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독창성·통일성만이 명곡의 기준은 아니다
좋은 음악이란 어떤 것일까. 연말 시즌이 되면 세계 곳곳의 공연장에서는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이 울려퍼진다. 1824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초연됐을 당시부터 오늘날까지 수많은 사람들에게 놀라움과 경외감을 불러일으키며 압도적인 걸작으로 칭송받아온 이 작품은 좋은 음악인가. 그렇다면 음악적으로 어떤 기준에서 ‘좋다’는 것일까. 서구의 전통적인 음악규범에 따라 고급스럽고, 지적이며, 정신을 고양해주기 때문에 좋은 것인가.

음악학자 존 J 샤인바움 미국 덴버대 라몬트음대 교수는 《좋은 음악(Good Music)》에서 “어떤 음악이 좋은 음악이고, 누가 그걸 결정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오늘날까지 음악계에 가장 중요한 힘으로 작용하고 있는 19세기 서구 음악의 가치체계 기준을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베토벤 이후 확립된 서구 음악의 규범이자 저자가 검토하는 기준은 진지함, 유기적 연관성, 발전적인 통일성, 독창성, 깊이, 진정성, 영웅성 등이다. 클래식음악뿐 아니라 대중음악 비평에도 주요 잣대로 쓰이는 가치들이다.

저자는 헨델, 베토벤, 말러 등 클래식 대가, 루이 암스트롱 등 재즈 거장, 비틀스, 브루스 스프링스틴, 예스 등 록 스타들의 명곡을 꼼꼼히 분석하며 이런 가치들의 정당성과 타당성을 따진다. 그에 따르면 9번 ‘합창’의 통일성을 증명하려는 주류 음악비평의 노력은 예상과는 전혀 다른 결과를 낳았다. 이 작품이 놀라울 정도의 음악적 다양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진지함보다는 놀이, 통일성보다는 다양성, 독창성보다는 연결성을 중요한 음악적 가치로 제안한다. 핵심은 개인적 성취와 순수한 측면을 강조하는 음악만을 좋다고 평가하는 좁은 생각에서 벗어나자는 것이다.

저자의 주장에 동의하는지 여부를 떠나 ‘좋은 음악’에 대한 사유를 확장하는 데 도움이 될 책이다. 음악뿐 아니라 문화 전반에 관심이 있다면 흥미롭게 읽을 수 있겠다. (임상훈 옮김, 새터, 424쪽, 2만2000원)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