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이춘재 8차사건 "국과수 감정 조작"…'재심 개시'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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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인 단순 실수로 보기 어려워…당사자 조사는 병중이어서 불가"
'조작이냐 오류냐'…검찰 브리핑에 경찰 또 반박 입장 내
검찰이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에 대해 재심을 열어달라는 내용의 재심의견서를 23일 법원에 제출했다. 검찰은 재심 청구인인 윤모(52) 씨를 사건 당시 범인으로 지목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던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서가 허위로 작성됐다고 보고 이같이 조처했다.
수원지검 전담조사팀은 이날 이춘재 8차 사건 직접 조사 결과 브리핑을 열고 '재심 개시' 의견과 관련한 입장을 밝혔다.
검찰은 ▲ 재심청구인 윤모(52) 씨의 무죄를 인정할 새로운 증거의 발견(이춘재의 진범 인정 진술) ▲ 수사기관 종사자들의 직무상 범죄(불법감금·가혹행위) 확인 ▲ 윤 씨 판결에 증거가 된 국과수 감정서 허위 작성 확인 등을 사유로 들어 재심을 개시할 이유가 상당하다는 의견을 법원에 제출했다.
아울러 국가기록원 나라기록관에 보관된 8차 사건 현장의 체모 2점에 대한 감정을 위해 법원에 문서 제출 명령과 감정의뢰도 신청했다. 이번 사건의 핵심인 국과수 감정서 조작과 관련, 검찰은 8차 사건 당시 윤 씨 유죄 판결의 핵심 증거로 사용된 1989년 7월 24일 자 국과수 감정서상의 '현장 음모'에 대한 분석값은 실제 현장 음모에 대한 방사성동위원소 분석 결과가 아니라 'STANDARD'라는 표준 시료에 대한 분석 결과를 임의 기재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또 해당 국과수 감정서의 '재심 청구인의 음모'에 대한 분석값은 윤 씨에 대한 방사성동위원소 분석 결과가 아니라 다른 제3자의 분석 결과를 임의기재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부연했다.
검찰은 감정서의 분석값에 대해 국과수 감정인이 임의로 더하거나 빼는 방법으로 작성해 허위 결과를 만들어 낸 것으로, 이는 단순한 실수라고 보기 어렵다는 전문가 의견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는 당시 국과수 감정서에 '조작'이 아닌 '오류'가 있었을 뿐이라는 경찰의 재수사 내용과는 전혀 다른 내용이다.
경찰은 이날 검찰의 브리핑 이후 "'STANDARD'는 현장 음모이고, '샘플 12'(검찰이 제3자의 분석 결과라고 밝힌 값)는 윤 씨의 음모라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며 "'샘플 12'가 윤 씨가 아닌 다른 사람이라면 당시에 그 사람을 즉시 검거하거나 재감정하면 될 문제로, 아무 관련 없는 윤 씨 음모를 감정할 이유가 없다"고 검찰 논리를 반박했다.
앞서 검·경은 관련 조사 내용을 발표할 때마다 상대 기관의 발표를 부인하거나 반박하며 갈등을 빚어왔다.
이 때문에 양대 수사기관이 한 사건을 두고 '자존심 싸움'을 벌이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검찰은 국과수 감정서 조작과 관련, 범행 동기에 대해 밝힐 사건의 핵심 인물인 당시 국과수 감정인은 지병으로 치료받고 있어 조사가 사실상 불가능하고, 당시 경찰 수사 책임자인 수사과장은 오래전 해외로 이민 가 살고 있으며 조사에 불응하겠다는 뜻을 알려왔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와 더불어 이춘재의 구체적인 자백을 받았고, 당시 경찰 수사관들의 가혹행위 및 불법체포·구금이 일부 사실로 확인돼 재심을 개시하는 데에 무리가 없다고 봤다.
당시 담당 검사는 윤 씨에 대한 불법 구금을 알면서도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국과수 감정서 등 관련 기록을 면밀히 살펴보지 않은 과오가 있다고 검찰은 전했다.
검찰 관계자는 "국과수 감정서 허위 작성 경위, 윤 씨에 대한 가혹행위 경위 등 추가 진상규명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향후 재심 절차가 열리면 관련자를 증인 신청하는 등 가능한 모든 방안을 강구해 밝혀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윤 씨의 재심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다산은 "검찰이 윤 씨의 재심을 개시함이 상당하다는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한 만큼, 재판부는 조속히 재심 개시 결정을 내려달라"며 "변호인단은 이른 시일 내에 재심청구 이유 보충서를 제출하겠다"고 입장을 내놨다.
이춘재 8차 사건은 1988년 9월 16일 경기도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 박 모(당시 13세)의 집에서 박 양이 성폭행당하고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을 지칭한다.
당시 범인으로 검거된 윤 씨는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상소해 "경찰의 강압 수사로 허위 자백을 했다"며 혐의를 부인했으나, 2심과 3심은 이를 모두 기각했다.
20년을 복역하고 2009년 가석방된 윤 씨는 이춘재의 범행 자백 이후 박준영 변호사와 다산의 도움을 받아 지난달 13일 수원지법에 재심을 청구했다. 검찰은 법원이 재심 개시 여부에 대한 의견제시를 요청하자 특수부 전신인 형사6부(전준철 부장검사)를 전담조사팀으로 꾸려 8차 사건을 직접 조사해 왔다.
검찰의 재심 개시 의견서 제출은 당시 수사 당사자로서 과거에 오류를 범했다고 인정한 셈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법원이 실제로 재심 개시 결정을 내릴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재심 개시 여부 결정 시기에 대해 내년 2월 법원 정기 인사를 변수로 보고 있다.
담당 재판부인 수원지법 형사12부(김병찬 부장판사)는 정기 인사에서 재판장 포함 3명의 법관이 모두 인사이동을 할 예정이어서 이 시기를 전후해 재심 개시 여부가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수원지법 관계자는 "재심 개시 결정이 난다고 가정할 때, 현재의 재판부가 개시 결정만 내리고 후임 재판부에 재심 진행을 맡길지, 아니면 후임 재판부에 개시 결정을 비롯해 재심 진행까지 모두 맡길지는 지금으로선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조작이냐 오류냐'…검찰 브리핑에 경찰 또 반박 입장 내
검찰이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에 대해 재심을 열어달라는 내용의 재심의견서를 23일 법원에 제출했다. 검찰은 재심 청구인인 윤모(52) 씨를 사건 당시 범인으로 지목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던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서가 허위로 작성됐다고 보고 이같이 조처했다.
수원지검 전담조사팀은 이날 이춘재 8차 사건 직접 조사 결과 브리핑을 열고 '재심 개시' 의견과 관련한 입장을 밝혔다.
검찰은 ▲ 재심청구인 윤모(52) 씨의 무죄를 인정할 새로운 증거의 발견(이춘재의 진범 인정 진술) ▲ 수사기관 종사자들의 직무상 범죄(불법감금·가혹행위) 확인 ▲ 윤 씨 판결에 증거가 된 국과수 감정서 허위 작성 확인 등을 사유로 들어 재심을 개시할 이유가 상당하다는 의견을 법원에 제출했다.
아울러 국가기록원 나라기록관에 보관된 8차 사건 현장의 체모 2점에 대한 감정을 위해 법원에 문서 제출 명령과 감정의뢰도 신청했다. 이번 사건의 핵심인 국과수 감정서 조작과 관련, 검찰은 8차 사건 당시 윤 씨 유죄 판결의 핵심 증거로 사용된 1989년 7월 24일 자 국과수 감정서상의 '현장 음모'에 대한 분석값은 실제 현장 음모에 대한 방사성동위원소 분석 결과가 아니라 'STANDARD'라는 표준 시료에 대한 분석 결과를 임의 기재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또 해당 국과수 감정서의 '재심 청구인의 음모'에 대한 분석값은 윤 씨에 대한 방사성동위원소 분석 결과가 아니라 다른 제3자의 분석 결과를 임의기재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부연했다.
검찰은 감정서의 분석값에 대해 국과수 감정인이 임의로 더하거나 빼는 방법으로 작성해 허위 결과를 만들어 낸 것으로, 이는 단순한 실수라고 보기 어렵다는 전문가 의견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는 당시 국과수 감정서에 '조작'이 아닌 '오류'가 있었을 뿐이라는 경찰의 재수사 내용과는 전혀 다른 내용이다.
경찰은 이날 검찰의 브리핑 이후 "'STANDARD'는 현장 음모이고, '샘플 12'(검찰이 제3자의 분석 결과라고 밝힌 값)는 윤 씨의 음모라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며 "'샘플 12'가 윤 씨가 아닌 다른 사람이라면 당시에 그 사람을 즉시 검거하거나 재감정하면 될 문제로, 아무 관련 없는 윤 씨 음모를 감정할 이유가 없다"고 검찰 논리를 반박했다.
앞서 검·경은 관련 조사 내용을 발표할 때마다 상대 기관의 발표를 부인하거나 반박하며 갈등을 빚어왔다.
이 때문에 양대 수사기관이 한 사건을 두고 '자존심 싸움'을 벌이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검찰은 국과수 감정서 조작과 관련, 범행 동기에 대해 밝힐 사건의 핵심 인물인 당시 국과수 감정인은 지병으로 치료받고 있어 조사가 사실상 불가능하고, 당시 경찰 수사 책임자인 수사과장은 오래전 해외로 이민 가 살고 있으며 조사에 불응하겠다는 뜻을 알려왔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와 더불어 이춘재의 구체적인 자백을 받았고, 당시 경찰 수사관들의 가혹행위 및 불법체포·구금이 일부 사실로 확인돼 재심을 개시하는 데에 무리가 없다고 봤다.
당시 담당 검사는 윤 씨에 대한 불법 구금을 알면서도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국과수 감정서 등 관련 기록을 면밀히 살펴보지 않은 과오가 있다고 검찰은 전했다.
검찰 관계자는 "국과수 감정서 허위 작성 경위, 윤 씨에 대한 가혹행위 경위 등 추가 진상규명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향후 재심 절차가 열리면 관련자를 증인 신청하는 등 가능한 모든 방안을 강구해 밝혀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윤 씨의 재심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다산은 "검찰이 윤 씨의 재심을 개시함이 상당하다는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한 만큼, 재판부는 조속히 재심 개시 결정을 내려달라"며 "변호인단은 이른 시일 내에 재심청구 이유 보충서를 제출하겠다"고 입장을 내놨다.
이춘재 8차 사건은 1988년 9월 16일 경기도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 박 모(당시 13세)의 집에서 박 양이 성폭행당하고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을 지칭한다.
당시 범인으로 검거된 윤 씨는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상소해 "경찰의 강압 수사로 허위 자백을 했다"며 혐의를 부인했으나, 2심과 3심은 이를 모두 기각했다.
20년을 복역하고 2009년 가석방된 윤 씨는 이춘재의 범행 자백 이후 박준영 변호사와 다산의 도움을 받아 지난달 13일 수원지법에 재심을 청구했다. 검찰은 법원이 재심 개시 여부에 대한 의견제시를 요청하자 특수부 전신인 형사6부(전준철 부장검사)를 전담조사팀으로 꾸려 8차 사건을 직접 조사해 왔다.
검찰의 재심 개시 의견서 제출은 당시 수사 당사자로서 과거에 오류를 범했다고 인정한 셈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법원이 실제로 재심 개시 결정을 내릴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재심 개시 여부 결정 시기에 대해 내년 2월 법원 정기 인사를 변수로 보고 있다.
담당 재판부인 수원지법 형사12부(김병찬 부장판사)는 정기 인사에서 재판장 포함 3명의 법관이 모두 인사이동을 할 예정이어서 이 시기를 전후해 재심 개시 여부가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수원지법 관계자는 "재심 개시 결정이 난다고 가정할 때, 현재의 재판부가 개시 결정만 내리고 후임 재판부에 재심 진행을 맡길지, 아니면 후임 재판부에 개시 결정을 비롯해 재심 진행까지 모두 맡길지는 지금으로선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