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행정부 수반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사진)은 사실상의 ‘노 딜(no deal)’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를 막기 위해 브렉시트 전환(이행) 기간의 연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지난 27일 독일 주간지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협상 시한이 매우 촉박해 걱정”이라며 이 같은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타결지어야 할 협상은 무역 부문뿐만이 아니다”며 “안보와 어업권도 협상해야 하는데, 이 부문은 합의 없이 브렉시트가 이뤄질 경우 적용할 국제적인 규정이 없다”고 지적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같은 날 프랑스 경제지 레제코와의 인터뷰에서도 “단기간에 협상이 가능한지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며 브렉시트 전환 기간의 연장 필요성을 주장했다.

영국은 지난 12일 총선에서 브렉시트 강경파인 보리스 존슨 총리가 이끄는 보수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한 데 이어 존슨 총리가 내놓은 EU 탈퇴협정 법안이 하원에서 통과돼 예정대로 내년 1월 31일 브렉시트를 단행할 전망이다. 이 법안에는 내년 말까지로 설정된 브렉시트 전환 기간을 연장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항이 들어 있다.

EU와 영국은 전환 기간에 자유무역협정(FTA), 외교·안보, 이민 문제 등 미래 관계에 대해 협상한다. 이 협상은 각국의 첨예한 이해관계가 얽힌 만큼 지난 3년여간 진통을 거듭한 영국의 EU 탈퇴 조건 협상보다 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 기간에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으면 영국이 사실상 합의 없이 EU를 떠나는 ‘노 딜’ 브렉시트가 발생하게 된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브렉시트 드라마는 이미 EU를 떠나고 싶어하는 포퓰리스트들에게 쓴 교훈을 줬다”며 “지난 5년간 국제적인 상황은 홀로 남으려는 국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런던=강경민 특파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