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 한계에서 벗어난 음악, 극적인 서사 대중에 어필
팬미팅·광고모델 기용…시대·세대 초월한 '양준일 신드롬'
시대와 세대를 초월해 '대세'로 떠오른 가수 양준일(50)이 한국에서 본격적 활동 소식을 하나둘씩 전하고 있다.

팬들의 관심이 가장 집중된 것은 오는 31일 오후 광진구 세종대학교 대양홀에서 열리는 공식 팬미팅이다.

미국에 거주하던 그가 지난 20일 귀국한 뒤 처음으로 많은 대중을 직접 만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데뷔 약 30년 만의 첫 팬미팅인 만큼 예매를 시작하자마자 2회 전석이 매진되는 기염을 토했다.

그는 팬미팅에 앞서 국내 취재진과도 만나 소회를 밝힐 예정이다.

팬미팅 하루 전인 30일에는 첫 광고모델 발탁 소식이 전해졌다.

롯데홈쇼핑 유료회원제 서비스인 '엘클럽' 광고모델로 기용된 것.
방송 출연도 추진된다.

예능프로그램 '투유 프로젝트 - 슈가맨 3'로 양준일의 인기 기폭제가 된 JTBC는 그의 귀국 후 행보를 촬영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밖에도 양준일에게는 방송과 광고 등 전방위적으로 러브콜이 쏟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준일 본인도 활동 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지난 25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해 한국 정착 소망을 밝힌 바 있다.

그는 '음원이나 광고, 뮤지컬 등 굉장히 많은 제안이 들어오는데 다 할 것이냐'는 손석희 앵커의 질문에도 "시간이 되면, 여러분들이 저를 원하는 동안은 그걸 다 해보고 싶다"고 답했다.

화제성만큼이나 상당한 규모의 팬덤도 이미 형성됐다.

그의 팬 카페 회원 수는 5만 5천 명을 넘어섰고 아이돌 가수들이 주로 등장하는 옥외 광고까지 내걸렸다.

1990년대 초반 활동 당시엔 빛을 보지 못한 그가 약 30년 공백이 무색한 인기를 누리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복고 열풍을 넘어 문화적으로도 여러 의미를 짚어낼 수 있는 현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양준일 신드롬은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만들어 선보이기 전에 대중이 먼저 스타를 발굴한 사례라는 점에서 특징적이다.

양준일은 과거 음악방송을 스트리밍하는 유튜브 '온라인 탑골공원'을 통해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리베카', '가나다라마바사', '댄스 위드 미 아가씨' 등 그의 음악은 1990년대 당시 이질적으로 여겨졌지만 요즘 젊은 세대는 공명했다.

시대 한계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음악과 춤을 선보였다는 점이 오히려 지금에 와서 그에게 오리지널리티를 부여한 셈이다.

슈가맨 진행자 중 하나인 작사가 김이나는 양준일을 만난 뒤 SNS에 "시대를 타지 않는 모든 것들은 결국 시대의 눈치를 보지 않은 것밖에 없었다"고 썼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최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요즘 K팝 하면 정해진 퍼포먼스와 음악적 장르 등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며 "그걸 넘어서는 장르를 (대중이)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사'가 있다는 점도 대중의 마음을 끈다는 분석이다.

재미교포 출신으로서 활동 당시엔 좌절하고 생활인의 삶을 살다가 스타로 다시 돌아왔다는 극적 스토리, 양준일을 받아들이지 못한 당시 한국 사회에 대한 안타까움 등이 맞물려 여러 세대에 공감대를 불러일으켰다.

양준일은 뉴스룸 출연 당시 "제 삶이 하루하루가 재방송 느낌이었는데, 한국에 오고 나서는 하루가 안 끝나고 계속 가는 느낌"이라며 "매일 '이게 꿈인가' 얘기하면서 감사하다"는 소회를 밝혔다.

정덕현 평론가는 "요즘 대중들이 요구하는 스타상은 손에 닿지 않는 스타가 아니다.

우리와 같은 일상을 공감하는 스타를 원하는데, 양준일이 그런 인물"이라고 짚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