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댓글부대·정치공작·특활비 뇌물 등 망라해 결심
검찰 "이념 다르다고 반대세력 탄압…뒤늦게나마도 반성 없어"
9번 기소된 원세훈…검찰, 징역 15년·추징금 198억원 구형
재임 시절 벌인 각종 정치공작·자금유용 등 혐의로 검찰의 재수사를 받은 끝에 9차례에 걸쳐 기소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중형을 구형받았다.

검찰은 2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이순형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원 전 원장의 결심 공판에서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자격정지 10년과 198억3천여만원의 추징금도 부과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원 전 원장은 이념이 다르다고 반대세력을 탄압하고, 그 과정에서 고위 공직자에게 뇌물을 공여하거나 일부 사적으로 유용하는 등 사리사욕을 챙겼다"고 밝혔다.

이어 "국정원의 상명하복 질서를 이용해 다수의 부하를 범죄자로 만들었으나 뒤늦게나마 반성하는 모습도 찾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검찰은 함께 기소된 김재철 전 MBC 사장에 대해서는 징역 4년과 자격정지 3년을 구형했다.

박승춘 전 국가보훈처장은 징역 4년과 자격정지 4년을, 이채필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징역 3년과 추징금 1억5천여만원을 각각 구형받았다.

원 전 원장은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국정원 적폐청산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전면적인 재수사를 받았다.

2013년 이미 기소된 국정원 직원들의 '댓글 공작' 수준을 넘어 민간인까지 동원한 '댓글 부대'가 운영됐다는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검찰은 수사 결과 원 전 원장이 댓글 조작에 개입한 혐의만이 아니라, 유명인들을 뒷조사하도록 시키거나 개인적인 일에 자금을 유용한 혐의 등까지 확인했다.

2017년 12월 민간인 댓글 부대를 운영해 국정원 예산을 목적 외로 사용한 혐의로 기소된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 12월 31일에 어용노총 설립에 국정원 예산을 사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기까지 1년간 9차례 기소가 이뤄졌다.

두 혐의 외에도 고(故)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위 풍문을 확인하는 이른바 '데이비드슨 사업'에 예산을 사용한 혐의도 원 전 원장에게 적용됐다.

박원순 서울시장 등 당시 야권 정치인을 '제압'할 방안을 마련하도록 하거나, 배우 문성근씨나 권양숙 여사 등 민간영역의 인사들까지 무차별 사찰한 '포청천 공작'을 벌인 혐의도 있다.

연예인 중에서도 정권에 비판적인 성향을 보이던 이들의 명단을 '블랙리스트'로 만들어 MBC 방송에 출연하지 못하도록 하고, 일부 기자·PD들을 업무에서 배제해 방송 장악을 기도한 의혹도 있었다.

검찰은 이와 관련된 혐의를 원 전 원장의 공소장에 담아 재판에 넘겼다.

'국가발전미래협의회'(국발협)라는 외곽 단체를 만들어 진보 세력을 '종북'으로 몰아가는 정치 공작을 한 혐의와,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전달한 혐의로도 원 전 원장은 각각 기소됐다.

사저 리모델링 비용 등 개인적인 용도로 국정원 자금을 유용한 의혹도 원 전 원장에게 적용된 혐의 중 하나다.

9차례 기소된 원 전 원장은 2년간 서울중앙지법의 4개 재판부에서 나뉘어 재판을 받았다.

함께 재판받은 공범도 10명에 이른다.

원 전 원장은 앞서 수사·재판이 진행된 국정원 댓글 사건으로 지난해 4월 대법원에서 징역 4년을 확정받은 상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