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1080석 규모의 서울 삼성동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반도체 장비업체 ASML코리아의 송년 파티가 열렸다. 회사는 유명 개그맨에게 사회를 맡기고 걸그룹을 부를 정도로 경비를 아끼지 않았다. 분위기는 시종일관 훈훈했다. 삼성전자 등에 대규모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를 공급하며 실적이 급성장했기 때문이다. ASML코리아 실적이 반영된 네덜란드 ASML 본사의 올 3분기 누적 매출은 77억8400만유로(약 10조300억원)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장비업체들은 송년회 등을 열며 2019년을 마무리하고 있다. ASML코리아 못지않게 연말 분위기가 훈훈한 곳이 세메스다. 세메스는 삼성전자가 지분 91.5%를 보유하고 있는 식각(반도체 셀에 구멍을 뚫거나 회로를 깎는 작업) 장비 전문 업체다. 최근 분위기가 달아오른 건 삼성전자의 중국 시안 2공장에 5세대 낸드플래시 공정용 장비를 공급하기로해서다. 세메스 관계자는 “삼성전자에 장비를 새로 납품한 덕분에 4분기 실적은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대다수 반도체 장비업체 상황은 좋지 않다. 세계 3위 반도체 장비업체 도쿄일렉트론은 한·일 무역 분쟁 등에 따른 반일(反日) 분위기의 영향을 받고 있다. 부품·소재 국산화 움직임 때문에 “한국에서 수주 물량이 감소할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