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인구 감소 '재앙' 극복한 日지자체의 '육아환경 혁신'
프랑스와 스웨덴의 혼외자녀 비율은 50%를 넘는다. 일본은 2.3%, 한국은 1.9%다. 한국과 일본의 전체 출생률은 프랑스와 스웨덴에 뒤진다. 한국과 일본에서는 법률혼을 하지 않고 아이를 낳는 게 금기시되고 있다. 두 나라의 저출생 대책은 혼인 장려와 육아 지원으로 이뤄진다. 프랑스와 스웨덴에서는 법률혼으로 태어난 아이가 아니더라도 동등한 법적 보호와 사회적 신용을 누릴 수 있도록 했다. 유럽 선진국들은 인권 확대와 생활권 확보로 저출생 대책을 마련한다.

《인구감소사회는 위험하다는 착각》은 우치다 다쓰루 등 일본 각계 전문가들이 인구 감소에 직면한 현실을 진단하고 미래를 예측해 대안을 모색한 글을 엮은 책이다.

저자들은 인구 감소의 주원인이 돈만 있으면 자유롭게 살 수 있다는 의식이 지배하는 시장화가 확산되면서 결혼 연령이 늦어지고 있는 데 있다고 본다. 이들은 이런 현상이 국내총생산(GDP) 감소와 경제적 위기를 불러올 것이란 예측이 많지만, 대책을 잘 마련하면 1인당 GDP를 끌어올려 행복한 미래를 누릴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인구 감소로 인한 지방소멸’에 직면했던 일본 오카야마현 나기초 마을이 2014년 일본에서 최고 출생률을 기록한 게 대표적이다. 아이를 기르는 젊은 세대를 대상으로 공영주택을 개발했고 출산축하금, 고교생까지 의료비 무상 지원 등 다양한 육아 지원 환경을 제공한 덕분이다.

저자들은 이민자를 받아들이면 아이가 늘 것이란 주장은 허구라고 지적한다. 미국과 싱가포르가 대량의 이민자를 수용했지만, 아이의 절대 인구는 감소하기 시작했다. 육아에 돈이 많이 드는 사회에서는 이민자들도 선주민처럼 아이들을 덜 낳게 된다.

책은 결혼과 출산에 관한 윤리문제의 변화, 도시와 지방의 인구격차와 해결 방안, 인공지능 시대 고용과 경제의 변화, 공동체의식을 강화하는 건축 등 다양한 시각으로 인구 감소 문제에 접근하도록 이끈다. 저자들은 “평범한 사람들의 현실적인 문제에 집중하고 미래 세대가 행복하기 위해 필요한 사항들을 하나씩 구축해간다면 인구 감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김영주 옮김, 위즈덤하우스, 296쪽, 1만5000원)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