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임 없이 떠나는 김도진 행장 "연은 역풍에 가장 높이 난다"
“연은 순풍이 아니라 역풍에 가장 높이 난다는 말이 있습니다. 여러분은 시대의 풍파 속에서도 기업은행을 굳건히 지켜낼 수 있을 것입니다.”

김도진 기업은행장(사진)은 27일 서울 을지로 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우리는 위기 속에서도 후퇴하지 않고 역사적 진전과 도약을 이뤄냈다”며 이같이 말했다. 1985년 입행해 지난 3년간 기업은행을 이끈 김 행장의 임기는 이날 끝났다. 차기 행장 발표가 계속 지연되면서 행사는 후임자 없이 치러졌다.

김 행장은 자신의 지난 3년을 표현하는 한 가지 단어로 ‘현장’을 제시했다. 그는 “여러분의 모습을 직접 보고 진짜 목소리를 듣는 일만큼은 남에게 맡기고 싶지 않았다”며 “경쟁은행이 흉내 낼 수 없는 저력 밑바탕에는 691개 현장의 힘이 있었다”고 말했다. 김 행장은 2017년 인천 원당지점부터 지난달 군산 산단지점을 마지막으로 국내외 점포 691곳을 모두 찾았다. ‘전 지점 방문’은 그가 취임 때 내건 공약이기도 했다.

김 행장은 그동안의 성과를 언급하며 임직원의 노고를 치하했다. 기업의 생애주기에 맞춘 금융 지원 프로그램인 ‘동반자금융’, 기업 전용 디지털 플랫폼 ‘IBK 박스(BOX)’, 창업지원센터 ‘IBK 창공’ 등이 그의 임기 중 출범했다. 지난해에는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올해 인도네시아 현지 은행을 인수하는 성과도 냈다. 김 행장은 “100년 IBK를 향한 글로벌·디지털 기반을 구축했다”며 “이제 글로벌 100대 은행으로서 위상을 갖췄다”고 강조했다.

앞으로의 환경은 녹록지 않다고 봤다. 은행 영업 환경 악화와 차기 기업은행장 자리를 둘러싼 논란이 불확실성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행장은 “지금까지 살얼음판을 겨우 지나왔더니 더 춥고 어두운 긴 겨울이 기다리고 있다”면서도 “우리가 넘지 못한 어려움은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또 “미래를 향해 과감하게 상상하고 원대한 꿈을 꾸라”고 덧붙였다. 이날 행사를 끝으로 임상현 전무가 차기 행장이 정해질 때까지 행장 직무대행을 맡는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