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레나는 관객이 중앙 무대를 둘러싸는 1만~3만 석 규모의 다목적 실내 공연장을 말한다. 대중음악 콘서트 이외에도 스포츠 이벤트와 서커스 등 대형 엔터테인먼트 쇼 등을 할 수 있다.

미국과 영국 등 세계 음악산업을 선도하는 국가들은 1980년대부터 핵심 공연 인프라로서 아레나를 짓기 시작해 각국의 음악산업 거점으로 삼아왔다. 일본과 홍콩, 중국 등도 2000년대 이후 아레나 짓기 경쟁에 나서 공연산업을 키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아레나의 성공 요건으로 무대 시설과 접근성, 편의 공간 등을 꼽는다. 음악업계에서는 공연제작사가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제작 맞춤형 전문 공연장’, 관객에게 최적화된 시청각 환경을 제공하는 ‘관람 몰입형 전문 공연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필수 조건은 공연을 자유롭게 연출할 수 있는 ‘그리드’다. 그리드란 공중에 세트와 조명을 설치할 수 있는 격자판 시설물이다. 그리드가 있으면 무대 설치 기간이 이틀 정도면 충분하다. 인건비와 공연장 렌털비가 줄고, 공연 횟수를 늘릴 수 있다. 수익성이 개선되고 관람료도 낮출 수 있다. 국내 실내 경기장들은 그리드가 없어 공연 전 1주일간 준비해야 한다.

아레나는 공연뿐 아니라 다양한 라이브 이벤트 무대도 제작할 수 있어야 한다. 이벤트 특성에 맞게 객석 규모 또한 가변적으로 운영함으로써 콘텐츠 수용의 극대화를 기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 상하이 벤츠아레나, 베이징 캐딜락아레나, 일본 요코하마아레나 등은 콘서트를 포함한 라이브 쇼, 패밀리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이벤트를 제공하면서 콘텐츠 유형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입지 조건도 중요하다. 지하철과 버스, 철도 등과 연결하는 대중교통 인프라를 갖춰야 한다. 10대 관객들이 이용할 수 있는 지하철은 필수로 꼽힌다. 여자 화장실도 대폭 늘려야 한다. 대중음악 공연의 경우 관람객 80% 이상이 여자다. 공연장 주변에 먹고 마시는 공간과 MD숍도 여러 곳에 설치해야 한다. 국내 경기장에는 이런 시설이 거의 없기 때문에 관객들이 바깥에서 식사하거나, MD 상품을 사기 위해 땡볕에서 길게 줄지어 서는 사례가 많다.

방탄소년단 소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국내에 글로벌 수준의 아레나들이 개관하면 열악한 공연 문화를 개선하는 데 숨통이 트일 것”이라며 “국내 팬들에게 질과 양에서 발전된 공연을 선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