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 곳곳에서 볼 수 있는 빨간 자선냄비에 현금을 넣을 수도 있지만 이젠 카드나 다양한 전자결제 방식으로도 기부가 가능하다. 구세군 자선냄비 거리모금에 있는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스캔하면 네이버페이나 제로페이를 통해 원하는 금액을 설정해 기부할 수 있다. 후불교통카드 기능이 있는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로 터치해도 기본 1000원 단위로 기부에 참여할 수 있다. 이 같은 스마트 모금방식은 올해 처음으로 도입됐다.
구세군은 1865년 영국 런던의 감리교 목사 윌리엄 부스의 사역을 시작으로 현재 전 세계 131개국에서 사역하고 있다. 선교에 목적을 둔 영혼 구원사역과, 자선냄비를 비롯한 사회복지시설, 전문시설 등 사회 구원을 목적으로 하는 사역이 있다. 구세군 관계자는 “91년째 변함없이 국민들의 따뜻한 손길로 자선냄비 모금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는 구세군 한국군국은 올해 첫 스마트 모금을 도입했다”며 “이를 통해 더 편리하고 친근한 나눔 문화를 확산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스마트 모금은 올해 서울 시내 100곳에서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앞으로 관심과 참여가 커지면 점차 더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깊어지는 겨울, 구세군에서 위탁 운영하고 있는 은평의마을과 남대문쪽방상담소에서는 따뜻한 기부소식도 전해왔다. 2013년부터 은평의마을 중증환자실에서 생활하고 있는 김모씨는 시각장애 1급이다. 앞을 볼 수 없는데다 신부전증으로 매주 3회씩 혈액투석을 받고 있다. 그는 지난 2일 은평의마을 원장인 홍봉식 사관을 만나 자선냄비모금에 참여할 의사를 표시하고 100만원을 기부했다. 김씨는 “먹고 싶은 것 안 먹고, 사고 싶은 것 안 사며 아껴 모은 돈”이라며 “나도 어렵게 생활하고 있지만 나보다 더 힘든 사람들을 위해 사용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홍 사관은 “이 감동적인 기부가 어려운 이웃들에게 희망을 전하는 선물이 됐으면 한다”고 답했다.
구세군이 위탁 운영하는 남대문쪽방상담소는 공동작업장에서 쪽방 주민들이 쇼핑백접기를 하며 생활하고 있는 곳이다. 주민들 중 한 명인 용명중 씨는 “나도 형편이 넉넉하지 못하지만 쇼핑백을 한 장, 한 장 접어 모은 돈을 나보다 더 힘들고 어렵게 생활하는 분들을 위해 썼으면 한다”며 그동안 모은 돈을 자선냄비에 기부했다. 최근 금연을 했다는 고광오 씨도 “더이상 담뱃값이 들지 않는다”며 생활이 어려운 어르신들을 돕는데 사용해 달라며 모금에 동참했다.
남대문로5가 쪽방 주민들은 지난 7월부터 남대문쪽방상담소 편의시설에 설치된 자판기 커피를 마실 때마다 100원씩 기부했다. 이렇게 십시일반 모은 33만5110원을 주민회의를 통해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사용하는 것으로 뜻을 모았다.
정수현 서울특별시립 남대문쪽방상담소 소장은 “나보다 더 어려운 이웃들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에 큰 감동을 받았다”며 “더불어 살아가는 마을공동체의 자선냄비 모금으로 어려운 이웃들에게 희망이 전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