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울타리 넘어 마을 전체가 아이 돌봄…지자체와 협약"
학생 중심 수업혁신, 청렴도 지속 개선 등 강조…"북구 학교 통폐합 조건 완화돼야"
[신년인터뷰] 노옥희 울산교육감 "마을교육공동체 확대·정착할 것"
노옥희 울산시교육감은 26일 "한 명의 아이를 온 마을이 함께 돌보도록 마을교육공동체 확대와 정착에 심혈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노 교육감은 이날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올 한해를 돌아보며 "다양한 장소에서 시민 목소리를 들으려 했고, 그 결과 울산 교육행정이 시민 신뢰를 회복했다고 본다"면서 "다만 현실적인 제약으로 울산에 부족한 교육인프라 구축에 속도를 내지 못한 점은 아쉽다"고 자평했다.

그는 "새해에는 기초단체들과 협약해 주민들이 교과 과정과 연계한 마을교육 과정에 참여하는 마을교육공동체 구축에 주력하려 한다"면서 "모든 중·고교 신입생에게 지원하는 교복비가 1인당 25만원으로 늘어나는 등 교육복지 분야에서도 성과가 뚜렷한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음은 노 교육감과의 일문일답.
-- 2020년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사업이나 정책은.
▲ 교육의 근본 목적을 다시 생각하는 것에서 출발하려 한다.

일방적인 배움과 가르침이 아니라, 학생을 중심에 두고 스스로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며 미래를 준비하는 교육으로 바꿔가겠다.

내년 울산교육의 핵심 키워드는 '학생'이다.

교원 역량 강화를 통해 학생 중심으로 수업을 혁신하고, 맞춤형 교육지원 강화를 통해 교육 격차를 해소하겠다.

참여와 협동을 통해 구성원들 스스로 결정하는 민주적인 학교 문화도 조성하겠다.

교원 전문성 향상을 위해 연수를 혁신하고, 개방과 협력을 통해 새로운 수업방향을 탐구하고 확산시키는 학습공동체 운영을 활성화할 것이다.

새해에는 64개 전체 중학교에서 자유학년제가 전면 시행된다.

미래 역량을 키우기 위한 메이커 교실 구축, 학생교육문화회관 개관 등과 함께 수학문화관 설립도 준비하고 있다.

듣기 말하기 중심 울산형 영어교육을 통해 글로벌 시대에 경쟁력을 갖춘 아이들로 키우겠다.

-- 올 한해 가장 큰 성과와 아쉬운 점을 하나씩 꼽는다면.
▲ 시민 신뢰를 회복한 것이 가장 큰 성과다.

신뢰의 바탕이 없는 행정은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모래성과 같다.

'열린 교육감실' 운영을 통해 한 달에 두 번씩 정기적으로 시민을 만나기도 했지만, 다양한 장소에서 시민 목소리를 듣기 위해 노력했다.

일방적이고 수직적인 행정이 아닌 교육공동체 목소리를 담은 행정을 위해 학부모, 학생, 교직원들의 원탁토론도 활성화했다.

교육청의 주요 사업들은 교육주체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과정을 반드시 거쳤다.

울산 교육인프라가 상당히 부족하지만, 인프라 구축에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 아쉽고 안타깝다.

내년에 학생교육문화회관이 개관하고, 미래교육을 준비하는 배움의 장으로 울산미래교육센터 개관을 2022년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놀이를 통해 수학과 친근해질 수 있는 수학문화관은 2021년 개관한다.

실외 자연놀이터인 꿈자람놀이터와 마을교육공동체 거점센터 등 울산만의 특화된 콘텐츠를 갖춘 창의형 체험 공간도 추진하고 있다.

이런 시설들이 우리 아이들이 즐겁게 뛰놀며 재능을 발견하고 미래를 열어가는 공간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신년인터뷰] 노옥희 울산교육감 "마을교육공동체 확대·정착할 것"
-- 임기 중반으로 접어드는데, 취임 당시와 비교해 무게를 싣고 싶은 정책이나 구상이 있다면.
▲ 취임 후에는 교육복지 확대와 청렴성 확보를 위해 전력을 기울였다.

짧은 시간이지만, 획기적인 성과가 있었다고 자평한다.

장기적으로는 학생 중심으로 수업을 혁신하는 것을 과제로 삼고 있고, 내년에 무게를 싣고 싶은 정책은 '마을교육공동체 확대와 정착'이다.

'한 명의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마을교육공동체는 학교뿐 아니라, 마을이 나서서 아이들을 돌보고 공동체가 교육을 책임지는 것이다.

마을이 교육을 위해 나서야 하는 이유는 지역 공동체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다.

인재가 지역을 떠난다고 탓만 할 것이 아니라, 지역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머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마을교육공동체의 목적이다.

올해 중구, 남구와 마을교육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혁신교육지구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교과 과정과 연계한 마을교육과정 운영과 주민들이 참여하는 마을 돌봄, 마을방과후 지원, 문화예술 지원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마을교육공동체를 구축할 것이다.

앞으로 지역 모든 기초단체와 협약을 맺고, 지역 실정에 맞는 모델을 발굴해 학교 교육을 확장해 나가겠다.

-- 2019년 교육복지 성과와 새해 이 분야 주요 사업을 소개한다면.
▲ 제가 교육감으로 부임한 후 학부모들이 가장 크게 체감하는 부분이 교육복지 확대인 듯하다.

울산은 학부모 부담 경비가 전국 최고 수준이었다.

그래서 교육복지 꼴찌 도시를 전국 최상위 교육복지 도시로 바꾸겠다고 약속했다.

전국에서 최단 시간에 무상급식을 정착시켰고, 올해는 저소득층과 다자녀에만 전액 지원하던 교복비를 모든 중·고교 신입생에게 1인당 12만5천원까지 지원했다.

수학여행비도 초등학생 10만원, 중학생 15만원 이내에서 지원했다.

초등 학습준비물비도 4만원으로 인상했고, 전국 최초로 4학년 치과주치의제를 시행했다.

울산시, 5개 구·군과 협약을 완료해 내년에는 중·고교 신입생 교복비를 최대 25만원까지 확대 지원한다.

아울러 무상급식에 머물지 않고, 초중고와 특수학교에 대한 친환경 급식을 지속해서 추진할 계획이다.

내년 고교 무상교육이 2·3학년까지 확대 시행되면서, 자녀 1인당 연간 160만원의 교육비 부담이 경감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학부모 부담을 직접적으로 줄이는 복지사업뿐 아니라, 교실 공간 혁신을 비롯해 노후 책걸상과 사물함 교체 등 학생들이 쾌적하게 공부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투자를 아끼지 않을 것이다.

[신년인터뷰] 노옥희 울산교육감 "마을교육공동체 확대·정착할 것"
-- 교육행정 청렴도 향상에 심혈을 기울였는데, 성과와 계획은.
▲ 울산교육청 청렴도는 '만년 꼴찌'라는 비아냥을 받았다.

임기 내에 청렴도를 최상위권으로 올리겠다고 약속했지만, 문화를 바꾸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그러나 생각보다 이른 시간에 청렴문화가 정착되고 있다.

올해 감사원의 공공기관 부패방지시책평가에서 최우수 1등급을 달성했고, 국민권익위원회의 종합청렴도 평가에서도 '우수' 평가를 받았다.

원스크라이크 아웃제 도입, 청렴시민감사관제 운영, 공익제보센터 설치, 시민참여 에산위원회 확대 운영, 학교공사 지문인식제 도입 등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대외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현재 결과에 만족하지 않고 약속드린 대로 최상위 청렴도 확보를 위해 노력할 것이다.

열린 감사를 통해 투명한 행정을 펼치면서도, 청렴행정을 위한 노력이 자칫 소극적인 행정이 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면책제도와 인센티브 부여 등을 운용할 방침이다.

-- 북구지역 학교 통폐합 조건 완화를 꾸준히 요청했는데, 진행 상황과 전망은.
▲ 북구 대규모 아파트 개발사업과 인구 증가로 2016∼2017년 제2호계중, 강동고, 송정중 신설을 교육부에 요청했다.

교육부는 '학교총량제'를 시행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당시에는 인근 학교 폐지 조건을 제시하지 않으면 사실상 학교 신설 승인을 얻어내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약속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북구지역은 지속해서 학령인구가 증가하고 있고, 주민과 학부모도 폐교를 반대하고 있어 현실적으로 학교 폐지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런 사정을 교육부에 설명하고 승인조건 변경을 요청했다.

폐지 대상 학교를 북구가 아닌 울산 전역으로 확대해 선정하고, 이행 기간을 3년 더 연장해 달라는 요청이다.

장관을 직접 만나 설명해 드리기도 했고, 국회 차원의 협조를 얻고자 교육위원장을 비롯한 여러 의원에게 협조도 구했다.

이달 18일 중앙투자심사위원회 심의가 있었고, 현재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얼마 전 북구의회에서 승인조건 변경을 요청하는 결의문을 만장일치로 채택해 중앙 부처에 제출했다.

지역 시민단체도 성명을 발표하고, 청와대에 민원을 제기한 것으로 안다.

교육청이 대책반을 운영하고, 교육부와 관계 당국에 협조를 구하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