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못 믿겠다"…직접 창당 나선 상인들
“장사하는 사람이 뭐하러 정치에 나서냐고들 합니다.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으로 까맣게 탄 소상공인의 속을 모르고 하는 얘기입니다.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화를 관철시킬 수 있도록 창당 후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10석 이상을 확보하는 게 목표입니다.”

강계명 소상공인당 창당준비위원장(사진)은 3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최저임금이 최근 2년 동안 급격하게 오르면서 장사 기반이 무너졌다”며 “장사만 해서는 극복할 수 없는 환경이라고 판단해 소상공인당 창당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소상공인들이 본격적으로 정치 세력화에 나선 건 지난 7월 최저임금위원회가 소상공인연합회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연합회는 줄곧 영세 자영업에 대한 최저임금 차등화가 중요하다고 주장해왔다.

숙원 법안인 ‘소상공인 기본법’ 통과가 지지부진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올초 소상공인연합회 창립기념 행사에 참석한 여야 5당 대표 모두 법안 처리를 약속했지만 아직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했다. 정치권에 요구만 할 게 아니라 직접 정치 주체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연합회 안에서 커진 배경이다. 강 위원장은 “내년 최저임금 인상폭은 완만하지만 이미 많이 오른 상황이어서 큰 의미가 없다”며 “최저임금 차등화가 이뤄지지 않고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강 위원장은 서울 종각 지하상가에서 여성 의류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직원 한 명을 고용해 점포를 꾸려나가다 지난해 최저임금 인상을 견디지 못하고 해고했다. 그는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은 최저임금을 받는 직원이 적기 때문에 최저임금 인상이 부담스러운 정도겠지만 소상공인은 다르다”며 “주휴수당까지 포함하면 이미 실질적인 최저임금은 시간당 만원을 넘어서 견디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소상공인이 어려움을 겪는 이유가 임금보다 임차료 상승 탓 아니냐는 질문에는 고개를 저었다. 강 위원장은 “종업원 1인 임금이 임차료를 훌쩍 뛰어넘었다”고 설명했다.

소상공인당은 최저임금의 업종·규모별 차등화를 가장 중요한 과제로 내세워 정치 기반을 넓힌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현재 두 곳인 시·도당을 다섯 곳까지 늘리고 내년 4월 국회의원 선거에서 최대한 많은 후보를 낸다는 계획이다. 강 위원장은 “소상공인의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는 정당으로 자리매김하겠다”고 강조했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