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비례대표 선거용 위성정당인 ‘비례한국당’(가칭)을 조만간 창당한다. 내년 총선에서 불출마를 선언한 의원들과 정치 신인들을 대거 신당에 배치시킬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29일 한국당에 따르면 준(準)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진통 끝에 지난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한국당의 위성정당 창당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원영섭 한국당 조직부총장을 팀장으로 하는 비례정당 창당 태스크포스(TF)의 실무 작업이 상당 부분 진행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당 관계자는 “당 지도부 결정이 있으면 이른 시일 내에 창당이 가능한 수준으로 준비돼 있는 상태”라며 “늦어도 다음달 비례정당 창당을 완료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당내 의원들 사이에서는 ‘누가 비례한국당으로 가야 하는가’를 두고 민감한 반응이 오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불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이 비례정당에 합류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윤상직 의원 등이 언급되고 있다. 한국당은 단순히 비례대표 의원 수를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정치 신인을 앞 순번에 배치해 쇄신 효과를 노린다는 방침이다. 마땅히 출마할 지역구가 없는 현역 비례대표 의원들이 입당해 ‘비례 재선’을 꾀할 가능성도 있다. 어떤 식으로든 적지 않은 수의 의원이 비례정당으로 당적을 옮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당의 기호는 의석 순으로 정해진다. 한국당은 비례한국당 의석수를 약 30석 규모로 꾸려 28석인 바른미래당을 누르고 원내 3당으로 만들기로 했다. 원내 2당인 한국당이 비례대표 후보를 내지 않으면 투표용지 속 비례한국당 기호가 2번이 될 것이라는 기대다. 한국당이 지역구 투표용지에서 기호 2번을, 비례한국당이 비례대표 투표용지에서 기호 2번을 각각 차지해 ‘기호 2번 선거운동’을 펼 수 있다는 게 한국당 설명이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