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3일 광화문서 집회…黃대표 비공개 의총서 '보수통합' 언급
홍준표 "통합 비대위 구성해야"·김성태 "못난 우리끼리 될 일이 아니야"
한국당 '보수통합'-'장외투쟁' 투트랙…"머릿수 폭주 못막았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정국을 결국 '빈손'으로 마무리한 자유한국당이 여권의 폭거를 규탄하는 '장외투쟁'과 보수세력을 다시 하나의 울타리로 끌어모으는 '보수통합'의 투트랙 대응전략을 꾀하고 있다.

심재철 원내대표는 31일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저들의 만행에 끓어오르는 분노, 폭거를 막지 못했다는 자괴감, 국민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했다는 송구함 등 이 모든 감정을 모아 의원직 사퇴를 결의했다"며 "이 결기를 가지고 계속 투쟁해나가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전날 꺼내든 의원직 총사퇴 카드는 여당을 압박함과 동시에 국민들에게 절박함을 호소하는 수단으로 풀이된다.

원내지도부의 한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다수결이 지배하는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지만 뾰족한 방법이 없었다"며 "국회는 그동안 소수파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한 협의체나 제도를 마련해놨지만 이번에는 그런 것들이 작동되지 않았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다만 예산안부터 시작해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 과정을 보면서 많은 국민들은 너무 일방적이고 무법천지로 운영한다는 인식을 가지게 되셨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맥락에서 한국당은 대국민 여론전과 대여투쟁 동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1월 3일 광화문에서 '국민과 함께, 문 정권 2대 독재악법, 3대 국정농단 심판 국민대회'를 열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는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 과정에서 여당의 일방적인 밀어부치기를 비판하면서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공수처의 부당성, 불법성을 집중 성토할 것으로 보인다.

전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이 통과된 뒤 열린 의원총회에서는 "광화문에 천막을 치고 한달간 합숙을 하자", "21대 총선 불출마 결의를 하자"는 등의 의견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당 '보수통합'-'장외투쟁' 투트랙…"머릿수 폭주 못막았다"
한국당은 이와 동시에 최근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보수통합 논의를 다시 꺼내들었다.

심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머릿수로 밀어붙이는 저들의 만행을 막아내기 위해 내년 총선 승리의 길을 갈 수밖에 없다"며 "대통합의 길을 열겠다.

문재인 정권의 독선과 오만을 더이상 방치해선 안된다고 판단하는 모든 분들, 그 분들이 우파든 중도든 함께 가는 길 만들어가겠다"고 강조했다.

황교안 대표는 전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이 통과된 뒤 열린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을 향해 보수통합에 대한 방안을 조만간 밝히겠다고 말했다고 참석 의원들이 전했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황 대표의 보수통합 밑그림은 이르면 내달 초, 늦어도 중순까지는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수적 열세로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공조를 이룬 '4+1'(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의 법안 처리를 손놓고 바라만 봐야했던 만큼 보수통합을 통해 범보수의 몸집도 불리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홍준표 전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국당을 향해 "통합 비대위 구성해서 새롭게 출발하거라. 그래야만 야당이 산다"고 조언했다.

김성태 의원도 페이스북에 "결국엔 쪽수로 당했으니 함께 맞설 쪽수를 만드는 길 외에는 방법이 없다"며 "보수를 뛰어넘는 중도의 길을 향한 그 길에 우선 오욕의 간판을 미련없이 내리자. 또 다시 못난 우리들끼리 부둥켜 안고 무릎꿇고 잘 할 수 있다고 한들 믿어 줄 사람도 없을뿐더러 될 일이 결코 아니다"라고 밝혔다.

앞서 불출마를 선언한 김영우 의원도 "의원직 사퇴카드는 카드가 될 수 없다.

비호감 1위인 정당소속 의원들의 사퇴는 모두를 행복하게 할 뿐이다"라며 "지금 가장 강한 투쟁은 통합이다.

황교안, 유승민, 안철수 세 사람 등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마음이 진정이라면 더 이상 간만 보는 정치는 집어치워야한다"라고 페이스북에 적었다.

이와 맞물려 한국당의 보수통합 파트너로 지목되는 바른미래당 비당권파 의원들은 중도 보수를 기치로 한 '새로운보수당' 창당 작업에 한창이다.

하태경 새보수당 창당준비위원장은 이날 비전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보수통합과 관련한 질문을 받고 "일관되게 이야기했듯 유승민 의원이 이야기한 '보수재건 3원칙', 그중에서도 한국당이 문을 닫겠다는 것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당이 '당의 울타리'를 허물 경우 이들과의 통합 가능성도 여전히 열려있는 것이다.

한국당 상임고문인 이재오 전 의원 등이 주도로 지난 23일 출범한 국민통합연대는 지난 28일 중도·보수계열 정당 및 창당준비단체, 시민단체에 '각 대표자가 모여 통합을 위한 대책을 논의하자'는 내용의 제안서를 보내 통합 논의를 본격적으로 띄우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