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문희상 국회의장이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저지를 뚫고 의장석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7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문희상 국회의장이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저지를 뚫고 의장석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우여곡절 끝에 '4+1'(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의 선거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하지만 4+1 협의체는 자유한국당이 창당을 예고한 '비례한국당'에 대응할 마땅한 카드가 없어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4+1 협의체는 오늘(27일) 오후 5시 45분경 본회의를 열고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선거법 개정안에 따르면 현행대로 지역구 253석, 비례대표 47석의 국회의원 300명을 유지하되, 비례대표 중 최대 30석까지는 정당득표와 부분 연동해 뽑게 된다.

개정안에 따르면 민주당이나 한국당처럼 지역구 당선자가 많은 정당들은 비례 의석을 획득하기 어렵다.

그런데 비례대표 국회의원만 따로 분리해서 뽑는 위성 비례정당이 생기면 비례 의석을 고스란히 차지하는 게 가능하다.

한국당은 한국당이라는 '본체' 정당에 지역구 표를, 비례한국당이라는 '위성' 정당에 비례대표 표를 각각 따로 몰아달라며 호소하겠다는 복안이다.

이렇게 되면 연동형 비례제 효과가 사라지고 현재 선거제도인 병립형 비례제(지역구 의석을 구분해 뽑고 비례대표 의석을 정당 득표율에 따라 배분)를 적용했을 때와 동일한 결과를 얻게 된다.

만약 민주당이 위성 비례정당을 만들지 않으면 한국당만 이득을 보게 된다. 때문에 민주당 내에서 '비례한국당'에 대응하는 '비례민주당'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정황이 포착되기도 했다.

민주당이 비례정당을 안 만들면 한국당이 비례대표 의석의 거의 반을 쓸어간다는 분석도 나왔다.

그렇다고 이번 선거법 개정을 주도한 민주당이 법 개정 취지를 훼손하는 비례정당을 만들면 모양새가 우습게 된다. 또 민주당이 비례정당을 만들면 가장 큰 피해를 입게 되는 정의당 측 반발이 불 보듯 뻔하다.

자칫 선거 때마다 연대해왔던 민주당과 정의당의 공조가 깨질 수 있다. 내년 총선을 코앞에 둔 상황이라 민주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4+1 협의체는 '페이퍼 정당을 만들겠다는 것이냐'며 반발하고 있지만 비례한국당을 막을 현실적인 대안은 없는 상황이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4+1 협의체의 비판에 대해 "꼼수에는 묘수를 써야 한다는 옛말이 있다"면서 "한국당은 이번 꼼수 선거법 개정에 반대한다. 비례한국당을 만드는 것만이 꼼수 선거법을 반대하는 국민들의 뜻을 받드는 길이기 때문에 반드시 만들겠다"고 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