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대 들어서 단순 서비스직을 비롯한 상대적으로 생산성이 낮은 업체에서 근무하는 사람이 금융·정보기술(IT) 업종 등 생산성이 높은 업체로 옮기기가 한층 어려워졌다는 한국은행의 분석이 나왔다. 이처럼 '노동이동 경직성'이 커지면서 노동생산성과 성장잠재력을 깎아 먹고 있다는 평가다.

한은은 30일 조사통계월보에 실린 '산업간 노동이동 경직성의 거시경제적 영향' 보고서에서 이 같은 분석 결과를 내놨다.

보고서를 작성한 박창현 한은 조사국 과장은 "2011∼2018년 저생산성 업종에서 고생산성 업종으로 이직하는 것이 2002~2010년과 비교해 크게 어려워졌다"며 "산업간 노동 대체탄력성이 2002~2010년 평균 3.5에서 2011~2018년 1.4로 40%가량 낮아졌다"고 평가했다. 노동 대체탄력성이 낮아졌다는 것은 그만큼 한 산업에서 종사하는 근로자를 다른 산업에서 근무하는 근로자로 대체하는 것이 더 어려워졌다는 뜻이다. 가령 유통업체나 식당에서 근무하는 금융·IT 업체으로 이직하는 사례가 더 줄었다는 의미다. 박 과장은 "더 나은 직장을 찾는 구직자들의 취업난과 해고자가 재취업하려는 구직난이 한층 더 심화된 것"이라며 "노동 유연성이 한층 낮아진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박 과장은 "기계화·자동화가 진전되면서 생산성 높은 업체의 일자리가 줄어든 데다 기술 고도화로 기술 습득 비용이 올라가고 구직경쟁도 격화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맞벌이 가구가 늘면서 배우자가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 일자리를 찾으려는 움직임도 줄어들었다"고 분석했다.

인적 자원이 산업간 장벽을 넘어 효율적으로 재배치되는 흐름이 약화되면서 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박 과장은 "2011∼2018년 국내총생산(GDP) 합계가 2002∼2010년보다 34.9% 늘었다"며 "노동시장 경직성이 커지지 않았다면 GDP 증가율은 37.8%로 2.9%포인트 올랐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은은 이 같은 노동시장 경직성이 노동생산성과 성장잠재력을 동시에 갉아 먹을 수 있는 만큼 정부가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 과장은 "정부가 구인자와 구직자의 미스매치(불일치)를 완화해기 위한 정책을 설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기술진보에 맞춘 직업능력개발 프로그램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