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 예상 깨고…'사상 최대' 12兆 몰린 서울 오피스빌딩 [마켓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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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침체의 역설?
안전자산 선호·금리인하 기대
고가 오피스빌딩 속속 팔려
타임스퀘어 오피스·오렌지센터…
2000억 이상에 새주인 찾아
안전자산 선호·금리인하 기대
고가 오피스빌딩 속속 팔려
타임스퀘어 오피스·오렌지센터…
2000억 이상에 새주인 찾아
▶마켓인사이트 12월 23일 오후 3시11분
올해 서울 오피스빌딩 거래액이 작년 기록을 넘어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경기침체 여파로 올해 거래가 부진할 것이라던 당초 시장의 예상을 깬 것이다. 최근 몇 년 새 빌딩 가격이 급상승하면서 가격 고점 논란도 뜨겁다. 그럼에도 서울 주요 업무지구의 빌딩 매물은 나오기가 무섭게 소화되고 있다. 불황의 장기화 등으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강해졌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23일 부동산 컨설팅업체 에비슨영 코리아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20일까지 서울 오피스빌딩 거래액은 12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기록한 연간 역대 최대 거래액 12조원을 이미 넘어섰다. 유명한 에비슨영 리서치센터장은 “올 4분기 들어 도심 신축 빌딩은 물론 기업들이 내놓은 건물과 투자 기관의 펀드 만기로 나온 대형 매물들까지 잇따라 주인을 찾았다”고 말했다. 대형 빌딩 매물 잇따라 주인 찾아
NH아문디자산운용은 지난달 국민연금이 내놓은 순화동 오렌지센터(옛 ING생명 타워)를 2400억원가량에 인수하기로 했다. 코람코자산신탁은 지난 10월 영등포 타임스퀘어 오피스동을 2550억원에 매입했고, BNK자산운용은 여의도 삼성생명 빌딩을 사들였다.
토지 소유주와 건물소유주 간 분쟁의 불씨가 남아 매각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던 여의도 파크원 타워2 역시 이지스자산운용-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컨소시엄이 조건부 매입을 위해 협상 중이다.
글로벌 상업용 부동산 서비스업체인 CBRE 등 주요 관련 기관들은 올해 서울 오피스빌딩 거래액이 8조원을 밑돌 것으로 전망했었다. 경기 침체로 공실률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 데다 부동산 가격 고점 논란도 거셌기 때문이다.
경제성장률이 올초 전망치보다 더 떨어졌음에도 빌딩 시장이 호황을 구가하는 것은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심리가 강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공제회 관계자는 “글로벌 주요 도시의 부동산은 과거 위기가 왔을 때도 가격이 30% 이상 빠진 적이 없고, 회복도 빨랐다”고 설명했다. 경기 부양을 위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더 내릴 것이란 기대도 작용하고 있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유럽은 이미 금리가 마이너스인 데 비해 한국은 아직 금리 인하 여력이 있다”며 “금리 인하는 빌딩 가격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연기금 사각지대엔 외국계 자금
빌딩 시장 호황에는 외국계 자금도 힘을 보탰다. 외국계 투자자들은 준공 전 건물을 사거나 노후 건물을 리모델링한 뒤 비싸게 파는 등 이른바 ‘밸류애드’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상위기관의 감사를 받는 국내 연기금들이 대규모 위험 투자를 꺼리면서 생긴 틈새를 노린 전략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지난달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인 KKR의 출자를 받아 서울 충무로 남산스퀘어(옛 극동빌딩)를 5000여억원에 인수키로 하고 협상을 하고 있다. 건물이 낡아 임대료는 낮은 수준이지만 KKR은 전면 리모델링을 통해 가치를 끌어올릴 계획이다.
LB자산운용도 싱가포르투자청(GIC)과 손잡고 서울 성수동 아크로포레스트 오피스빌딩을 대림산업으로부터 6000억원에 매입하는 협상을 하고 있다. 갤러리아포레와 트리마제 등 고급 주택이 들어선 서울숲 인근 부지에 지어진 건물이다. 대규모 오피스 입지로는 검증되지 않은 곳이지만 발전 가능성을 보고 과감하게 투자에 나섰다는 평가다.
“빌딩 시장 호황 당분간 이어진다”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국내 빌딩 시장 거래가 활발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내 증시가 부진한 흐름을 거듭하는 데다 저금리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홍지은 세빌스코리아 상무는 “부동산펀드와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가 인기를 끌며 개인 자금까지 상업용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들어 유동성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700조원이 넘는 자산을 굴리는 국민연금은 대체투자 비중을 현재 12.7%에서 내년 말 13%까지 늘리기로 했다. 일부 공제회 등은 개발형 블라인드펀드(투자처를 특정하지 않은 펀드)에 출자하는 방식으로 소규모 밸류애드 투자에도 나서고 있다.
한 시행사 관계자는 “국내 기관들이 개인 자산가들이 내놓은 도심 중소 규모 빌딩 두세 동을 사모은 뒤 재건축을 추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했다. 직장 근로자의 퇴직연금 기금을 비롯해 주택도시기금과 고용보험기금 등 예금·채권에 대부분 자금을 묻어뒀던 연기금들도 부동산 투자를 확대할 채비를 하고 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올해 서울 오피스빌딩 거래액이 작년 기록을 넘어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경기침체 여파로 올해 거래가 부진할 것이라던 당초 시장의 예상을 깬 것이다. 최근 몇 년 새 빌딩 가격이 급상승하면서 가격 고점 논란도 뜨겁다. 그럼에도 서울 주요 업무지구의 빌딩 매물은 나오기가 무섭게 소화되고 있다. 불황의 장기화 등으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강해졌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23일 부동산 컨설팅업체 에비슨영 코리아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20일까지 서울 오피스빌딩 거래액은 12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기록한 연간 역대 최대 거래액 12조원을 이미 넘어섰다. 유명한 에비슨영 리서치센터장은 “올 4분기 들어 도심 신축 빌딩은 물론 기업들이 내놓은 건물과 투자 기관의 펀드 만기로 나온 대형 매물들까지 잇따라 주인을 찾았다”고 말했다. 대형 빌딩 매물 잇따라 주인 찾아
NH아문디자산운용은 지난달 국민연금이 내놓은 순화동 오렌지센터(옛 ING생명 타워)를 2400억원가량에 인수하기로 했다. 코람코자산신탁은 지난 10월 영등포 타임스퀘어 오피스동을 2550억원에 매입했고, BNK자산운용은 여의도 삼성생명 빌딩을 사들였다.
토지 소유주와 건물소유주 간 분쟁의 불씨가 남아 매각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던 여의도 파크원 타워2 역시 이지스자산운용-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컨소시엄이 조건부 매입을 위해 협상 중이다.
글로벌 상업용 부동산 서비스업체인 CBRE 등 주요 관련 기관들은 올해 서울 오피스빌딩 거래액이 8조원을 밑돌 것으로 전망했었다. 경기 침체로 공실률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 데다 부동산 가격 고점 논란도 거셌기 때문이다.
경제성장률이 올초 전망치보다 더 떨어졌음에도 빌딩 시장이 호황을 구가하는 것은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심리가 강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공제회 관계자는 “글로벌 주요 도시의 부동산은 과거 위기가 왔을 때도 가격이 30% 이상 빠진 적이 없고, 회복도 빨랐다”고 설명했다. 경기 부양을 위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더 내릴 것이란 기대도 작용하고 있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유럽은 이미 금리가 마이너스인 데 비해 한국은 아직 금리 인하 여력이 있다”며 “금리 인하는 빌딩 가격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연기금 사각지대엔 외국계 자금
빌딩 시장 호황에는 외국계 자금도 힘을 보탰다. 외국계 투자자들은 준공 전 건물을 사거나 노후 건물을 리모델링한 뒤 비싸게 파는 등 이른바 ‘밸류애드’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상위기관의 감사를 받는 국내 연기금들이 대규모 위험 투자를 꺼리면서 생긴 틈새를 노린 전략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지난달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인 KKR의 출자를 받아 서울 충무로 남산스퀘어(옛 극동빌딩)를 5000여억원에 인수키로 하고 협상을 하고 있다. 건물이 낡아 임대료는 낮은 수준이지만 KKR은 전면 리모델링을 통해 가치를 끌어올릴 계획이다.
LB자산운용도 싱가포르투자청(GIC)과 손잡고 서울 성수동 아크로포레스트 오피스빌딩을 대림산업으로부터 6000억원에 매입하는 협상을 하고 있다. 갤러리아포레와 트리마제 등 고급 주택이 들어선 서울숲 인근 부지에 지어진 건물이다. 대규모 오피스 입지로는 검증되지 않은 곳이지만 발전 가능성을 보고 과감하게 투자에 나섰다는 평가다.
“빌딩 시장 호황 당분간 이어진다”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국내 빌딩 시장 거래가 활발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내 증시가 부진한 흐름을 거듭하는 데다 저금리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홍지은 세빌스코리아 상무는 “부동산펀드와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가 인기를 끌며 개인 자금까지 상업용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들어 유동성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700조원이 넘는 자산을 굴리는 국민연금은 대체투자 비중을 현재 12.7%에서 내년 말 13%까지 늘리기로 했다. 일부 공제회 등은 개발형 블라인드펀드(투자처를 특정하지 않은 펀드)에 출자하는 방식으로 소규모 밸류애드 투자에도 나서고 있다.
한 시행사 관계자는 “국내 기관들이 개인 자산가들이 내놓은 도심 중소 규모 빌딩 두세 동을 사모은 뒤 재건축을 추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했다. 직장 근로자의 퇴직연금 기금을 비롯해 주택도시기금과 고용보험기금 등 예금·채권에 대부분 자금을 묻어뒀던 연기금들도 부동산 투자를 확대할 채비를 하고 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