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자동차 노동조합이 내년 노사교섭에서 조합원의 기본급을 일률적으로 인상하지 않고 실적에 따라 5단계로 차등 지급할 것을 요구하기로 했다. 일본에서 뿌리 깊은 연공서열에 따른 평준화된 임금 제도가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다.

26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도요타자동차 노조는 2020년 춘계 노사교섭에서 그동안 기본급을 일률적으로 인상하는 데 사용해왔던 임금 인상 재원을 직원의 실적 평가에 따라 5단계로 차등 배분하는 방안을 제안키로 했다.

자율주행차, 전기자동차 등이 확산되면서 자동차산업이 격변기를 맞이하고 있는 만큼 생존을 위해선 노조도 과거의 일률적인 임금 인상안을 고집해선 안 된다고 판단했다. 도요타 노조는 기본급 인상 재원을 확보한 뒤 조합원에 대한 평가에 따라 5단계로 나눠 차등 지급하는 방안을 사측에 요구한다는 계획이다. 이 제안이 받아들여지면 내년에 기본급 인상이 되지 않는 조합원도 나올 수 있다. 기본급을 일률적으로 인상해온 ‘일본형 임금체계’를 조합원 6만9000여 명의 도요타 노조가 앞장 서 포기하겠다는 얘기다.

도요타 노조에 앞서 일본 최대 경영자 단체인 게이단렌도 최근 내년도 춘계 노사협상에서 경영자 측 지침으로 연공서열형 임금제도를 재검토할 것을 주요 과제로 제시한 바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도요타 노조의 파격적인 입장 전환은 과감한 구조개혁을 통해 자동차 업계가 처한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며 “일본 최대 노조의 새로운 입장이 일본의 임금체계를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