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여건이 개선됐다고 하지만 아직도 도심 곳곳에 쪽방촌이 있고 베란다에서 힘겹게 잠드는 어린이가 있습니다. 이들에게 더욱 큰 관심을 쏟아주십시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쪽방촌 등 비(非)주택 거주자 이주 지원을 위한 전수조사를 하면서 이례적으로 전국 지방자치단체장들에게 직접 서한문을 보내 협조를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 장관의 편지 "쪽방촌 주민들을 더 나은 곳으로"
25일 일부 지자체와 국토부에 따르면 김 장관은 이달 초 비주택 가구 주거지원 전수조사를 하면서 해당 지자체장들에게 서한문을 발송했다.

국토부는 내년 1월 17일까지 전수조사를 통해 쪽방촌과 고시원, 비닐하우스 등 비주택 거주자의 이주 의사를 확인하고 이들이 희망하는 지역의 공공임대로 옮기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비주택 거주자의 주거복지를 향상하기 위해 공공임대로 이주시키는 사업은 올해 국토부의 주거복지 정책에서 핵심으로 꼽힌다.

그러나 정부의 의지만으로 비주택 거주자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이들이 좋은 환경으로 옮길 수 있음에도 커뮤니티가 해체되는 것이 두려워 기존 거주지를 고수하는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이주를 성사하려면 지자체의 지속적인 설득과 인내가 필요하다.

부처 장관이 특정 정책 추진을 위해 지자체장들에게 직접 서한문까지 발송하는 것은 전례가 많지 않다.

김 장관은 서한에서 "주거여건이 많이 개선됐지만 조금만 눈을 돌리면 아직도 도심 곳곳에 쪽방촌이 있고, 베란다에서 힘겹게 잠을 청하는 어린이가 있다"며 "공공이 제공하는 더욱 나은 집으로 이주할 수 있음에도 정보를 알지 못해, 새로운 터전으로의 이동이 막연히 두려워 첫걸음을 떼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하니 이들에게 큰 관심을 쏟아달라"고 당부했다.

김 장관은 "이분들이 새로운 삶터로 이주하는 데 지방정부의 역할이 절실하다"며 "지방정부가 현장의 이주 수요를 적극 발굴하고 이주부터 정착까지 불편함이 없도록 살뜰히 챙겨주고, 현장 담당자들이 열정과 소명감을 갖고 업무에 임할 수 있도록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말아 달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그는 "비주택 거주자 공공임대 공급을 대폭 확대하고, 보증금·이사비, 생필품 지원 등 이주 전 과정뿐 아니라 취업지원과 돌봄서비스를 통해 정착과 자립을 돕겠다"고 설명했다.

주거복지 그물망을 촘촘하게 짜기 위해선 비주택 거주자의 주거 여건 개선이 필요하다.

특히 쪽방촌이나 고시원은 화재나 강력사건에도 취약해 이들 지역 거주자들이 잇따른 사고로 희생되는 사례가 끊이지 않았다.

역대 정권의 주거복지 사업은 주택 거주자를 주요 대상으로 해왔으나 국토부는 올해부터는 비주택 거주자의 주거 지원에 주력했다.

이 결과 그간 연평균 800~1천호에 머물던 비주택 거주자 주거상향 사업의 이주실적이 지난해에는 1천642호로 늘었고 올해는 11월 말 현재 2배 수준인 3천203호로 급증했다.
국토부 장관의 편지 "쪽방촌 주민들을 더 나은 곳으로"
최근 국토부가 인구 50만명 이상 기초자치단체장을 상대로 연 간담회에서도 시장들이 김 장관의 서한에 적극 호응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양시와 남양주시, 성남시 등지에서는 주거복지센터를 만드는 등 국토부의 주거지원 정책에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한 기초단체 관계자는 "쪽방촌이나 고시원 주민들은 단순히 주거비 때문이라기보다는 의지할 친구가 필요해서 머무는 경향이 강해서 설득이 쉽지는 않다"라며 "하지만 정부가 강하게 추진하는 정책이니 적극적으로 수요를 찾아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