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주 국가통계위원회를 주재하고 “국민에게 신뢰받지 못하는 통계는 의미가 없다”며 “통계 작성 과정을 더욱 투명화 고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가계동향 조사에 이어 지난 10월 비정규직 통계 논란에 이르기까지 국가 통계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일이 잇따라 발생한 데 대해 통계청에 경고를 한 것이라고 한다.

정부는 유사 사태 재발 방지 대책도 내놨다. 통계 조사 방식을 바꿀 때는 외부 전문가를 참여케 하고 다른 통계에 미치는 영향을 사전에 평가하는 한편 사후 검증 역시 의무화했다. 정확한 통계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정부가 뒤늦게나마 그 필요성을 인정하고 개선책을 내놓은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문제는 따로 있다. 통계, 특히 경제 관련 통계를 둘러싼 논란은 현 정부 들어 유독 자주 발생하고 있다. 통계 작성 과정은 물론 해석을 둘러싸고도 그렇다. 문재인 대통령과 홍 부총리 자신은 물론 청와대와 여당 관계자들이 ‘보고 싶은’ 통계만 인용한 사례는 한둘이 아니다. “경제는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 “고용의 양과 질 모두 뚜렷한 회복세”(문 대통령) “한국 경제가 선방하고 있다”(이호승 경제수석) 등이 대표적이다. 주요 지표가 일제히 곤두박질쳐 올해 2%대 성장이 의문시되고 경제허리인 30~40대 취업자 수가 2년 넘게 동반 감소하고 있는 현실과는 너무나 괴리가 큰 해석들이다.

문제의 본질은 ‘경제 추락’이다. 경제가 안 좋다 보니 정부는 어떻게든 실상을 감추려 들고 그러다 보니 ‘꼼수 통계’나 ‘통계 분식(粉飾)’ 논란이 생기는 것이다. ‘보고 싶은’ 통계만 인용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경제가 살아나면 각종 지표는 저절로 좋아질 것이고 통계를 둘러싼 논란도 함께 수그러들 것이다. 통계 오류는 시정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싸늘하게 식어가는 경제부터 살리는 게 급선무다. 숱한 문제가 거기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