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타항공 CEO "항공업의 본질은 사람 돌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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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 바스티안 델타항공 CEO
직원 氣 살렸더니 매출도 '高高'
좌석당 매출, 경쟁사보다 19% 높아
1987년 이후 첫 내부승진 CEO
직원들에게 모범적 리더십 평가
한진 경영권 방어 '백기사' 관심
직원 氣 살렸더니 매출도 '高高'
좌석당 매출, 경쟁사보다 19% 높아
1987년 이후 첫 내부승진 CEO
직원들에게 모범적 리더십 평가
한진 경영권 방어 '백기사' 관심
매년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전자쇼 CES는 글로벌 산업의 최신 동향을 한눈에 짚어볼 수 있는 자리다. CES는 개막에 맞춰 주요 산업 리더 세 명을 기조강연자로 초빙한다.
내년 초 열리는 CES 2020의 기조강연자 중 언뜻 볼 때 전자산업과는 잘 어울리지 않는 인물이 한 명 있다. 세계 최대 항공사 중 하나인 델타항공의 에드 바스티안 최고경영자(CEO)다.
CES 측은 “바스티안 CEO는 여행의 미래가 기술과 혁신을 통해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 가장 잘 설명해 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초빙 이유를 설명했다.
비전과 가치를 지키는 CEO
바스티안은 ‘델타맨’으로 알려져 있다. 2016년 그를 회사 선장으로 선임할 당시 델타는 “1987년 이후 첫 내부 승진 CEO”라고 소개했다.
델타항공은 2015년 매출 407억달러, 순이익 45억달러를 거뒀다. 바스티안 CEO 선임 3년차인 지난해에는 매출 444억달러, 순이익 39억달러를 기록했다. 매출은 9% 늘었으나 순이익은 13% 줄었다. 이익 규모는 줄었지만 바스티안에 대한 업계 평가는 긍정적이다.
바스티안은 CES의 기조강연을 맡은 것뿐 아니라, 지난해에는 경제전문지 포천이 선정한 ‘가장 위대한 지도자 50인’에 뽑히기도 했다. 경제계뿐 아니라 정치, 외교, 환경 등 각 영역에서 두드러진 리더십을 보인 인물을 선정하는 리스트다. 항공업계 CEO로서 이 명단에 오른 것은 그가 처음이다.
지난해 2월 미국 플로리다주 한 고교에서 17명이 사망하는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델타는 즉각 미국총기협회(NRA) 회원에 대한 할인 혜택을 중단시켰다. 막강한 자금력과 로비력을 보유한 NRA와 맞선 델타는 정치적 보복을 받았다. 델타 본사가 있는 조지아주 의회가 연간 4000만달러에 달하는 세금 감면 제도를 폐지한 것이다.
바스티안은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우리가 정치적으로 어떤 편을 들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할인을 중단했다”며 “델타가 추구하는 비전과 가치를 경제적 이익에 팔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런 그의 방침은 직원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고, 모범적 리더십으로 평가받았다.
직원 존중이 성과 향상으로
바스티안은 1957년 뉴욕에서 치과의사인 아버지와 치위생사인 어머니 사이의 9남매 중 첫째로 태어났다. 뉴욕 본어벤처대에서 경영학과 회계학을 전공했고 공인회계사 자격증을 갖고 있다.
바스티안은 프라이스워터하우스에서 회계사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1981년 그는 광고회사 JWT를 감사하다가 5000만달러 규모의 사기 및 분식회계를 적발했다. 바스티안은 이를 포함한 다양한 공로로 31세에 파트너(회계법인 임원)가 됐다. 델타에는 1998년 재경부문 임원으로 합류했다. 2000년 재경부문장에 오른 데 이어 2005년 최고재무책임자(CFO)가 됐다. 2007년에는 사장에 올랐다.
바스티안은 델타의 부침을 함께했다. 그는 고유가로 대규모 적자를 내던 2004년 회사의 인원 감축 방안에 반대하면서 6개월간 회사를 떠났다. 2005년 회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갔을 때 CFO로 복귀했다. 이후 2년여의 구조조정을 이끌며 회사 경영 정상화에 앞장섰다.
바스티안은 항공업의 본질을 ‘사람을 돌보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그리고 이용자, 주주, 직원 가운데서도 직원을 우선시하는 경영자로 꼽힌다.
델타항공은 올해까지 4년 연속으로 매년 세전 이익의 20%를 8만여 명의 직원에게 성과급으로 지급했다. 이로 인해 델타항공 직원 연봉은 미국 항공 ‘빅3’ 라이벌인 아메리칸항공과 유나이티드항공보다 5% 높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은 바스티안 CEO가 직원들의 기 살리기에 집중한 것이 성과 향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델타의 항공편 정시 도착률은 85%로 80%인 아메리칸과 유나이티드를 앞선다. 높은 정시 도착률을 바탕으로 단가가 높은 출장 승객을 많이 유치한 결과 델타의 좌석당 매출은 경쟁사들보다 19%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글로벌 협업 확대
델타는 최근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 지분을 10% 사들인 것으로 한국인들에게 이름을 알렸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경영권 방어에 ‘백기사’ 역할을 할 것이란 일각의 분석도 있다.
델타는 한진칼 지분 매입 이전부터 대한항공과 깊은 관계를 이어왔다. 지난해 시작한 조인트벤처(JV)가 대표적이다. 항공사는 국방 등의 이유로 외국인이 대주주나 CEO를 하는 것이 대부분 국가에서 금지돼 있다. 이 때문에 영업과 재무 등에서 사실상 합작사이지만 법적 실체는 분리한 JV를 설립한 것이다.
바스티안은 아메리칸-일본항공, 유나이티드-일본 아나항공 JV에 맞서 아시아·태평양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대한항공과 손을 잡았다. JV 설립 이후 델타와 대한항공의 아·태 노선 수송 실적이 전년 대비 10% 늘어나는 등 성과를 내고 있다.
바스티안은 이 같은 글로벌 협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델타는 아에로멕시코, 에어프랑스, 라틴아메리카항공(칠레) 등에 지분 투자를 하고 JV를 설립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내년 초 열리는 CES 2020의 기조강연자 중 언뜻 볼 때 전자산업과는 잘 어울리지 않는 인물이 한 명 있다. 세계 최대 항공사 중 하나인 델타항공의 에드 바스티안 최고경영자(CEO)다.
CES 측은 “바스티안 CEO는 여행의 미래가 기술과 혁신을 통해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 가장 잘 설명해 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초빙 이유를 설명했다.
비전과 가치를 지키는 CEO
바스티안은 ‘델타맨’으로 알려져 있다. 2016년 그를 회사 선장으로 선임할 당시 델타는 “1987년 이후 첫 내부 승진 CEO”라고 소개했다.
델타항공은 2015년 매출 407억달러, 순이익 45억달러를 거뒀다. 바스티안 CEO 선임 3년차인 지난해에는 매출 444억달러, 순이익 39억달러를 기록했다. 매출은 9% 늘었으나 순이익은 13% 줄었다. 이익 규모는 줄었지만 바스티안에 대한 업계 평가는 긍정적이다.
바스티안은 CES의 기조강연을 맡은 것뿐 아니라, 지난해에는 경제전문지 포천이 선정한 ‘가장 위대한 지도자 50인’에 뽑히기도 했다. 경제계뿐 아니라 정치, 외교, 환경 등 각 영역에서 두드러진 리더십을 보인 인물을 선정하는 리스트다. 항공업계 CEO로서 이 명단에 오른 것은 그가 처음이다.
지난해 2월 미국 플로리다주 한 고교에서 17명이 사망하는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델타는 즉각 미국총기협회(NRA) 회원에 대한 할인 혜택을 중단시켰다. 막강한 자금력과 로비력을 보유한 NRA와 맞선 델타는 정치적 보복을 받았다. 델타 본사가 있는 조지아주 의회가 연간 4000만달러에 달하는 세금 감면 제도를 폐지한 것이다.
바스티안은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우리가 정치적으로 어떤 편을 들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할인을 중단했다”며 “델타가 추구하는 비전과 가치를 경제적 이익에 팔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런 그의 방침은 직원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고, 모범적 리더십으로 평가받았다.
직원 존중이 성과 향상으로
바스티안은 1957년 뉴욕에서 치과의사인 아버지와 치위생사인 어머니 사이의 9남매 중 첫째로 태어났다. 뉴욕 본어벤처대에서 경영학과 회계학을 전공했고 공인회계사 자격증을 갖고 있다.
바스티안은 프라이스워터하우스에서 회계사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1981년 그는 광고회사 JWT를 감사하다가 5000만달러 규모의 사기 및 분식회계를 적발했다. 바스티안은 이를 포함한 다양한 공로로 31세에 파트너(회계법인 임원)가 됐다. 델타에는 1998년 재경부문 임원으로 합류했다. 2000년 재경부문장에 오른 데 이어 2005년 최고재무책임자(CFO)가 됐다. 2007년에는 사장에 올랐다.
바스티안은 델타의 부침을 함께했다. 그는 고유가로 대규모 적자를 내던 2004년 회사의 인원 감축 방안에 반대하면서 6개월간 회사를 떠났다. 2005년 회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갔을 때 CFO로 복귀했다. 이후 2년여의 구조조정을 이끌며 회사 경영 정상화에 앞장섰다.
바스티안은 항공업의 본질을 ‘사람을 돌보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그리고 이용자, 주주, 직원 가운데서도 직원을 우선시하는 경영자로 꼽힌다.
델타항공은 올해까지 4년 연속으로 매년 세전 이익의 20%를 8만여 명의 직원에게 성과급으로 지급했다. 이로 인해 델타항공 직원 연봉은 미국 항공 ‘빅3’ 라이벌인 아메리칸항공과 유나이티드항공보다 5% 높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은 바스티안 CEO가 직원들의 기 살리기에 집중한 것이 성과 향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델타의 항공편 정시 도착률은 85%로 80%인 아메리칸과 유나이티드를 앞선다. 높은 정시 도착률을 바탕으로 단가가 높은 출장 승객을 많이 유치한 결과 델타의 좌석당 매출은 경쟁사들보다 19%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글로벌 협업 확대
델타는 최근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 지분을 10% 사들인 것으로 한국인들에게 이름을 알렸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경영권 방어에 ‘백기사’ 역할을 할 것이란 일각의 분석도 있다.
델타는 한진칼 지분 매입 이전부터 대한항공과 깊은 관계를 이어왔다. 지난해 시작한 조인트벤처(JV)가 대표적이다. 항공사는 국방 등의 이유로 외국인이 대주주나 CEO를 하는 것이 대부분 국가에서 금지돼 있다. 이 때문에 영업과 재무 등에서 사실상 합작사이지만 법적 실체는 분리한 JV를 설립한 것이다.
바스티안은 아메리칸-일본항공, 유나이티드-일본 아나항공 JV에 맞서 아시아·태평양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대한항공과 손을 잡았다. JV 설립 이후 델타와 대한항공의 아·태 노선 수송 실적이 전년 대비 10% 늘어나는 등 성과를 내고 있다.
바스티안은 이 같은 글로벌 협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델타는 아에로멕시코, 에어프랑스, 라틴아메리카항공(칠레) 등에 지분 투자를 하고 JV를 설립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