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독주' 길 닦기…총선 4개월 앞두고 선거 룰 바꿔친 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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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협의체' 처리 강행…한국당 강력 반발
한국당 의원 수십명 단상 점거
문희상 의장, 질서유지권 발동
의원들 밀어내고 표결 강행
한국당 의원 수십명 단상 점거
문희상 의장, 질서유지권 발동
의원들 밀어내고 표결 강행
“국회는 죽었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27일 국회 본회의장 의장석에서 공직선거법 개정안 처리를 강행하자 한 자유한국당 의원은 문 의장을 향해 이같이 외쳤다. 국회의원 총선거의 룰을 정하는 선거법이 제1 야당이 배제된 채 처리되는 초유의 사태에 대한 비판이었다.
여야 ‘4+1(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가 이날 ‘한국당 패싱’으로 선거법을 처리하면서 정국은 급속도로 얼어붙을 전망이다. 집권 후반기 독주를 노린 여당이 교섭단체 요건도 갖추지 못한 군소 야당을 끌어들여 선거법을 갈아치우는 무리수를 뒀다는 비판이 나온다.
“날치기하지 마라” 저지에도 강행 처리
선거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 오른 이날 본회의장은 단상을 점거한 수십 명의 한국당 의원들과 이를 저지하려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로 아수라장이었다. 한국당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선거법 개정안이 상정된 지난 23일 문 의장에게 길을 터준 것과 달리 이날은 의사 진행 자체를 막는 전략을 폈다.
회의가 예정된 오후 3시보다 약 5분 앞서 본회의장에 들어선 한국당 의원 30여 명은 국회의장석 연단 앞에 ‘대한민국을 밟고 가라’ 등의 문구가 쓰인 플래카드를 펼쳐 세우고 농성을 시작했다. 한국당 의원들이 “국회 선진화법 위반”이라며 항의하자 한국당 의원들은 “선거법 자체가 위헌”이라고 맞섰다.
오후 4시30분께 문 의장이 본회의장에 들어서자 한국당 의원들이 일제히 그를 에워싸며 입장을 저지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문 의장이 의장석에 올라서지 못하게 몸으로 막으면서 “사퇴하라” “문희상을 규탄한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문 의장 쪽으로 손푯말을 집어 던지는 이도 있었다. 문 의장은 결국 질서유지권을 발동했다. 경호원들이 반대쪽 통로를 통해 한국당 의원들을 밀어낸 뒤 문 의장은 의장석에 올랐다. 본회의장에 들어선 지 1시간3분 만이었다. 심재철 한국당 원내대표는 문 의장 옆에 서서 “선거법을 날치기하는 것이냐”며 격렬하게 항의했지만 문 의장은 표결을 강행했다.
30여 년 만에 제1야당 배제한 선거법
선거법이 제1야당 배제 속에 통과된 것은 30여 년 만에 처음이다. 민정당이 1988년 3월 새벽 야당 의원들의 국회 본회의장 진입을 막고 단독으로 ‘소선거구제 개편안’을 날치기로 통과시킨 전례가 있을 뿐이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된 직후 페이스북에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죽었다”고 적었다.
이날 통과된 선거법 개정안은 위헌·위법 논란도 나오고 있다. 심 원내대표는 “개정 선거법은 평등선거와 직접선거의 원칙을 어긴 위헌”이라고 지적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지역구 투표를 정당 투표와 연계해 비례대표를 배분하기 때문이다.
개정 선거법은 국회법을 위반한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심 원내대표는 “선거법 개정안의 패스트트랙 원안과 본회의에 상정한 수정안은 국회법상 수정과 동의를 넘어선 별개의 법안”이라며 “수정안을 본회의에서 처리한 명백한 불법으로, 한국당은 이 부분에 대해서도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할 것”이라고 했다.
군소 정당 난립 우려…민주당도 걱정
개정 선거법은 군소 정당의 난립을 야기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현재까지 총 34개 정당이 등록돼 있다. 창당준비위원회를 꾸린 예비 정당도 16개에 달한다. 한국당이 위성정당인 ‘비례한국당’ 창당을 검토하고 있고, 이언주 이정현 의원 등이 창당을 준비하고 있다. 민주당도 ‘비례민주당’ 창당을 검토하고 있다. 민주당이 낸 것은 아니지만 이날 선관위에는 ‘비례민주당’을 창당하겠다는 신고서가 접수되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런 추세라면 21대 총선에서는 100여 개 정당이 난립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개정 선거법에 대해서는 민주당 내에서도 문제점을 지적하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권성동 한국당 의원은 “만나 본 민주당 의원들마다 개정 선거법의 문제점을 이야기하곤 했다”며 “‘그런데 왜 추진하느냐’고 물어봤더니 문재인 대통령이 공수처법을 통과시키고 싶어 해서 어쩔 수 없다고 했다”고 전했다.
임도원/김우섭 기자 van7691@hankyung.com
문희상 국회의장이 27일 국회 본회의장 의장석에서 공직선거법 개정안 처리를 강행하자 한 자유한국당 의원은 문 의장을 향해 이같이 외쳤다. 국회의원 총선거의 룰을 정하는 선거법이 제1 야당이 배제된 채 처리되는 초유의 사태에 대한 비판이었다.
여야 ‘4+1(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가 이날 ‘한국당 패싱’으로 선거법을 처리하면서 정국은 급속도로 얼어붙을 전망이다. 집권 후반기 독주를 노린 여당이 교섭단체 요건도 갖추지 못한 군소 야당을 끌어들여 선거법을 갈아치우는 무리수를 뒀다는 비판이 나온다.
“날치기하지 마라” 저지에도 강행 처리
선거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 오른 이날 본회의장은 단상을 점거한 수십 명의 한국당 의원들과 이를 저지하려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로 아수라장이었다. 한국당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선거법 개정안이 상정된 지난 23일 문 의장에게 길을 터준 것과 달리 이날은 의사 진행 자체를 막는 전략을 폈다.
회의가 예정된 오후 3시보다 약 5분 앞서 본회의장에 들어선 한국당 의원 30여 명은 국회의장석 연단 앞에 ‘대한민국을 밟고 가라’ 등의 문구가 쓰인 플래카드를 펼쳐 세우고 농성을 시작했다. 한국당 의원들이 “국회 선진화법 위반”이라며 항의하자 한국당 의원들은 “선거법 자체가 위헌”이라고 맞섰다.
오후 4시30분께 문 의장이 본회의장에 들어서자 한국당 의원들이 일제히 그를 에워싸며 입장을 저지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문 의장이 의장석에 올라서지 못하게 몸으로 막으면서 “사퇴하라” “문희상을 규탄한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문 의장 쪽으로 손푯말을 집어 던지는 이도 있었다. 문 의장은 결국 질서유지권을 발동했다. 경호원들이 반대쪽 통로를 통해 한국당 의원들을 밀어낸 뒤 문 의장은 의장석에 올랐다. 본회의장에 들어선 지 1시간3분 만이었다. 심재철 한국당 원내대표는 문 의장 옆에 서서 “선거법을 날치기하는 것이냐”며 격렬하게 항의했지만 문 의장은 표결을 강행했다.
30여 년 만에 제1야당 배제한 선거법
선거법이 제1야당 배제 속에 통과된 것은 30여 년 만에 처음이다. 민정당이 1988년 3월 새벽 야당 의원들의 국회 본회의장 진입을 막고 단독으로 ‘소선거구제 개편안’을 날치기로 통과시킨 전례가 있을 뿐이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된 직후 페이스북에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죽었다”고 적었다.
이날 통과된 선거법 개정안은 위헌·위법 논란도 나오고 있다. 심 원내대표는 “개정 선거법은 평등선거와 직접선거의 원칙을 어긴 위헌”이라고 지적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지역구 투표를 정당 투표와 연계해 비례대표를 배분하기 때문이다.
개정 선거법은 국회법을 위반한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심 원내대표는 “선거법 개정안의 패스트트랙 원안과 본회의에 상정한 수정안은 국회법상 수정과 동의를 넘어선 별개의 법안”이라며 “수정안을 본회의에서 처리한 명백한 불법으로, 한국당은 이 부분에 대해서도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할 것”이라고 했다.
군소 정당 난립 우려…민주당도 걱정
개정 선거법은 군소 정당의 난립을 야기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현재까지 총 34개 정당이 등록돼 있다. 창당준비위원회를 꾸린 예비 정당도 16개에 달한다. 한국당이 위성정당인 ‘비례한국당’ 창당을 검토하고 있고, 이언주 이정현 의원 등이 창당을 준비하고 있다. 민주당도 ‘비례민주당’ 창당을 검토하고 있다. 민주당이 낸 것은 아니지만 이날 선관위에는 ‘비례민주당’을 창당하겠다는 신고서가 접수되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런 추세라면 21대 총선에서는 100여 개 정당이 난립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개정 선거법에 대해서는 민주당 내에서도 문제점을 지적하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권성동 한국당 의원은 “만나 본 민주당 의원들마다 개정 선거법의 문제점을 이야기하곤 했다”며 “‘그런데 왜 추진하느냐’고 물어봤더니 문재인 대통령이 공수처법을 통과시키고 싶어 해서 어쩔 수 없다고 했다”고 전했다.
임도원/김우섭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