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쥴 릴베이퍼 등 액상형 전자담배에 붙는 세금 인상을 유보하기로 했다. 유해성 논란이 일면서 보건복지부가 사용 중지를 권고하는 등 관련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25일 각 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는 이달 말까지로 정했던 ‘액상형 전자담배 세율조정 방안’ 연구용역 기한을 내년 5~6월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지난 10월 정부가 액상형 전자담배 판매 중지를 권고하고 유해성 검증을 시작하는 등 상황이 크게 변했다”며 “내년 상반기 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논의될 가능성이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연구용역 기간을 연장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5월 국내에 출시된 액상형 전자담배는 한 갑에 붙는 세금(1261원)이 일반 담배(2914원)의 절반 수준에 가까워 과세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정부는 9월 액상형 전자담배의 세율 조정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근거를 확보하기 위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조세재정연구원·한국지방세연구원에 연구용역도 공동 발주했다. 연말까지 결과보고서를 받은 뒤 그 내용을 토대로 액상형 전자담배 세율 인상 여부를 본격 검토한다는 게 정부 계획이었다.

하지만 10월 미국과 국내에서 액상형 전자담배를 피운 뒤 폐 질환에 걸린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가 보고되자 상황이 급변했다. 복지부는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을 중단하라고 권고했고, 편의점과 면세점이 제품 판매를 일시 중단하면서 판매량이 급감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액상형 전자담배의 인체 유해성 연구를 진행해 내년 상반기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액상형 전자담배의 안전과 관련된 법안이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인 점도 변수다. 정부는 현재 ‘연초의 잎을 원료로 한 제품’인 담배의 정의를 ‘연초의 줄기·뿌리 추출 니코틴 제품’으로 확대해 일회용 전자담배 등 신종 담배의 과세 근거를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서는 국회에 계류 중인 ‘담배 정의 확대 법안(담배사업법 일부개정안)’이 통과돼야 한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