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주문 - 조해주(1993~)
선서하듯이
한쪽 손을 든다
그렇게 하면 물 한 잔이 온다

두 잔이 필요하더라도
손은 한 번만 든다
세 잔
네 잔이 필요하더라도

시집 《우리 다른 이야기 하자》(아침달) 中

우리는 흔히 말하죠. “사람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 저는 이 말이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변하는 것은 ‘지금 이 순간’이나 ‘미래’에나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던가요? 그런데 우리는 왜 ‘과거에 변하지 않은 것’을 두고 ‘미래에도 변하지 않는다’고 할까요? 말과 말의 의미는 참 어렵고 대단한 것 같아요. 변하지 않는다는 말은 변하기를 소망하는 마음을 꽁꽁 감추잖아요. 그래서 저는 이제부터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는 말을 이렇게 말해보려 해요. 변하지 않아서 사람은 약속을 하는 거라고. 약속은 끊어지지 않고, 약속은 미래로 향하니까요. 변하지 않는 당신도 처음에는 물 한 잔으로 왔다가 다음에는 두 잔으로, 세 잔으로 올 거라고 믿으니까요. 훗날 수줍게 선서하듯 이렇게 말할 수도 있겠죠. 여기 마음 두 잔 부탁드린다고요.

이서하 < 시인(2016 한경 신춘문예 당선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