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범여 군소 야당의 ‘4+1 협의체’가 23일 선거법 등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 수정에 합의하자 자유한국당은 “막장 야합”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한국당은 패스트트랙 4개 법안의 국회 본회의 상정 땐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여섯 번째로 연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선거법 날치기 저지 규탄 대회’에서 “‘좌파 독재’를 위한 두 개 악법을 반드시 막아내야 한다”며 “국민도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투쟁을 함께해 달라”고 말했다. 그는 앞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도 4+1 협의체를 향해 “온갖 명분도 다 내팽개치고 한 석이라도 더 건지겠다고 하는 탐욕밖에 남은 게 없다”며 “헌정 사상 가장 추한 막장 드라마”라고 비난했다.

심재철 한국당 원내대표도 규탄 대회에서 ‘지역구 253석+비례대표 47석, 연동형 비례대표 의석 30석’이라는 4+1 협의체의 선거제 개편 잠정 합의안에 대해 “선거법이 누더기를 넘어 걸레가 됐다”며 “한 번 쓰고 말자는 것이다. 민주당과 2·3·4중대 야당을 우리가 심판하자”고 주장했다.

한국당은 본회의가 열리면 가장 먼저 표결에 부쳐질 ‘임시국회 회기 결정의 건’부터 필리버스터를 하겠다는 계획이다. 국회사무처와 한국당은 회기 결정 건의 필리버스터 가능 여부를 놓고 논박을 벌여 왔다. 한국당 원내 지도부 관계자는 “공수처 법안에 대한 원점 재검토가 선행돼야 내년도 예산 부수 법안이나 민생 법안 처리가 가능하다”고 했다.

한국당은 이 같은 원내 전략과 별개로 선거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을 경우 위성 정당인 ‘비례 한국당’을 만들겠다는 뜻을 재차 밝혔다. 한국당은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군소정당 난립을 부추긴다’는 비난 여론을 의식해 비례 한국당 창당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나타냈다.

그러나 4+1 협의체의 합의안이 발표되면서 비례 한국당 카드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재원 한국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우리가 (여권에) 이만큼 경고해도 어쩔 수 없는 길을 간다면 결국 한국당은 비례대표 전담 정당을 만들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한국당이 위성 정당의 선거운동을 하면 위법이라는 지적에 대해 “비례 한국당은 선거운동을 할 필요도 없다”며 “당 지지자들이 비례대표 정당을 어디에 투표해야 하는지를 알려 주기만 하면 된다”고 반박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