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삼다수 노사 협상 결렬…도개발공사 24년 만에 첫 파업
제주삼다수를 생산하는 제주도개발공사 노조가 27일 총파업에 돌입했다.

도개발공사는 창립 24년 만에 첫 파업을 맞게 됐다.

27일 도개발공사 노조에 따르면 전날부터 이날 새벽까지 단체협약 체결을 위해 노사 간 최종 담판을 벌였지만 결국 성과장려금 지급 등 근로자 처우개선과 노동이사제 도입 등의 쟁점을 좁히는 데 실패함에 따라 오전 9시부터 총파업에 들어갔다.

허준석 도개발공사 생산직노조위원장은 "회사가 제시한 최종제시안에 최대한 양보하고 수용하는 의사를 표명했지만, 회사 측이 협상 도중 본인들이 제시한 안을 뒤집으면서 최종교섭이 결렬됐다"고 밝혔다.

노조 측에 따르면 회사는 이미 합의된 사항 중 설·추석 상여금 120%와 성과장려금 180% 지급 부분을 삭제하는 대신 복리후생비 5.7% 지급을 제시했고, 노조는 이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돌연 회사가 이날 새벽 복리후생비 지급 제시를 철회하겠다고 선언해 합의가 결렬됐다.

허 위원장은 "결국 회사 측은 행정안전부가 지방공기업 예산 지침으로 정한 전년도 총임금의 4.2%만 인상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며 "회사측이 그동안 왜 단체협약 협상을 진행해왔는지 모르겠다.

회사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해서도 법적제소를 검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노조 측은 이날부터 조합원 610여 명 중 법정필수요원과 수습사원을 제외하고 출근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노조 측은 오경수 사장, 이경호 상임이사, 실무교섭단 등이 퇴진할 때까지 파업을 계속할 것이라고 전했다.
제주삼다수 노사 협상 결렬…도개발공사 24년 만에 첫 파업
사상 첫 도개발공사 총파업이 현실화하면서 당장 제주지역 가공용 감귤 처리에 비상이 걸렸다.

제주도에 따르면 올해 가공용 감귤 처리 추산 물량 약 9만t 가운데 도개발공사가 처리 예정인 물량은 5만t이다.

나머지 물량은 롯데칠성과 일해가 2만t씩 처리한다.

도개발공사는 2001년부터 감귤가공공장을 운영하며 비상품 감귤을 수매해 감귤 농축액을 생산하고 있다.

도개발공사는 감귤 수확기에 접어들면서 지난달부터 감귤가공 1·2 공장을 24시간 가동해 하루 690t에 이르는 물량을 처리, 지난 19일 기준 1만5천312t을 처리했다.

도개발공사 감귤가공공장 운영이 멈추면 하루 평균 1천500t 수준인 가공 처리 물량이 절반 가까이 감소하게 되면서 앞으로 유통센터와 선과장에 들어오는 가공용 감귤 처리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그러나 삼다수 공급은 당장에는 차질없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회사 측은 노조가 전면 파업에 돌입할 경우 삼다수 생산에 차질이 우려되지만, 이미 생산한 삼다수 비축 물량이 많아 앞으로 두 달간은 공급에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삼다수 생산 라인은 겨울철 정비 기간으로 가동되지 않고 있다.

생산 라인은 내년 1월 초부터 재가동될 예정이다.

도개발공사는 겨울철 정비에 대비해 삼다수 11만2천t을 미리 비축해뒀다.

삼다수 유통판매사인 광동제약도 이 중 절반 이상을 확보해 당분간 육지부 물량 공급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삼다수 비축물량을 수요에 맞게 도내 각 물류센터로 보내는 물류관리팀 직원 상당수도 노조에 포함돼 항만과 삼다수 공장 내 저장된 물량 유통은 일부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다.
제주삼다수 노사 협상 결렬…도개발공사 24년 만에 첫 파업
도개발공사는 이와 관련, 이날 공식 입장문을 내고 "행안부 예산편성 지침 등 지방공기업법 관련 법규에서 정한 범위를 벗어난 임금인상 요구를 수용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서 "앞으로 노조와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파업 기간을 최대한 줄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도개발공사는 그러면서 "감귤가공공장은 현재 가동이 중단된 상태로, 감귤 농가의 어려운 상황을 고려해 제주도 등과 대응책을 강구하겠다"며 "삼다수는 비축물량이 있어 앞으로 두 달 간 공급이 가능하다.

비노조원과 간부직원 투입을 통해 원활한 유통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오경수 도개발공사사장은 노사합의가 결렬되자 이날 오전 원희룡 제주지사와의 면담 자리에서 사임을 표한 것으로 확인됐다.

제주도 관계자는 "노사 합의 결렬 등의 사항을 거론하고서 오 사장이 사임을 표한 것으로 보고 받았으나 실제 사표를 제출했는 지에 대해서는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조는 앞서 지난 20∼21일 총 조합원 605명을 대상으로 단체협약 노동쟁의행위 찬반 투표(투표율 96.5%)를 진행해 쟁의행위 찬성 97.3%(568명)의 결과를 얻어냈다.

도개발공사 노조는 지난 2월 설립됐으며 민주노총 및 한국노총 등의 상급 단체를 두고 있지 않다.

노조는 30일 오전 9시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 삼다수 공장에서 총파업 출정식을 진행한다.

dragon.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