 미루고 창원공장 임시휴업에 들어갔다. 사실상 생산 물량이 없는 탓에 현재 가동체제를 유지하기 어려워 연말까지 공장을 쉬기로 한 것. 한국GM은 내년 노조와 근무제 변경을 다시 논의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완성차 업계 연간 생산량이 10년 만에 400만대 아래로 떨어질 전망인 가운데 르노삼성과 한국GM 모두 올해 내수 판매량이 각각 3.4%, 18.4% 줄었다. 시장은 어렵고 각 사 경쟁력은 더 떨어졌다는 의미"라며 "쌍용차 노조는 성과금을 스스로 반납하고 나섰다. 두 회사 노조도 현 상황을 냉정히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