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혐의는 인정, 부부구속 사안은 아니다"
"도망 염려 없고 배우자 구속돼 있는 점 감안"
유재수(55·구속기소)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청와대 감찰을 무마한 혐의를 받는 조국(54)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서울동부지법 권덕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6일 조 전 장관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뒤 27일 오전 1시께 "이 사건의 범죄 혐의는 소명됐다"면서도 "증거를 인멸할 염려와 도망할 염려가 없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권 부장판사는 "이 사건 범행은 그 죄질이 좋지 않으나, 영장실질심사 당시 피의자의 진술 내용 및 태도, 피의자의 배우자가 최근 다른 사건으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는 점 등과 피의자를 구속하여야 할 정도로 범죄의 중대성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영장 기각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결국 현 단계에는 피의자에 대한 구속사유와 그 필요성, 타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조 전 장관의 죄질이 좋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서로 다른 사건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배우자의 현재 상태가 고려된 사유라 형평성 논란을 빚었다.
조 전 장관은 2017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으로 있으면서 유재수 전 부시장의 비위 내용을 알고도 감찰 중단을 결정하고, 유 전 부시장이 금융위원회에 사표를 내게 하는 선에서 사안을 마무리했다는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를 받는다.
검찰은 영장실질심사에서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당시 감찰 자료가 이미 폐기되는 등 증거 인멸이 이뤄졌다며 조 전 장관을 구속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맞서 조 전 장관은 혐의 사실을 대부분 부인했다. 당시 파악 가능한 유 전 부시장의 비위는 경미했으며, 유 전 부시장이 감찰에 협조하지 않는 상황에서 강제수사권이 없어 감찰을 종결할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을 유지한 것이다.
변호인단에 따르면 영장실질심사에서 조 전 장관 측은 감찰 자료 폐기는 작성 후 1년이 경과해 청와대의 일상적 패턴에 따라 다른 자료들과 함께 폐기된 것일 뿐 증거 인멸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또 자신이 감찰을 중단한 것이 아니라 2017년 감찰이 종료된 후 검찰에 수사를 의뢰할지, 감사원에 감사를 요청할지, 유 전 부시장의 당시 소속기관이던 금융위에 이첩할지 등의 선택지를 비서관들로부터 보고받아 결정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주변에서 전화가 너무 많이 온다"며 조 전 장관이 감찰 중단을 결정했다고 한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의 진술 내용을 부인하며 "오히려 백원우 민정비서관이나 박형철 비서관으로부터 여기저기 청탁성 전화가 온다는 것을 전해들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날 법원이 조 전 장관의 구속영장을 기각함에 따라 향후 검찰은 보강 수사를 통해 영장을 재청구하거나 불구속 기소를 한 후 재판 과정에서 혐의 입증에 나서는 방안 중 하나를 택할 것으로 보인다.
조 전 장관으로서는 일단 구속 위기는 넘겼으나, 법원에서 죄질이 좋지 않고 범죄 행위가 소명됐다고 일차적인 판단을 내림에 따라 향후 검찰과 조 전 장관 양측의 치열한 법리 공방이 예상된다.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은 조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데 대해 한 네티즌의 댓글을 적어 우회적으로 심경을 표현했다.
민 의원은 부부 둘 다 구속은 가혹하다는 하소연 덕에 구속을 면한 조국 기사에 붙은 베스트 댓글이라면서 아래와 같은 글을 소개했다.
"기혼은 감방 안 가고, 미혼 박근혜는 감방 1000일" (CHU****)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