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구속으로 '윗선' 수사길 열리나…법조계 "靑성명으로 법원에 가이드라인 제시"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감찰 무마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사진)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구속영장이 발부되는 대로 친문·청와대 고위인사 등 조 전 장관의 ‘윗선’을 향한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청와대는 이날 검찰을 비판하면서 “영장 청구가 정당하고 합리적인지는 법원이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법조계는 청와대가 법원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서 압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 실질심사는 26일 열린다.

26일 구속 여부 결정…檢 수사 향배는

서울동부지방검찰청 형사6부(부장검사 이정섭)는 “조 전 장관에 대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23일 밝혔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이 유 전 부시장의 비위를 확인할 수 있었음에도 사표를 내도록 하는 선에서 감찰을 마무리한 것을 직권남용으로 판단했다. 영장청구서엔 부정청탁금지법 위반 등 다른 혐의는 기재되지 않았다. 직권남용 혐의 하나만으로 영장 발부 사유인 ‘범죄혐의의 상당성’을 충분히 입증할 수 있다고 자신한 것이다.
조국 구속으로 '윗선' 수사길 열리나…법조계 "靑성명으로 법원에 가이드라인 제시"
대형로펌 한 변호사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해 직무유기 혐의로 유죄 판정을 내린 재판부는 지난해 민정수석의 업무 범위로 ‘고위공직자의 비위 등이 확인되면 감찰에 착수한 뒤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수사를 의뢰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며 “앞서 김기춘 전 비서실장, 조윤선 전 정무수석 등의 직권남용 사례를 고려해볼 때 충분히 구속 사유가 된다”고 말했다.

조 전 장관은 감찰 무마 의혹과 관련해서는 묵비권을 행사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박형철 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과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등이 조 전 장관 지시로 감찰을 중단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하자 태도를 바꿨다. 조 전 장관 측은 지난 17일 “당시 조치(감찰 중단)에 대한 정무적 최종 책임은 나에게 있다”고 밝혔다. 정무적 책임은 인정하면서도 법적 책임은 없다는 취지다.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26일 오전 10시30분부터 서울동부지방법원 권덕진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진행한다. 영장심사에서 검찰은 감찰이 비정상적으로 종료됐다는 의견을 강조할 전망이다.

자녀 입시비리 혐의도 조만간 기소할 듯

검찰은 조 전 장관의 신병을 확보한 뒤 친문·청와대 인사의 청탁 정황이 있었는지를 놓고 수사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유 전 부시장과 조 전 장관 사이에 직접적인 친분이 없는 만큼 다른 윗선의 개입으로 감찰 무마가 이뤄졌으리란 판단에서다. 검찰은 윤건영 국정기획상황실장, 천경득 총무비서관실 선임행정관 등 청와대 인사를 비롯해 김경수 경남지사 등도 이미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정경심 동양대 교수와의 공범 혐의에 대해선 조 전 장관을 조만간 불구속 기소할 전망이다. 당초 서울중앙지검은 자녀 입시비리 의혹과 관련해 허위공문서작성행사, 위계공무집행방해, 사모펀드 관련 뇌물수수 및 공직자윤리법 위반, 증거은닉 및 위조 방조 등의 혐의로 조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해왔다. 하지만 부인인 정 교수가 이미 기소된 상황에서 같은 혐의로 부부를 동시에 구속하는 데 부담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이 출국한 직후 검찰이 조 전 장관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하자 즉각 반발했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당시 상황에서 검찰 수사를 의뢰할지, 소속 기관에 통보해 인사조치를 할지는 민정수석실의 판단 권한”이라며 “조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정당하고 합리적인지는 법원이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법조계 관계자는 "청와대가 당시 행위를 '민정수석실의 판단권한이라 적법했다'고 법원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청와대가 그러한 권한을 갖고 있음에도 이를 남용했다는 것이 이번 혐의의 핵심”이라며 “청와대가 자체적으로 혐의가 없다는 결론을 내비치면서 ‘법원이 알아서 판단할 것’이라고 공식 입장을 낸 것 자체가 법원에 압박을 가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주현/안대규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