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소셜미디어 일상화한 환경서 성장…숨쉬듯 유튜브 열어 여가·학업 해결
자기주관 강한 세대…불의 못 참지만 기성세대엔 이기적으로 비치기도
[청년 2001년생] ① 21세기 열고 태어난 '동영상 세대'
2001년생이 온다.

21세기가 시작된 2001년 첫울음을 운 이들, 금세기 한국에서 일어난 굵직한 사건사고를 교실에서 지켜본 '최초의 21세기 인류'가 곧 밝아올 2020년 새해에 우리 나이로 스무살 성인이 된다.

이들은 초등학생 때부터 스마트폰을 장난감처럼 갖고 논 세대라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가 공기처럼 당연한 세상에서 자랐다.

특히 2005년에 문을 열고 이들과 함께 성장해온 영상매체 유튜브는 생활의 일부를 넘어 생활 그 자체라고 해도 틀리지 않는다.

정보의 양이 따라잡기 불가능한 수준으로 늘어난 시대에 자라난 2001년생은 필요하거나 재미있는 정보만 직접 고르는 법을 이미 경험으로 체득했다.

'권리의 중요함'을 교육받으며 성장한 이들은 주관이 강하다.

때때로 남과 타협하지 않으려는 모습도 보인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에 목소리를 내는 데도 주저하지 않는다.

머잖아 21세기의 주인공으로 나서게 될 2001년생들은 누구인가.

이들이 스무살이 되는 2020년을 맞아 전문가와 현장 교사, 그리고 2001년생들 본인에게 물었다.

[청년 2001년생] ① 21세기 열고 태어난 '동영상 세대'
◇ 2001년생의 '포털'은 유튜브…학업 필요한 정보검색에도 활용
2001년에 태어나 현재 고3인 이해준(가명·18) 군은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스마트폰을 사용했다.

그동안 여러 스마트폰 기종을 섭렵한 터라 최신 스마트 기기도 사용법을 익히는 데 몇 분이면 충분하다.

이 군은 "어릴 때부터 스마트폰을 쓰니 새로운 기기나 영상을 다루는 일이 어렵지 않다"며 "그러면서 솔직히 활자와는 거리가 멀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런 이 군에게는 '스마트폰을 여는 것'이 '유튜브를 보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 군은 "유튜브를 단순히 '많이 쓴다'는 말로는 부족한 것 같다"며 "당연히 휴대전화를 켜면 유튜브에 들어간다"고 한다.

이 군은 주로 1인방송 채널이나 음악 관련 유튜브 영상을 즐긴다.

윗세대는 인터넷으로 정보를 검색할 때 포털사이트를 주로 이용하지만, 이들 세대는 검색도 유튜브에서 한다.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르고 내년에 대학에 진학할 예정인 정지호(가명·18)군도 학교 공부에 필요한 정보를 찾을 때 유튜브를 이용했다.

정 군은 "동영상 자료를 보면 글로 읽는 것보다 이해하기가 더 편하다"며 "학교 수업 발표 때도 아예 유튜브 동영상을 사용한다.

그래야 듣는 친구들의 호응도 좋다"고 말했다.

이런 점을 들어 2000년대생을 '영상 세대'로 정의하는 시각도 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아무리 인터넷이나 소셜미디어가 발달해도 기본적으로 '문자'와 친숙한 기성세대와 달리 2000년대생은 어릴 때부터 영상을 아주 친숙하게 접했다"며 "통화를 해도 영상으로 하고, 친분을 쌓을 때도 서로 영상을 공유하면서 친해진다"고 분석했다.

어릴 때부터 디지털 매체에 익숙하다 보니 이를 이용해 필요한 정보를 검색하고, 목적에 맞게 정리해 전달하는 능력도 탁월하다.

수도권의 한 고교에서 3학년을 지도한 김민철(가명) 교사는 "2001년생은 특히 디지털 자료를 활용해 발표하는 능력이 매우 뛰어나다"며 "쇼맨십이 있어서 대학생 수준으로 자료를 선별해 자연스럽게 보여준다"고 전했다.

[청년 2001년생] ① 21세기 열고 태어난 '동영상 세대'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21세기에 태어난 이들은 '유튜브 세대'"라며 "디지털 공간에서 존재론적 의미를 찾고, 영상 위주 소셜미디어를 이용하는 모습은 자기표출적이고 참여지향적인 이들의 특징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광대한 '정보의 바다'에서 필요한 정보를 취사선택하는 데 익숙하다는 점은 '주관이 매우 강하다'는 특성과도 연결된다.

곽금주 교수는 "아날로그 매체를 어느 정도 경험한 과거 세대와 달리 2000년대생은 어릴 때부터 당연하듯 정보의 홍수 속에 살았다"며 "자신에게 맞는 정보나 생각만 취사선택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했다.

곽 교수는 "자신이 원하는 정보만 찾아보고 받아들이는 일에 익숙하다 보니 자기 생각과 주관이 뚜렷하다"며 "남이 그것을 억지로 바꾸려 하면 거부감을 드러낸다"고 설명했다.

[청년 2001년생] ① 21세기 열고 태어난 '동영상 세대'
◇ '할 말은 한다' '내 권리는 내가 찾는다'…주관 강한 세대
내년 대학 입학 예정인 유재연(가명·18) 양은 "2001년생은 주관이 뚜렷하다는 말에 공감한다.

누가 됐든 이래라저래라하면 싫은 것"이라며 "'꼰대'라는 말이 요새 다시 널리 쓰인다는 것은 과거 당연시되던 충고도 이제 거부감을 갖는 젊은 세대가 늘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예비 대학생 김규현(가명·18) 군은 "90년대생은 80년대생과 달리 주관과 불만을 표출했다"며 "90년대생이 먼저 이뤄놓은 사회 분위기 속에서 자라난 영향으로 우리는 개성을 더 뚜렷하게 드러낼 수 있는 것 같다"는 분석을 내놨다.

교사들도 이런 분석에 동의하는 편이다.

김민철 교사는 "대학 진로 선택에서도 이번 학년 학생들은 더 주관이 뚜렷해진 것을 느꼈다"며 "부모님이 시키는 대로 하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학과 선택이나 대입 전형 선택도 본인이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청년 2001년생] ① 21세기 열고 태어난 '동영상 세대'
뚜렷한 주관은 부당하다고 느껴지는 상황에서 참지 않고 행동하는 모습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김 교사는 "자신들이 보기에 '불의'라고 판단된다거나 불공정한 처사라고 생각되면 참지 않고 함께 뭉쳐서 공격하는 경우가 많다"며 "한번은 선생님의 체벌이 불공정하다며 반 전체가 대항해 공론화한 적도 있었다"고 경험을 소개했다.

정지호 군은 "중·고교 시절 일부 선생님들이 가끔 학생을 때리는 일이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경찰이 학교에 왔다"며 "초등학생 때는 안 그랬는데 중·고교 때는 맞으면 바로 신고했다"고 했다.

대안학교를 다닌 박경석(18) 군은 "스스로를 감추지 않는 세대"라며 "할 말은 해야 한다.

자기 것은 자기가 지키고, 자기 권리는 자기가 찾아야 한다고 교육받았다"고 말했다.

특성화고를 졸업하고 취업에 성공한 박연우(18) 양은 "과거에는 부당한 일이 있어도 털어버려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세월호 사건을 계기로 내 주장과 의견을 밖으로 드러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청년 2001년생] ① 21세기 열고 태어난 '동영상 세대'
이들의 이러한 모습은 때로 자기중심성이 지나치게 강하거나 폐쇄적이라는 식으로 비치기도 하지만, 이 역시 기성세대의 고정관념일 뿐이며 새로운 세대의 변화를 존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의 한 교사는 "낯선 사람에게 인사하지 말라는 가정교육을 줄곧 받아 온 영향인지, 자기편이라고 인식하는 사람에게는 잘 대하지만 그렇게 자기편이 되기 전까지는 경계가 심하다"며 "거칠게 말하면 '예의 없게' 행동할 때가 있다"고 지적했다.

곽금주 교수는 "이들은 자기 주관이 강하고 독자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잘 알고 친밀한 사람들과 깊은 관계를 추구하는 성향도 짙다"고 분석했다.

곽 교수는 "기성세대가 이들과 어울리려면 기존에 갖고 있던 '청년은 이래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없애고 변화를 수용하려는 태도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며 "어려운 일일 수 있겠지만 이들의 주관, 선호를 존중해주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