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4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미국의 제재·압박에 맞서 '자위적 국방력'과 '자력갱생에 의한 경제건설' 노선을 천명하고 선두 지휘한 의미로 볼 수 있다.
연합뉴스가 29일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매체 보도와 통일부 자료를 토대로 집계한 결과 김 위원장은 올해 1월부터 이날 현재까지 정상회담과 행사 참석, 현지지도 등 83회의 공개활동을 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새 무기의 시험발사 지도 등 군 관련 활동과 민생 경제 행보는 각각 24회(28.9%)로 전체 활동에서 절반을 넘으며 큰 비중을 차지했다.
정치부문 22회, 정상회담과 외교 10회, 사회·문화 활동이 3회로 뒤를 이었다.
한편으론 재개발 중이던 삼지연 일대와 양덕 온천관광지구 건설장을 수차례 다녀가고 준공 테이프를 직접 끊는가 하면, 금강산관광지구를 찾아 남측 시설을 허물고 새로 조성하라고 지시하는 등 자력 의지를 과시하며 동분서주했다.
산업시찰 때면 간부들을 질책하면서 '인민에 헌신'을 연출하고 '성지'로 일컫는 백두산을 두차례 등정하며 국제사회의 제재와 고립으로 어수선한 내부 분위기를 다잡으려고도 했다.
김 위원장은 '평온'에서 '대결'로 치달은 올해 한반도 정세의 명암 속에서 정상외교로 유리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정월 초하루 신년사 발표 후 1주일도 안돼 첫 대외활동으로 중국을 방문,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에 앞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앞서 4월 말에는 집권 이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을 갖고 비핵화를 위해 대북 체제 안전 보장이 이뤄져야 한다는 공동 입장을 끌어냈다.
또 김 위원장은 하노이 회담 결렬에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판문점 회동 제의를 즉각 수용하고 친서를 교환하며 정상간 신뢰를 유지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하노이 방문 길에는 응우옌 푸 쫑 베트남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으로 양국 관계를 복원했다.
제5차 회의 결과는 아직 전해지지 않았지만, 김 위원장은 노동당 위원장 자격으로 당과 국가사업에 대한 보고를 했으며 '당 중앙위 정치국 위임에 따라' 회의를 사실상 주재했다.
통일부 북한통계포털에 따르면 김 위원장의 집권 후 공개활동은 2012년 151회에서 2013년 212회로 늘었다가 2014년 172회, 2015년 153회, 2016년 133회, 2017년 94회로 줄었다.
2018년 97회로 소폭 늘었으나 올해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정권 초기보다 통치에 자신감이 생기며 공개활동의 필요성이 줄었을 수 있지만,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지난해 감소세에는 하노이 회담이 예상치 못하게 성과를 못 내면서 공개활동을 꺼리는 측면이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북한 매체가 언급하지 않았지만, 조용원이 김 위원장을 밀착 수행하는 모습이 조선중앙TV 등에 수차례 노출된 적이 있어 사실상 '그림자'처럼 따라다닌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당 제1부부장(18회)이 하노이 회담 이후 수행비서 바통을 그에게 넘겨준 듯, 현 부부장은 김 위원장의 백두산 등정을 비롯해 김여정·조용원과 함께 '이너서클 멤버'로 우뚝 선 모습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