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등록 하라더니…2년 만에 180도 바뀐 정부방침 '장려→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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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도세·보유세 감면 및 배제 줄줄이 축소·철폐
"정책 신뢰성 훼손…2023년 이후 등록 없을 것"
"정책 신뢰성 훼손…2023년 이후 등록 없을 것"
“세입자와 집주인 모두 상생할 수 있는 정책을 펼치겠다.”
2017년 12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임대주택등록 활성화방안’을 발표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임대차시장에서 공공의 역할에 한계가 있는 만큼 다주택자를 양지로 끌어내 주거안정을 도모하겠다는 의미다. 그러나 집값이 꿈틀하면서 정부의 방침은 2년 만에 규제로 180도 바뀌었다. 정부 말만 믿고 임대사업자 등록을 고려하던 이들의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 정책이 근시안적이고 일관성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임대 등록 하라더니…
정부는 이달 발표한 ‘12·16 대책’을 통해 임대사업자 모니터링을 강화하면서 세제 혜택을 줄이기로 했다. 취·등록세 감면 요건에 주택가액 기준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그동안 임대사업자가 아파트나 주거용 오피스텔을 분양받아 임대주택으로 등록할 땐 면적에 따라 취등록세가 50~100% 감면됐다. 서울 웬만한 중형 아파트 한 채의 취득세가 2000만원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세제 혜택이 큰 셈이다.
하지만 12·16 대책에 따라 앞으론 가액 기준을 함께 충족해야 이 같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다른 세제를 고려하면 공시가격 6억원(서울·수도권)을 기준으로 삼을 가능성이 높다. 고가 아파트가 많은 서울 강남이나 마용성 등 인기 지역 아파트의 경우 임대사업자가 취·등록세를 전액 부담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2년 전만 해도 정부의 기조는 정반대였다. ‘8·2 대책’을 통해 다주택자에게 집을 팔라고 압박하면서도 한편으론 임대사업자 등록을 장려했다. 다주택자들이 임대차시장의 주택 공급원이기 때문이다. 2018년 4월 이전 임대등록을 할 경우 유형(4·8년)에 관계없이 양도세 중과 배제와 감면, 종합부동산세 합산 배제 혜택을 줬다. 이날 이후 임대등록하는 주택의 경우엔 8년짜리 장기임대에 한해 같은 혜택을 부여했다. 임대주택등록 활성화방안을 통해선 10년 이상 장기임대사업자의 장기보유특별공제 비율을 종전 50%에서 70%로 상향했다.
임대사업자 등록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4년 단기임대 등록 시한인 지난해 3월 한 달 동안의 신규 임대사업자는 3만5000여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4600여명) 대비 8배가량 증가했다. 장부상 주택 숫자를 줄여 양도세 절세가 가능한 데다 보유세 부담도 없어서다. 그러나 임대등록이 늘면서 시중에 매물이 잠기자 부작용이 곧바로 나타났다. 수급 불균형에 집값에 다시 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정부는 지난해 ‘9·13 대책’에서 임대사업자에게 주던 혜택을 대부분 거둬들였다. 이날 이후 신규로 취득하는 주택을 임대등록할 경우 양도세를 그대로 중과하고 종부세도 부과하기로 했다. 임대 개시시점을 기준으로 공시가격 6억원과 전용면적 85㎡를 넘는 주택의 경우엔 양도세 100% 감면과 최고 70%의 장특공제 혜택도 없앴다. 사실상 9·13 대책 이후 매입한 주택은 임대등록을 하더라도 실익이 전혀 없는 셈이다. ◆더 깐깐해지는 세법
정부는 올해 들어서도 관련 세법을 여럿 개정하면서 임대사업자를 더욱 옥좼다. 연초엔 거주주택 과세특례를 바꿨다. 종전엔 임대사업자의 거주주택은 횟수에 상관없이 9억원까지 양도세 비과세가 가능했다. 예컨대 기존 거주주택을 비과세로 처분하더라도 새 집에 다시 거주요건을 갖추면 비과세가 가능한 방식이다. 그러나 정부는 임대사업자들이 이를 이용해 2년마다 주택을 옮기면서 비과세 전략을 구사한다고 보고 거주주택 양도세 면제 혜택을 평생 한 번으로 제한했다.
7월 개정안은 아예 임대소득세가 늘어나도록 설계했다. 그동안 지분소유 형태의 임대주택은 과세 대상이 아니었지만 임대소득이 연 600만원이 넘거나 공시가격 9억원 이상의 주택 지분을 30% 이상 소유할 경우 주택수에 가산하기로 했다. 임대소득세 대상 주택수가 늘어나면 세금도 증가한다. 2주택까지는 월세에 대한 소득세를 내지만 3주택부턴 전세보증금(간주임대료로 계산)에 대한 과세가 가능해서다. 이렇게 총 임대소득이 연 2000만원을 넘을 경우 분리과세가 아닌 종합소득세 합산과세로 세금을 정리하게돼 누진세율에 따른 세금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전용 85㎡ 이하나 공시가격 6억원 이하 임대주택에 대한 소득세 감면율도 각각 최대 20%와 50%로 하향했다. 사실상 세금을 더 걷겠다는 의미다.
세법이 거듭 개정되는 동안 임대사업자를 위한 ‘당근’은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이번 대책에선 세제 혜택 환수나 등록 제한 등의 벌칙 조항이 신설되고 합동점검 계획이 나왔다. 여기서 전월세 실거래등록제와 계약갱신청구권 등이 추가로 도입될 조짐이어서 임대사업자 등록에 따른 실익은 점점 줄어들 전망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나서서 장려하며 임대사업자에 주던 혜택이 현재는 대부분 거의 없어진 상황”이라면서 “정책 일관성이 유지되지 않으면 신뢰도가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2~3년 후부턴 임대사업자 등록이 아예 끊길 수 있단 전망도 나온다. 사실상 마지막 남은 혜택인 최고 70% 장특공제의 경우 2022년 말까지 임대로 등록해야 받을 수 있어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세무사는 “장특공제 일몰은 취득시점과 관계없기 때문에 9·13 대책 이전 매입한 주택도 2022년까진 등록해야 혜택을 받을 수 있다”며 “정부가 잇따라 세제를 손보고 있어 2023년부턴 개인이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는 경우를 찾아보기 힘들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2017년 12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임대주택등록 활성화방안’을 발표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임대차시장에서 공공의 역할에 한계가 있는 만큼 다주택자를 양지로 끌어내 주거안정을 도모하겠다는 의미다. 그러나 집값이 꿈틀하면서 정부의 방침은 2년 만에 규제로 180도 바뀌었다. 정부 말만 믿고 임대사업자 등록을 고려하던 이들의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 정책이 근시안적이고 일관성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임대 등록 하라더니…
정부는 이달 발표한 ‘12·16 대책’을 통해 임대사업자 모니터링을 강화하면서 세제 혜택을 줄이기로 했다. 취·등록세 감면 요건에 주택가액 기준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그동안 임대사업자가 아파트나 주거용 오피스텔을 분양받아 임대주택으로 등록할 땐 면적에 따라 취등록세가 50~100% 감면됐다. 서울 웬만한 중형 아파트 한 채의 취득세가 2000만원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세제 혜택이 큰 셈이다.
하지만 12·16 대책에 따라 앞으론 가액 기준을 함께 충족해야 이 같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다른 세제를 고려하면 공시가격 6억원(서울·수도권)을 기준으로 삼을 가능성이 높다. 고가 아파트가 많은 서울 강남이나 마용성 등 인기 지역 아파트의 경우 임대사업자가 취·등록세를 전액 부담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2년 전만 해도 정부의 기조는 정반대였다. ‘8·2 대책’을 통해 다주택자에게 집을 팔라고 압박하면서도 한편으론 임대사업자 등록을 장려했다. 다주택자들이 임대차시장의 주택 공급원이기 때문이다. 2018년 4월 이전 임대등록을 할 경우 유형(4·8년)에 관계없이 양도세 중과 배제와 감면, 종합부동산세 합산 배제 혜택을 줬다. 이날 이후 임대등록하는 주택의 경우엔 8년짜리 장기임대에 한해 같은 혜택을 부여했다. 임대주택등록 활성화방안을 통해선 10년 이상 장기임대사업자의 장기보유특별공제 비율을 종전 50%에서 70%로 상향했다.
임대사업자 등록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4년 단기임대 등록 시한인 지난해 3월 한 달 동안의 신규 임대사업자는 3만5000여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4600여명) 대비 8배가량 증가했다. 장부상 주택 숫자를 줄여 양도세 절세가 가능한 데다 보유세 부담도 없어서다. 그러나 임대등록이 늘면서 시중에 매물이 잠기자 부작용이 곧바로 나타났다. 수급 불균형에 집값에 다시 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정부는 지난해 ‘9·13 대책’에서 임대사업자에게 주던 혜택을 대부분 거둬들였다. 이날 이후 신규로 취득하는 주택을 임대등록할 경우 양도세를 그대로 중과하고 종부세도 부과하기로 했다. 임대 개시시점을 기준으로 공시가격 6억원과 전용면적 85㎡를 넘는 주택의 경우엔 양도세 100% 감면과 최고 70%의 장특공제 혜택도 없앴다. 사실상 9·13 대책 이후 매입한 주택은 임대등록을 하더라도 실익이 전혀 없는 셈이다. ◆더 깐깐해지는 세법
정부는 올해 들어서도 관련 세법을 여럿 개정하면서 임대사업자를 더욱 옥좼다. 연초엔 거주주택 과세특례를 바꿨다. 종전엔 임대사업자의 거주주택은 횟수에 상관없이 9억원까지 양도세 비과세가 가능했다. 예컨대 기존 거주주택을 비과세로 처분하더라도 새 집에 다시 거주요건을 갖추면 비과세가 가능한 방식이다. 그러나 정부는 임대사업자들이 이를 이용해 2년마다 주택을 옮기면서 비과세 전략을 구사한다고 보고 거주주택 양도세 면제 혜택을 평생 한 번으로 제한했다.
7월 개정안은 아예 임대소득세가 늘어나도록 설계했다. 그동안 지분소유 형태의 임대주택은 과세 대상이 아니었지만 임대소득이 연 600만원이 넘거나 공시가격 9억원 이상의 주택 지분을 30% 이상 소유할 경우 주택수에 가산하기로 했다. 임대소득세 대상 주택수가 늘어나면 세금도 증가한다. 2주택까지는 월세에 대한 소득세를 내지만 3주택부턴 전세보증금(간주임대료로 계산)에 대한 과세가 가능해서다. 이렇게 총 임대소득이 연 2000만원을 넘을 경우 분리과세가 아닌 종합소득세 합산과세로 세금을 정리하게돼 누진세율에 따른 세금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전용 85㎡ 이하나 공시가격 6억원 이하 임대주택에 대한 소득세 감면율도 각각 최대 20%와 50%로 하향했다. 사실상 세금을 더 걷겠다는 의미다.
세법이 거듭 개정되는 동안 임대사업자를 위한 ‘당근’은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이번 대책에선 세제 혜택 환수나 등록 제한 등의 벌칙 조항이 신설되고 합동점검 계획이 나왔다. 여기서 전월세 실거래등록제와 계약갱신청구권 등이 추가로 도입될 조짐이어서 임대사업자 등록에 따른 실익은 점점 줄어들 전망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나서서 장려하며 임대사업자에 주던 혜택이 현재는 대부분 거의 없어진 상황”이라면서 “정책 일관성이 유지되지 않으면 신뢰도가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2~3년 후부턴 임대사업자 등록이 아예 끊길 수 있단 전망도 나온다. 사실상 마지막 남은 혜택인 최고 70% 장특공제의 경우 2022년 말까지 임대로 등록해야 받을 수 있어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세무사는 “장특공제 일몰은 취득시점과 관계없기 때문에 9·13 대책 이전 매입한 주택도 2022년까진 등록해야 혜택을 받을 수 있다”며 “정부가 잇따라 세제를 손보고 있어 2023년부턴 개인이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는 경우를 찾아보기 힘들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