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1위를 달성하겠다는 '반도체 비전 2030' 사업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는 삼성 파운드리 사업이 세계 1위 업체인 대만 TSMC와 격차가 더 벌어지면서다.
특히 기술유출을 우려한 애플·퀄컴·화웨이 등 '대형 고객사'들이 경쟁사인 삼성전자에 설계도를 맡기는 것을 꺼려하고 있어 삼성 내부에선 파운드리 사업부 '분사'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26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4분기 삼성전자의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을 전 분기(18.5%)보다 소폭 떨어진 17.8%로 내다봤다. 이는 삼성전자의 올해 분기별 점유율 가운데 최저치다. 삼성전자는 1분기 19.1%, 2분기 18.0%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파운드리 1위 업체인 대만 TSMC는 3분기 점유율 50.5%에서 4분기 52.7%로 더 올라갈 것으로 관측됐다. 예상치대로라면 삼성전자가 0.7%포인트 줄어드는 사이 TSMC는 2.2%P 올라 양사의 격차는 34.9%P까지 벌어진다.
최근 퀄컴은 대표적인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스(AP)인 '스냅드래곤 865'는 TSMC에, 보급형인 '스냅드래곤 765·765G' 모델은 삼성전자에 각각 생산을 위탁하기로 했다.
그동안 각 공정에서 TSMC보다 몇 달 빨리 고객사들에 파운드리 로드맵을 알렸던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자존심이 상하는 대목이다. 삼성전자는 7나노(1㎚=10억분의1m) 극자외선(EUV) 공정을 업계 최초로 도입하는 등 기술력에서는 TSMC와 격차가 거의 없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애플 역시 아이폰용 플래그십 AP인 'A13' 생산을 TSMC에만 맡긴다. TSMC는 애플 등 대형 고객사 물량 영향에 16나노·12나노·7나노 공정에서 여전히 높은 가동률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7나노 공정은 아이폰11 판매 호조로 매출이 크게 증가했다.
업계에선 글로벌 IT업체들의 이 같은 '몰아주기'가 삼성전자를 견제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TSMC와 달리 반도체 설계와 파운드리를 같이 하고 있다. 한 지붕 아래서 설계와 생산을 같이 하고 있는 셈이다.
AP를 생산할 때는 반도체 설계자산(IP)을 보유한 팹리스(반도체 공장 없이 설계만 하는 업체)와 파운드리 회사가 몇 달 이상 정보를 공유한다. 이 과정에서 설계자산 역시 파운드리 업체에 전달된다.
퀄컴으로서는 AP 브랜드 '엑시노스'를 보유한 삼성전자에 자신들의 설계자산이 공개되는 것을 꺼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애플도 스마트폰 경쟁사인 삼성전자가 '아이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A13'의 설계도를 훤히 들여다보는 것을 견제할 수밖에 없다.
화웨이 역시 5G(5세대 통신) 통신칩과 모바일 AP 등에서 삼성전자와 경쟁하고 있기 때문에 핵심 자산에 대한 파운드리를 모두 삼성전자 이외의 업체들로 돌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 같은 우려에 이미 2017년 시스템반도체 사업부에서 파운드리 조직을 떼어내 분리했지만 아예 삼성전자로부터 별도의 법인으로 독립시키는 특단의 조치가 나오지 않는 이상 이들 대형 고객사로부터 수주를 따내는 것은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우려 때문에 2017년 5월 SK하이닉스는 100% 자회사 형태로 파운드리 사업부를 분리 독립시킨 경우가 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