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국무총리
이낙연 국무총리
내년 4월 총선에서 ‘정치 1번지’로 불리는 서울 종로를 놓고 이낙연 국무총리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간 ‘빅 매치’가 성사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총리가 26일 황 대표와의 맞대결을 피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대선 주자 지지도 1, 2위를 달리고 있는 두 거물이 ‘대선 전초전’을 벌일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총리는 이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황 대표와 ‘종로 빅 매치’를 치를 용의가 있느냐는 질문에 “당에서 제안하면 기꺼이 수용하겠다”고 말했다. 이 총리가 ‘총선 역할론’에 대한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편한 길로 가고 싶은 마음은 없다”고 했다. 그간 더불어민주당 안팎에선 이 총리가 지역구 출마보다는 비례대표를 겸하는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왔다. 총선에서 ‘간판’ 역할을 하려면 이해찬 민주당 대표와 함께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아 전국 지원 유세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이 총리가 종로에서 당선되면 전남지사 출신이란 한계에서 벗어나 ‘전국구 대선 주자’로서 입지를 다질 수 있다. 격전지에 출마해 당에 기여했다는 명분도 얻을 수 있다. 이 총리는 “아직 당이 총선 역할에 대해 저하고 상의한 적은 없다”며 “당도 여러 고민이 있을 텐데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
황교안 한국당 대표
이 총리의 종로 출마설이 불거지면서 한국당에선 황 대표가 이 총리와 맞붙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2월 대표에 취임한 뒤 대여(對與) 강경 투쟁을 주도하며 ‘정치 신인’ 이미지는 어느 정도 벗었지만, 야권의 대선 주자로 확실히 자리매김하려면 내년 총선에서 거물급 여권 인사와 붙어 이겨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홍준표 전 대표 등 한국당의 다른 대권 주자들도 “황 대표부터 희생하는 각오로 험지에 출마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당 일각에선 총선을 진두지휘해야 할 황 대표가 지역구에 출마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있다. 황 대표는 총선 역할론과 관련해 구체적인 언급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김명연 한국당 대표 비서실장은 이날 “황 대표와 이 총리는 급이 다르다”며 종로 빅 매치 가능성을 일단 일축했다.

지난 24일 건강 악화로 병원에 입원한 황 대표는 이날 배현진 서울 송파을 당협위원장이 대신 읽은 대국민 메시지를 통해 “민주주의의 생명인 선거를 죽이는 반헌법적 악법(선거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그냥 두고 볼 수 없다”며 “저와 함께, 한국당과 함께 자유 우파의 방어막을 만들자”고 밝혔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