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 스트레스 경찰관들 '마음치유'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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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인 욕설 넘쳐나고 사건 현장은 참혹…
하루 새 경찰 2명 극단 선택
정신 치유센터는 인력 부족
"스트레스 전담부서 만들어야"
하루 새 경찰 2명 극단 선택
정신 치유센터는 인력 부족
"스트레스 전담부서 만들어야"
지난 19일 하루 새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찰관 두 명이 발견됐다. 경찰은 전날 서울 마포대교에서 투신한 경찰청 생활안전국 소속 20대 A경위의 시신을 이날 찾았다. 이춘재 연쇄살인사건 수사본부 소속이던 B경위도 경기 수원시 한 모텔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 10월 21일 ‘경찰의 날’에는 경찰청 소속 20대 C경위가 경찰청 옥상에서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기도 했다. 앞서 경찰에 “남자친구가 자살하려 한다, 평소 우울증이 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현직 경찰관의 극단적인 선택이 잇따르면서 직무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경찰관에게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직 경찰관 37% ‘외상 후 스트레스’
25일 경찰청에 따르면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스스로 세상을 등진 경찰관은 103명이다. 연평균 20.6명으로 같은 기간 순직한 경찰관(83명)보다 많다. 사망 전 스트레스 추정 요인은 직장 문제 29명, 정신건강 25명 등 경찰관으로 일하며 받는 직무 스트레스가 큰 것으로 추정됐다.
변사나 강력범죄 등 충격적인 사건 현장을 수시로 접하고 ‘악성 민원인’을 만나는 경찰은 다른 직군보다 직무 스트레스가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권은희 바른미래당 의원이 경찰청에서 받은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직 경찰관 2만1229명 중 37.6%(7973명)가 ‘사건 후유증으로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 중 13.9%인 1112명은 실제로 치료받은 경험이 있었다.
양소남 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의 ‘범죄피해자 전담 경찰관의 직무수행 경험에 관한 질적 연구’에 따르면 경찰관은 피해자의 고통에 공감해 좌절하고, 대인기피 증상과 수면장애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출소에서 근무하는 1년차 현직 순경 D씨는 “경찰관 선배들이 항상 ‘민원인을 상대할 때 감정을 넣지 말라’고 하지만, 현장에서 주취자나 어르신이 욕을 하고 폭력을 행사하면 마음이 상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마음동행센터’엔 상담사 한 명뿐
경찰청은 경찰들의 정신적 고통을 치유하기 위한 취지로 마음동행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2014년 전국 기준 4곳으로 시작해 올해 18곳으로 늘렸다. 센터를 이용하는 경찰관도 2014년 1279명에서 올해(11월 기준)는 5537명으로 급증했다.
하지만 각 센터에 배치된 전담 상담사는 한 명뿐이어서 수요에 비해 센터 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이용자 수가 가장 많은 경기남부센터(올해 885명)와 서울 경찰병원(641명)에만 보조 인력이 한 명씩 더 있을 뿐이다. 보조 인력까지 감안해도 한 명의 상담사가 올 한 해 동안 277명 이상을 담당한 셈이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심리 전문가인 프로파일러들이 경찰관 상담도 하는 외국과 달리 한국은 경찰관의 직무 스트레스를 조직 차원에서 해결하는 방안에 관한 논의 자체가 부족한 편”이라며 “직무 스트레스 대응을 총괄하는 전담 부서를 신설하는 등 다양한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
지난 10월 21일 ‘경찰의 날’에는 경찰청 소속 20대 C경위가 경찰청 옥상에서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기도 했다. 앞서 경찰에 “남자친구가 자살하려 한다, 평소 우울증이 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현직 경찰관의 극단적인 선택이 잇따르면서 직무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경찰관에게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직 경찰관 37% ‘외상 후 스트레스’
25일 경찰청에 따르면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스스로 세상을 등진 경찰관은 103명이다. 연평균 20.6명으로 같은 기간 순직한 경찰관(83명)보다 많다. 사망 전 스트레스 추정 요인은 직장 문제 29명, 정신건강 25명 등 경찰관으로 일하며 받는 직무 스트레스가 큰 것으로 추정됐다.
변사나 강력범죄 등 충격적인 사건 현장을 수시로 접하고 ‘악성 민원인’을 만나는 경찰은 다른 직군보다 직무 스트레스가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권은희 바른미래당 의원이 경찰청에서 받은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직 경찰관 2만1229명 중 37.6%(7973명)가 ‘사건 후유증으로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 중 13.9%인 1112명은 실제로 치료받은 경험이 있었다.
양소남 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의 ‘범죄피해자 전담 경찰관의 직무수행 경험에 관한 질적 연구’에 따르면 경찰관은 피해자의 고통에 공감해 좌절하고, 대인기피 증상과 수면장애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출소에서 근무하는 1년차 현직 순경 D씨는 “경찰관 선배들이 항상 ‘민원인을 상대할 때 감정을 넣지 말라’고 하지만, 현장에서 주취자나 어르신이 욕을 하고 폭력을 행사하면 마음이 상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마음동행센터’엔 상담사 한 명뿐
경찰청은 경찰들의 정신적 고통을 치유하기 위한 취지로 마음동행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2014년 전국 기준 4곳으로 시작해 올해 18곳으로 늘렸다. 센터를 이용하는 경찰관도 2014년 1279명에서 올해(11월 기준)는 5537명으로 급증했다.
하지만 각 센터에 배치된 전담 상담사는 한 명뿐이어서 수요에 비해 센터 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이용자 수가 가장 많은 경기남부센터(올해 885명)와 서울 경찰병원(641명)에만 보조 인력이 한 명씩 더 있을 뿐이다. 보조 인력까지 감안해도 한 명의 상담사가 올 한 해 동안 277명 이상을 담당한 셈이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심리 전문가인 프로파일러들이 경찰관 상담도 하는 외국과 달리 한국은 경찰관의 직무 스트레스를 조직 차원에서 해결하는 방안에 관한 논의 자체가 부족한 편”이라며 “직무 스트레스 대응을 총괄하는 전담 부서를 신설하는 등 다양한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