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제도상 국립오페라단 가수·무용수는 42세에 은퇴·연금수령 가능 "잘 나가는 축구선수에게 40대에도 축구 경기를 뛰라고 해보세요.모두가 비웃을 겁니다.마흔살이 넘으면 부상 위험이 커져요."
프랑스를 대표하는 파리국립오페라 발레단 무용수 알렉스 카르니아토(41)는 공연을 준비할 때 하루에 길게는 11시간씩 혹독한 신체훈련을 해야 하는 실정을 토로하며 이같이 자조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3일(현지시간) 전했다.
파리국립오페라 노동조합 대표인 카르니아토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추진하는 단일 연금제는 업무 특성상 일찍 은퇴할 수밖에 없는 직업 특수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프랑스 문화부가 운영하는 파리국립오페라 소속 가수와 무용수는 격렬한 육체노동을 한다는 이유 등으로 다른 직업군보다 이른 42세부터 은퇴가 가능하며, 이때부터 최소 1천67유로(약 138만원)씩 연금을 받을 수 있다.
현행 프랑스 연금제도대로라면 카르니아토는 내년부터 퇴직연금을 수령할 수 있지만, 마크롱 정부가 추진하는 연금제도 아래에서는 그런 복지를 누리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마크롱 정부는 현재 직종·직능별로 42개에 달하는 퇴직연금 체제를 포인트제 기반으로 단일·표준화하고, 법적 정년을 현행 62세에서 64세로 올리는 방향으로 제도 바꾸겠다고 발표했다.
프랑크 리스터 문화부 장관은 프랑스 BFM TV와 인터뷰에서 정부가 추진하는 연금제도는 "하나의 보편적인 제도"라며, 국립오페라단에도 동일한 연금제도가 적용된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리스터 장관은 육체적으로 고된 직업의 특수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하면서도, 어떤 식으로 고려하겠다는 것인지 자세한 설명은 내놓지 않았다.
카르니아토는 나이가 들어서도 계속 무대에 올라야 한다는 압박이 있다면 가수와 무용수들이 체력을 아끼기 위해 매 공연에서 최고의 실력을 선보이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며 현행 연금제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오페라를 중요한 문화예술 자원으로 인정하고 육성하는 프랑스 정부가 국립오페라단에 제공하는 복지는 다른 복지 국가들의 수준보다 훨씬 앞서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프랑스 정부는 매년 파리국립오페라단에 1억유로(약 1천290억원)를 지원하고 있으며, 이는 오페라단 운영 예산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프랑스의 독특한 오페라단 연금제도는 루이 14세가 1698년 오페라 감독 장 밥티스트 륄리가 세상을 떠났을 때 그의 아내와 자녀에게 연금을 지급하도록 명령한 데서 시작됐으며, 세월이 지나 오늘날의 형태로 자리 잡았다.
프랑스에서는 정부의 연금제도 개편안에 반대하는 총파업이 3주 가까이 이어지고 있으며, 이로 인해 전국 철도망과 파리 대중교통이 마비되는 등 후유증을 겪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