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대한항공의 마일리지 개편안을 일부 재검토하라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30일 알려졌다. 공정위 권고에 따라 항공사 중 처음으로 개편안을 내놓은 대한항공이 개편안을 재검토할 경우 추가로 개편안을 준비 중인 다른 항공사에도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정부와 항공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주 대한항공의 마일리지 개편안과 관련해 소비자에게 불리하다는 의견이 많아 이를 재검토해 달라는 의견을 전달했다. ▶본지 12월 23일자 A2면, 27일자 A15면 참조

대한항공은 지난 13일 현금과 마일리지를 함께 섞어 결제할 수 있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 마일리지 제도 개편안을 발표했다. 개편안에는 마일리지 적립률과 공제율을 변경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2021년 4월부터 대한항공 이용자는 장거리 노선 항공권을 사려면 기존보다 더 많은 마일리지를 내야 하고, 탑승 후 쌓이는 마일리지는 저가 항공권의 경우 70%(적립률)에서 25%로 크게 줄어드는 내용이 골자다. 예컨대 비성수기 인천~뉴욕 프레스티지석(비즈니스석) 편도의 경우 항공권 구입 때 필요한 마일리지는 현재 6만2500에서 9만으로 늘어난다. 반면 같은 구간을 이코노미석으로 이용했을 경우 쌓이는 마일리지는 4815에서 1719로 64.3% 줄어든다.

이 같은 보도가 나가자 소비자들은 대한항공을 상대로 공동 소송을 낼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박현식·김동우·하정림 변호사로 구성된 법무법인 태림 변호인단은 지난 26일 “대한항공 마일리지 개편안은 대부분 소비자에게 불리한 내용”이라며 “공정위에 불공정 약관 심사를 청구하고 소송도 준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소송엔 290여 명이 동참 의사를 밝혔으며 시간이 갈수록 동참자는 더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파장이 갈수록 커지자 공정위도 대한항공에 재검토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 개편안이 소비자에게 상당히 불리한 것으로 공정위가 판단하고 대한항공에 의견을 낸 것”이라며 “업계 1위인 대한항공이 마일리지 개편안을 재검토할 경우 아시아나항공 등 다른 항공사의 마일리지 제도 개편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후/이태훈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