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김재원 정책위의장이 25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원내대표-최고중진연석회의에 앞서 누군가와 통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자유한국당 김재원 정책위의장이 25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원내대표-최고중진연석회의에 앞서 누군가와 통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자유한국당이 위성정당용으로 만들겠다고 한 '비례한국당' 당명을 누군가 이미 선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재원 한국당 정책위의장은 25일 "비례한국당이라는 정당이 실제 창당 중에 있어서 관계자들과 접촉한 결과, 우리 당이 (비례한국당 측과) 함께 갈 수는 없다는 판단에 이르렀다"며 "우리의 친구 정당인 비례전담 정당을 새로 설립할 것을 알려드린다"고 했다.

한국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적용된 4+1 협의체의 선거법 개정안이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면 비례대표 전용 위성정당을 곧바로 창당하겠다고 예고했었다.

이에 대해 박완수 한국당 사무총장은 "비례정당은 7, 8개 당명을 준비하고 있고, 언제든지 등록할 수 있도록 실무 준비도 다 했다"고 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비례정당을 등록하는 시점이나, 한국당 소속 의원이 몇 명이나 파견될지에 대해서는 "정치 일정과 당 전략 등을 파악해 정하겠다"고 말했다. 또 박 사무총장은 당대표급 인사가 비례정당으로 옮겨갈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가능한 대안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선거법 개정안에 따르면 민주당이나 한국당처럼 지역구 당선자가 많은 정당들은 비례 의석을 획득하기 어렵다.

그런데 비례대표 국회의원만 따로 분리해서 뽑는 위성 비례정당이 생기면 비례 의석을 고스란히 차지하는 게 가능하다.

한국당이라는 '본체' 정당에 지역구 표를, 비례한국당이라는 '위성' 정당에 비례대표 표를 각각 따로 몰아달라며 호소하겠다는 복안이다.

비례용 위성정당이 만들어지면 연동형 비례제 효과가 사라지고 현재 선거제도인 병립형 비례제(지역구 의석을 구분해 뽑고 비례대표 의석을 정당 득표율에 따라 배분)를 적용했을 때와 동일한 결과를 얻게 된다.

연동형 비례제가 사실상 무력화되는 것이다. 4+1 협의체는 '페이퍼 정당을 만들겠다는 것이냐'며 반발하고 있지만 현실적인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최근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비례한국당'에 대응하는 '비례민주당'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정황이 포착됐다.

24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원욱 민주당 원내수석 부대표가 '비례민주당'이 거론된 문자 메시지를 읽고 있는 장면이 한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됐다.

뉴시스가 찍은 이 사진에는 '민주당이 비례당을 안 만들면 자유한국당이 (비례대표 의석의) 거의 반을 쓸어간다'고 돼 있다. 민주당도 '비례민주당'을 검토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 원내수석 부대표는 "네 고맙습니다 박사님"이라고 답했다. 외부 전문가의 의견을 청취한 것으로 보인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