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성남FC 지휘봉 잡아…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 주역
사령탑 데뷔하는 김남일 "빠따 아닌 버터 같은 감독 될래요"
프로축구 성남FC에서 사령탑으로 데뷔하는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 김남일(42) 신임 감독은 "'빠따'가 아닌 '버터' 같은 감독이 되겠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26일 경기 성남의 탄천종합운동장에서 가진 취임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했다.

선수 시절 카리스마와 거침없는 입담으로 주목받았던 김 감독은 지난 2017년 7월 대표팀 코치로 선임됐을 때 "마음 같아서는 '빠따'라도 들고 싶다"는 말을 '어록'에 추가한 바 있다.

그러나 프로팀 감독으로 '자신의 팀'을 이끌게 된 김 감독은 더 조심스러워졌다.

그는 "철이 없을 때 한 '빠따 발언'은 잊어달라"면서 "이제 선수와 팬들께 빠따가 아니라 버터가 되겠다"고 말했다.

사령탑 데뷔하는 김남일 "빠따 아닌 버터 같은 감독 될래요"
카리스마만 내세우기보다는 이해와 소통의 리더십으로 팀을 이끌겠다는 뜻이다.

김 감독은 "거스 히딩크 감독이 나의 롤 모델"이라고 힘줘 말하면서 "선수에 대한 믿음과 신뢰를 바탕으로 2020시즌 상위 스플릿에 진출하겠다"고 목표를 밝혔다.

성남에서 늘 부족한 자원으로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왔던 남기일 감독이 물러나고 김 감독이 사령탑에 앉은 데 대해 구단 안팎에서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런 시선에 대해 김 감독은 "평가는 시즌 뒤 받겠다"고 말했다.

2000년 전남 드래곤즈에서 K리그에 데뷔한 김 감독은 네덜란드, 러시아, 일본 등에서 프로 생활을 했고, 태극마크를 달고 3차례 월드컵(2002년·2006년·2010년)에 출전하는 등 A매치 98경기를 소화했다.

2016년 현역에서 은퇴한 뒤 장쑤 쑤닝(중국)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2018 러시아월드컵 대표팀 코치를 역임했고, 지난 시즌엔 전남 코치로 합류해 지도자 경력을 쌓았다.

다음은 김 감독과의 일문일답.
사령탑 데뷔하는 김남일 "빠따 아닌 버터 같은 감독 될래요"
-- 취임 소감은.
▲ 먼저 성남 이끌었던 남기일 감독님께 감사의 말씀 올린다.

고생 많으셨다.

나를 믿고 감독직을 맡겨준 은수미 구단주께도 감사드린다.

성과를 내야 하는데 부담감이 없잖아 있다.

팬들이 우려하는 부분은… 평가는 시즌 뒤 받도록 하겠다.

-- 현역 때 터프가이로 유명했다.

팀에 어떤 변화를 주고 싶나.

▲ 올해 성남이 적극성에서 좀 부족했다고 본다.

과감하고 용감한 공격축구가 필요하다.

보다 적극적인 축구를 펼치겠다.

우선 득점이 늘어야 한다.

외국인 공격수를 '1순위'로 영입하려고 한다.

-- 다가오는 시즌 목표는.
▲ 구단주는 잔류만 해도 된다고 하셨는데, 그 말이 더 부담된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목표는 상위 스플릿이다.

-- 현역 시절에 성남과 인연이 없지 않나.

▲ 맞다.

그래서 오히려 성남이 날 선택할 게 아닐까.

성남은 팀 색깔이 젊고 역동적이다.

그래서 새내기 지도자인 나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 것 같다.

감독 교체로 어수선할 분위기도 내가 잡아줄 수 있다고 구단이 평가한 것 같다.

차근차근 팀을 만들어가려고 한다.

구단주도 내게 천천히 하라고 했다.

-- 김 감독 선임을 두고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 시즌 뒤 결과로 말씀드리겠다.

제의받았을 때 자신이 없었다면 거절했을 것이다.

자신이 있어서 승낙했다.

-- 코치로서 여러 팀에서 다양한 경험을 했다.

어떤 색깔의 축구를 펼치고 싶나.

▲ 선수들이 축구를 즐겼으면 좋겠다.

대표팀, 프로팀에서 코치 생활을 하면서 플레이가 단순하고 딱딱한 부분이 아쉬웠다.

성남 역시 많은 경기는 못 봤지만, 선수들이 경기에 임하는 자세가 너무 딱딱하다고 생각했다.

더 창의적인 플레이가 그라운드에 나왔으면 한다.

자율적인 분위기를 훈련 통해 만들어가겠다.

-- '2002년 월드컵 스타'와 지략 대결을 펼치게 됐다.

▲ 김도훈 울산 현대 감독님, 최용수 FC서울 감독님 등 계시는데, 가장 기대가 되는 팀은 역시 서울이다.

특별한 이유는 없지만, 가장 이기고 싶은 팀이다.

사령탑 데뷔하는 김남일 "빠따 아닌 버터 같은 감독 될래요"
-- 현역 때 몸담았던 수원 삼성, 전북 현대, 인천 유나이티드와 만난다면 기분이 어떨 것 같나.

▲ 애정은 남아있지만, 승부의 세계는 냉정하다.

세 팀 다 꺾어보고 싶다.

내 능력을 보여주고 싶다.

-- 성남에서 전력강화실장 맡던 설기현이 경남FC 사령탑이 됐다.

▲ 굉장히 아쉽다.

성남에 남아서 내년에 같이 일해보자고 말했는데, 다른 팀으로 갈 수 있다는 뉘앙스로 설기현이 말했다.

설기현 감독의 선택을 존중한다.

좋은 모습 기대한다.

-- 감독으로서 롤 모델은 누구인가.

▲ 히딩크 감독님이다.

감독님처럼 선수에 대한 믿음과 신뢰로 선수단을 만들어가겠다.

그러려면 소통이 중요하다.

선수들 이야기를 많이 듣고, 내가 할 말도 팀 미팅이나 개인 면담 통해 전달하겠다.

한쪽 얘기만 이뤄지면 소통의 밸런스가 무너진다.

그래선 안 된다.

-- 대표팀 코치 맡을 때 '빠따 발언'으로 주목받았다.

▲ 그건 좀 잊어 달라. 철없을 때 한 얘기다.

빠따가 아니라 버터 같은 지도자가 되겠다.

선수는 물론 팬들께도 버터 같은 지도자가 되겠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