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아르헨 대사, 두 번째 절도 보도된 후 '건강' 이유로 사의
책 훔치다 걸린 76세 멕시코 외교관 사임…"뇌 질환 앓고 있어"
서점에서 책 한 권을 훔치려다 걸려 본국으로 소환된 아르헨티나 주재 멕시코 대사가 또 다른 절도 시도가 보도되자 건강 상태를 이유로 사임했다.

가족들은 76세 고령의 대사가 뇌종양 후유증으로 전두엽증후군을 앓고 있다고 말했다.

멕시코 외교부 대변인은 22일(현지시간) 트위터에 "건강상의 이유에 따른 리카르도 발레로 아르헨티나 주재 대사의 사의를 수락했다"며 발레로 대사의 조속한 회복을 기원했다.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외교장관도 트위터에 "리카르도 발레로는 훌륭한 사람"이라며 "신경 질환 치료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외교부의 발표는 발레로 대사가 책에 이어 옷을 훔치려다 적발됐다는 보도가 나온 직후에 나왔다.

지난 8월 아르헨티나 주재 대사로 부임한 발레로 대사는 지난달 부에노스아이레스 유명 서점에서 1만2천원가량의 카사노바 전기 한 권을 그대로 들고 나오려다 걸렸다.

이달 초 아르헨티나 언론이 공개한 서점 폐쇄회로(CC)TV 영상엔 대사가 책꽂이에서 책을 꺼내 들고 있던 신문 사이에 집어넣은 후, 서점에서 구입한 CD들과 함께 쇼핑백에 담아 나가려던 모습이 고스란히 잡혔다.

영상이 공개된 직후 멕시코 정부는 발레로 대사를 본국으로 소환하고 윤리위원회에 회부했다.

당시 귀환 명령을 받은 발레로 대사는 멕시코행 비행기에 오르기 직전인 지난 10일 부에노스아이레스 공항에서 또다시 물건을 훔치려 했다고 22일 아르헨티나 매체 TN이 보도했다.

공항 면세점에서 유명 브랜드의 옷을 돈을 내지 않은 채 가져가려다 걸려 면세점 측에서 경찰에 신고했다는 것이다.

이 보도 직후 발레로 대사 사임 사실을 밝힌 외교부는 곧이어 대사 가족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며 발레로 대사 주치의의 서한을 공개했다.

주치의는 발레로 대사가 지난 2012년 뇌종양(뇌수막종)에 따른 전두엽증후군으로 수술을 받고 이후 계속 추적 검사를 받아왔다며, 최근 대사의 행동으로 볼 때 전두엽증후군이 재발해 악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전두엽증후군은 전두엽의 장애로 발생하는 정신·신경 증후군으로, 성격 변화가 나타나고 반사회적 행동을 야기하기도 한다.

발레로 대사 주치의는 대사가 아르헨티나 부임 직전 멕시코에서도 자주 교통 위반을 하거나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당시엔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행동들도 전두엽증후군의 증상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