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새해 벽두 車값 수십만원 인상…내수 벌써 '흐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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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1일부터 개소세 3.5 → 5% 적용
출고가 3000만원 기준 65만원 인상
전기차 보조금·충전요금 할인 '축소'
출고가 3000만원 기준 65만원 인상
전기차 보조금·충전요금 할인 '축소'
소비자들의 체감 자동차 구매가격이 오르며 올해에도 내수시장 규모가 180만대를 하회할 전망이다.
2020년 첫날인 1일부터 자동차 가격이 수십만원씩 오른다. 정부가 자동차 개소세를 기존 5%에서 3.5%로 1.5%포인트(p) 인하했던 것을 지난해로 끝냈기 때문이다. 작년에 계약을 했더라도 자동차를 올해 인도받으면 5% 개소세가 적용된다. 개소세가 오르며 교육세 등 다른 세금도 따라 오르기에 차량 가격 2000만원 기준으로 43만원, 3000만원 기준으로는 65만원이 인상되는 효과가 발생한다.
정부는 내수 진작을 위해 2018년 7월부터 자동차 개소세를 인하했다. 당초 6개월 한시적으로 시행할 예정이었지만, 내수 부진이 심화되며 6개월씩 두 차례에 거쳐 연장해 총 1년 반 동안 개소세 인하가 유지됐다. 인하 기간이 길어지며 소비자들에게는 개소세 3.5%가 정상적인 수준으로 인식됐다. 업계는 개소세 인하 일몰이 소비자들에게 세금 인상으로 비쳐져 차량 구입을 망설이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 개소세 인하 일몰→판매 절벽
자동차 업계는 과거에도 개소세 인하가 종료될 때 판매절벽을 겪어야 했다. 과거 2015년 9월부터 12월까지 정부가 개소세를 3.5%로 인하하고 2016년 1월부터 5%로 환원한 일이 있다. 개소세 환원으로 소비자들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늘어나며 2016년 1월 완성차 5사 판매실적은 전월 대비 39.3% 폭락했다. 같은 기간 수입차 판매도 33.4% 줄었다. 2016년 2월 1일 완성차 업체들이 폭락한 실적을 발표하자 깜짝 놀란 정부는 이틀 뒤인 3일 개소세 인하 연장에 나섰다. 개소세 인하는 1월분을 소급하며 2016년 6월까지 이뤄졌다. 개소세 인하가 종료된 2016년 7월, 완성차 판매 실적은 재차 전월 대비 24.8% 감소했다. 전년 동월 대비로도 10.6% 줄었다. 수입차 판매 역시 전월 대비 32.9%, 전년 동월 대비 24.0% 급감했다.
정부는 개소세 인하를 종료하며 10년 이상 노후차를 경유차가 아닌 신차로 교체하는 경우에 개소세를 1.5%로 3.5%p(한도 100만원) 할인해주기로 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국내 등록된 차량 2363만대 가운데 10년 이상 노후차는 약 31%인 739만대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제조와 정비 기술이 발전한 덕에 10년 된 차도 사용에 전혀 문제가 없다"며 "15년 이상 된 차는 282만대로 줄어드는데, 사용자 연령 등을 감안하면 여기서 수요가 얼마나 나올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대세로 떠오른 친환경차 역시 소비자들의 구매 부담이 높아졌다. 대표적 친환경차인 전기차의 경우 차량 가격이 요지부동이지만 정부 보조금은 줄어들고 특례를 받아온 충전 요금도 점차 인상된다.
정부는 2018년 최대 1200만원이던 전기차(승용차 기준) 구매 보조금을 지난해 900만원으로 줄인데 이어 올해에는 800만원으로 100만원 더 낮춘다. 지자체 보조금이 유지되더라도 차량을 구매할 때 소비자가 100만원을 추가 부담해야 하는 셈이다. ◇ 전기차 가격·충전기·충전비 동반 '상승'
전기차의 장점이던 낮은 유지비도 부담이 늘어나게 된다. 우선, 지난해 130만원씩 지급됐던 개인용 충전기 구매 보조금이 올해 폐지됐다. 타인과 공유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충전기를 마련하려면 소비자가 비용을 전액을 부담해야 한다.
전기차 충전요금도 높아진다. 한국전력이 2016년 3월부터 시행한 전기차 충전요금 특례제도가 축소되는 영향이다. 한전은 전기차 소유자와 충전서비스 제공사업자를 대상으로 기본요금은 100% 면제, 전기료는 50%를 할인하고 있었다. 한전은 적자 부담을 감안해 특례제도를 지난해 일몰한다는 방침이었지만, 올해 총선을 앞둔 정부가 반발한 탓에 단계적 축소로 한 발자국 물러섰다. 전기차 충전요금은 오는 6월까지 현행 유지되지만, 7월부터 2021년 6월까지는 기본요금 50%·전기료 30% 할인으로 혜택이 축소된다. 2021년 6월부터 2022년 6월까지 기본요금 25%·전기료 10% 할인으로 재차 축소되고 2022년 7월부터는 할인이 모두 사라진다.
현행 충전요금과 비교해 2배 이상 뛰는 셈인데, 이 경우 연료비 부담이 경유차와 비슷한 수준으로 높아진다. 현재 1kWh당 5.5km를 달리는 소형 전기차가 공용 급속충전기를 통해 1kWh당 173.6원에 충전한다고 가정하면 100km주행에 드는 비용은 약 3156원이 된다.
충전요금 2배 인상과 충전소 사업자와 충전 계절, 충전 시간대 별 요금 변동을 감안하면 2022년 7월 이후 전기차로 100km를 주행할 때 드는 충전요금은 최대 8437원에 달한다. 이는 경유차 연료비와 동등한 수준이다. 전기차 구매 보조금이 줄어들고 개인용 충전기 비용 부담도 짊어지면서 2년 뒤에는 낮은 유지비라는 이점마저 사라지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자동차 구매에 느낄 부담이 전반적으로 높아지게 됐다"며 "올해 내수시장 규모가 작년에 이어 2년 연속으로 180만대를 하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자동차그룹 글로벌경영연구소는 올해 내수시장 규모를 177만대로 전망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2020년 첫날인 1일부터 자동차 가격이 수십만원씩 오른다. 정부가 자동차 개소세를 기존 5%에서 3.5%로 1.5%포인트(p) 인하했던 것을 지난해로 끝냈기 때문이다. 작년에 계약을 했더라도 자동차를 올해 인도받으면 5% 개소세가 적용된다. 개소세가 오르며 교육세 등 다른 세금도 따라 오르기에 차량 가격 2000만원 기준으로 43만원, 3000만원 기준으로는 65만원이 인상되는 효과가 발생한다.
정부는 내수 진작을 위해 2018년 7월부터 자동차 개소세를 인하했다. 당초 6개월 한시적으로 시행할 예정이었지만, 내수 부진이 심화되며 6개월씩 두 차례에 거쳐 연장해 총 1년 반 동안 개소세 인하가 유지됐다. 인하 기간이 길어지며 소비자들에게는 개소세 3.5%가 정상적인 수준으로 인식됐다. 업계는 개소세 인하 일몰이 소비자들에게 세금 인상으로 비쳐져 차량 구입을 망설이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 개소세 인하 일몰→판매 절벽
자동차 업계는 과거에도 개소세 인하가 종료될 때 판매절벽을 겪어야 했다. 과거 2015년 9월부터 12월까지 정부가 개소세를 3.5%로 인하하고 2016년 1월부터 5%로 환원한 일이 있다. 개소세 환원으로 소비자들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늘어나며 2016년 1월 완성차 5사 판매실적은 전월 대비 39.3% 폭락했다. 같은 기간 수입차 판매도 33.4% 줄었다. 2016년 2월 1일 완성차 업체들이 폭락한 실적을 발표하자 깜짝 놀란 정부는 이틀 뒤인 3일 개소세 인하 연장에 나섰다. 개소세 인하는 1월분을 소급하며 2016년 6월까지 이뤄졌다. 개소세 인하가 종료된 2016년 7월, 완성차 판매 실적은 재차 전월 대비 24.8% 감소했다. 전년 동월 대비로도 10.6% 줄었다. 수입차 판매 역시 전월 대비 32.9%, 전년 동월 대비 24.0% 급감했다.
정부는 개소세 인하를 종료하며 10년 이상 노후차를 경유차가 아닌 신차로 교체하는 경우에 개소세를 1.5%로 3.5%p(한도 100만원) 할인해주기로 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국내 등록된 차량 2363만대 가운데 10년 이상 노후차는 약 31%인 739만대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제조와 정비 기술이 발전한 덕에 10년 된 차도 사용에 전혀 문제가 없다"며 "15년 이상 된 차는 282만대로 줄어드는데, 사용자 연령 등을 감안하면 여기서 수요가 얼마나 나올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대세로 떠오른 친환경차 역시 소비자들의 구매 부담이 높아졌다. 대표적 친환경차인 전기차의 경우 차량 가격이 요지부동이지만 정부 보조금은 줄어들고 특례를 받아온 충전 요금도 점차 인상된다.
정부는 2018년 최대 1200만원이던 전기차(승용차 기준) 구매 보조금을 지난해 900만원으로 줄인데 이어 올해에는 800만원으로 100만원 더 낮춘다. 지자체 보조금이 유지되더라도 차량을 구매할 때 소비자가 100만원을 추가 부담해야 하는 셈이다. ◇ 전기차 가격·충전기·충전비 동반 '상승'
전기차의 장점이던 낮은 유지비도 부담이 늘어나게 된다. 우선, 지난해 130만원씩 지급됐던 개인용 충전기 구매 보조금이 올해 폐지됐다. 타인과 공유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충전기를 마련하려면 소비자가 비용을 전액을 부담해야 한다.
전기차 충전요금도 높아진다. 한국전력이 2016년 3월부터 시행한 전기차 충전요금 특례제도가 축소되는 영향이다. 한전은 전기차 소유자와 충전서비스 제공사업자를 대상으로 기본요금은 100% 면제, 전기료는 50%를 할인하고 있었다. 한전은 적자 부담을 감안해 특례제도를 지난해 일몰한다는 방침이었지만, 올해 총선을 앞둔 정부가 반발한 탓에 단계적 축소로 한 발자국 물러섰다. 전기차 충전요금은 오는 6월까지 현행 유지되지만, 7월부터 2021년 6월까지는 기본요금 50%·전기료 30% 할인으로 혜택이 축소된다. 2021년 6월부터 2022년 6월까지 기본요금 25%·전기료 10% 할인으로 재차 축소되고 2022년 7월부터는 할인이 모두 사라진다.
현행 충전요금과 비교해 2배 이상 뛰는 셈인데, 이 경우 연료비 부담이 경유차와 비슷한 수준으로 높아진다. 현재 1kWh당 5.5km를 달리는 소형 전기차가 공용 급속충전기를 통해 1kWh당 173.6원에 충전한다고 가정하면 100km주행에 드는 비용은 약 3156원이 된다.
충전요금 2배 인상과 충전소 사업자와 충전 계절, 충전 시간대 별 요금 변동을 감안하면 2022년 7월 이후 전기차로 100km를 주행할 때 드는 충전요금은 최대 8437원에 달한다. 이는 경유차 연료비와 동등한 수준이다. 전기차 구매 보조금이 줄어들고 개인용 충전기 비용 부담도 짊어지면서 2년 뒤에는 낮은 유지비라는 이점마저 사라지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자동차 구매에 느낄 부담이 전반적으로 높아지게 됐다"며 "올해 내수시장 규모가 작년에 이어 2년 연속으로 180만대를 하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자동차그룹 글로벌경영연구소는 올해 내수시장 규모를 177만대로 전망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