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민족과 딜리버리히어로의 합병 발표에 독점을 우려한 소상공인들이 반발하고 있다. (사진 = 한경DB)
배달의민족과 딜리버리히어로의 합병 발표에 독점을 우려한 소상공인들이 반발하고 있다. (사진 = 한경DB)
"게르만 민족도 우리 민족이었나?"


배달앱 배달의 민족과 요기요와 합병을 두고 나오는 말이다.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 형제들과 딜리버리히어로와의 합병으로 국내 배달앱 시장이 독점화할 우려가 커지면서, 수수료 인상을 우려한 자영업자 반발이 커지고 있다.

30일 정치권에 따르면 소상공인연합회는 지난 27일 국회에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우아한형제들과 딜리버리히어로의 기업결합을 엄정하게 심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소상공인 뿐만 아니라 자영업자도 포괄하는 단체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특정 시장의 전무후무한 독점 소식에 배달앱을 활용하는 소상공인들은 수수료와 광고료 인상이 현실화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며 "둘의 기업결합은 소상공인들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고 소비자 선택을 저해할 것인 만큼, 이에 대한 반대 입장을 명확히 밝힌다"고 말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공정위에 △가맹점들에 대한 독점적 지위 강화와 시장지배력 남용 우려 △수수료 등 거래조건의 일방 결정 가능성에 대한 우려 △각종 불공정 행위의 위험 등을 충분히 반영해 심사해야 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전달할 계획이다.

자영업자들이 두 회사의 합병을 전면 반대하고 나선 이유는 현재 수수료가 과도하다고 체감하고 있어서다. 지난 6월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발표한 '배달앱 가맹점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배달앱 가맹점 506개사 중 배달앱에 지불하는 수수료가 과도하다는 응답은 55.9%나 됐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이 중소벤처기업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현재 여섯 개의 배달앱 업체가 운영 중이다. 이 가운데 95% 이상을 배달의민족(약 50%)과 요기요(약 35%), 배달통(약 10%) 등 3개 업체가 점유하고 있다.

앞서 배달의민족은 지난 13일 요기요의 딜리버리히어로에 지분 87%를 매각하고 합병한다고 발표했다. 딜리버리히어로가 배달앱 3위인 배달통도 운영하고 있다.
배달의 민족과 요기요의 합병을 둘러싸고 이용자들이 불매 운동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진 = 한경DB)
배달의 민족과 요기요의 합병을 둘러싸고 이용자들이 불매 운동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진 = 한경DB)
독점 우려 확산에 정치권도 공정위에 엄정한 심사를 촉구했다. 추혜선 의원은 "두 회사가 인수합병에 성공할 경우 국내 배달앱 시장의 95% 가량을 딜리버리히어로가 독점하게 된다"며 "현재 우아한형제들과 딜리버리히어로가 양분하고 있는 배달앱 시장에서도 불공정이 존재하는데, 한 사업자가 완전히 독점하게 될 경우 어떤 모습이 되겠냐"고 강조했다.

두 회사의 합병으로 소비자는 물론, 배달 노동자들의 근무 여건도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추 의원은 "독점으로 높아진 상인들의 부담은 소비자들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최근 노동자 지위를 인정받기 시작한 배달 노동자들 역시 최소한의 견제 환경이 무너져 더 값싸고, 더 위험한 노동환경에 내몰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소상공인들의 우려 표명에 일부 소비자들도 동요하고 있다. 일각에선 배민 불매를 벌여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한 네티즌은 "소상공인들이 수수료 때문에 힘들다는 걸 보니 배달앱으론 주문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이용자들도 민족성 마케팅을 벌이던 '배달의 민족'에 실망감을 나타내고 있다. 배민은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라며 민족성을 앞세운 문구로 큰 주목을 받았다. 한 네티즌(@groove***)은 "우아한 매국노들? 애국마케팅 엄청하고 자영업자분들 피빨아 등골 뽑아먹고, 배불려서 돈파티했네"라고 꼬집었다. 다른 네티즌들도 "불매가 답이다. 독과점의 폐해", "이제 게민이다. 게르만민족"이라고 지적했다.

공정위는 두 회사의 합병이 혁신 서비스 제공으로 이어질 수 있을 지에 중점을 두겠다는 입장이다. 최근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기업결합 검사를 하는)공정위는 혁신을 촉진하기도, 가로막기도 한다"며 "(두 회사의 합병이)혁신을 촉진하는 측면과 독과점이 발생할 경우 소비자에게 피해가 될 수 있는 측면을 균형 있게 따져보겠다"고 밝혔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