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주류가 2006년 선보인 ‘처음처럼’은 하이트진로의 ‘참이슬’이 주도하던 국내 소주시장을 흔들었다. 참이슬이란 강력한 경쟁 상대에 맞서기 위해 부드러움과 색다른 제품명을 내세운 마케팅을 펼쳤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2006년 출시 후 17일 만에 1000만 병이 팔리고 6개월 안에 1억 병이 판매됐다.

롯데주류는 소주 업계 최초로 원료의 80%가량을 차지하는 물을 알칼리 환원수로 바꿨다. 물 입자가 작아 목 넘김이 더 부드럽다는 것을 강조하며 차별화된 마케팅을 펼쳤다. 알코올 도수를 낮추는 트렌드도 이끌었다. 출시 당시 21도인 소주가 장악하던 시장에서 ‘20도 처음처럼’을 선보인 뒤 2007년 도수를 19.5도로 더 낮췄다. 2014년에 17.5도, 올해 16.9도까지 꾸준히 도수를 내려왔다.

처음처럼은 독특한 제품명으로 잘 알려져 있다. 보통 두 글자나 세 글자로 짓던 소주 브랜드와 달리 네 글자로 색다른 이미지를 선보였다. 알칼리 환원수가 들어가 숙취를 줄여 몸 상태를 ‘처음처럼’ 되돌린다는 뜻이다.

2030세대 소비자의 마음을 사기 위해 이색 마케팅도 꾸준히 펼쳐왔다. 소주업계에서 일반적으로 연예인만 모델로 쓰던 것을 벗어났다. 2015년 스티키몬스터랩이란 캐릭터 기업과 협업해 ‘처음처럼 스티키몬스터’란 제품을 선보였다. 2017년에는 웹툰작가 ‘그림왕 양치기’의 그림을 넣기도 했다. ‘우리 땐 이런 편한 회식 상상도 못했지, 나 때는 말이야’ 등의 직장 생활 에피소드를 다룬 그림이 들어갔다.

최근엔 제품명과 라벨 디자인을 활용한 마케팅 ‘마이라벨 캠페인’을 했다. 친구처럼, 우리처럼 등 소비자가 원하는 문구를 담은 특별한 라벨을 만들어줬다. 롯데주류 관계자는 “부드러움을 강조한 마케팅을 일관적으로 해왔다”며 “앞으로 소비자와 소통하는 마케팅을 지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