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건비 부담에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 막다른 길에 선 심정으로 공장 해외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A자동차 부품사 대표)

기업인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경기가 꽁꽁 얼어붙은 가운데 각종 대내외 악재와 규제로 경영환경이 극도로 나빠진 영향이다.

25일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해외로 나간 투자금액(국내 기업의 해외 직접투자-외국 기업의 국내 직접투자)은 2196억달러(약 249조원)에 달한다. 지난해 국내 기업은 해외에 3540개 법인을 신설했다. 이에 비해 국내로 ‘유턴’한 기업은 10곳에 그쳤다.

한국 경제의 근간인 제조업은 더 심각한 수준이다. 해외 투자가 국내 투자보다 두 배 이상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2009년 51억8000만달러였던 제조업부문 해외 직접투자 규모는 지난해 163억6000만달러로 연평균 13.6%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제조업의 국내 설비 투자는 5.1% 증가(99조7000억원→156조6000억원)하는 데 그쳤다.

투자금과 함께 일자리도 해외로 대거 빠져나갔다. 대한상의 조사를 보면 2007년부터 2017년까지 10년간 해외로 나간 제조업 일자리는 92만1646개다. 이 기간 외국 기업이 한국에 만든 일자리는 6만5072개에 그쳤다. 10년간 일자리 85만6574개가 사라진 것이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주 52시간제 시행과 최저임금 및 법인세 인상 등으로 기업마다 비용이 크게 늘었다”며 “반면 주요 경쟁국은 법인세 인하, 규제 완화 등 기업 친화 정책을 펴고 있어 해외 투자에 매력을 더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기업들이 나라 밖으로 눈을 돌리는 게 인건비와 근로시간 단축 때문만은 아니다. 맹목적인 반기업 정서도 기업인의 사기를 꺾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점점 심해지는 기업인에 대한 반감으로 한국에서 사업할 의욕을 잃고 무기력증에 빠졌다”며 “동남아시아에만 가도 기업과 기업인을 존중해주는데, 우리나라만 거꾸로 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