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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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11개월차 새댁 A씨는 정초부터 이혼을 고민 중이다.

연애 시절에 보지 못했던 '답 없는' 행동들을 고스란히 남편이 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남편과 시댁 식구들이 함께 했을 때는 총체적 난국이다.

A씨는 "아직 신혼인데 너무 삐걱거려 조언을 얻고자 글을 쓴다"면서 남편과의 짧은 결혼 생활에 대해 토로했다.

A씨와 남편은 4살 터울로 연애할 때는 단 한번도 싸우지 않고 남들처럼 즐겁게 사랑만 했다.

세상에서 가장 다정한 남자였고, 좋은 남편이 될 것 같았다. 결혼 이야기가 오가자 남편에게 결혼자금이 없다는 것을 알았지만 A씨는 개의치 않았다. 당시 A씨는 "돈이야 앞으로 모으면 되는거였고, 대출 받아 소박하게 시작하자"고 생각했다는 것.

남편이 내놓은 5000만 원과 A씨가 모으고 친정에서 더해준 1억 5000만 원을 더해 집부터 신혼 살림까지 마련했다.

시어머니는 A씨에게 고마운 마음을 드러내며 "우리 집처럼 편한 집은 없을 것"이라며 "제사도 없으니 연휴때마다 편하게 여행가며 지내자"라고 했다.

A씨는 자신과 친정 부모가 결혼비용을 얼마를 냈건, 결혼했다는 사실에 행복했다.

하지만 불행은 결혼식이 끝난 후부터 시작됐다. 신혼여행을 가서는 시댁 식구들 선물을 사기 위해 쇼핑몰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야 했다.

친정 부모님들은 "선물 사지 말고, 너희 맛있는 것 먹고 좋은거 사서 써"라고 말하셨다. 그래서 A씨는 "부모님들 것만 딱 사고, 다른 형제들 선물은 사지 말자"고 남편에게 말했다.

남편은 형제들에게 이 이야기를 고스란히 카톡으로 전했다. 하지만 시댁 식구들은 갖고 싶은 신발, 가방, 조카들의 장난감 등을 콕 찍어 사오라고 했다. A씨는 남편과 싸우기 싫어 온 종일 선물 사러 다녀야 했다.

신혼여행에 돌아와 선물을 주고서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한 것은 물론이다.

그래도 A씨는 참았다. '시월드'의 진면모를 알게 된 현실을 직면하고도, 이 정도 일은 결혼생활 하며 누구나 겪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막상 결혼을 해보니 시어머니의 말과는 다른 부분이 많았다. A씨는 "분명 제사가 없다고 했는데 제사 음식을 하고 있었다"며 분개했다.

명절을 앞두고 시어머니는 제사가 없는데도 A씨를 소집했다. 음식을 하기 위해 1박을 하라는 것이었다.

남편에게 솔직히 SOS를 보냈다. "어려서부터 친척 집에서 조차 자본적이 없는데 스트레스가 크다. 아무리 시댁이라도 내게는 편하지 않다. 자고 가라시니 자긴 잘 텐데, 오빠가 많이 도와줬으면 좋겠다"라고 말이다.

이 이야기에 남편은 소리를 지르며 "도대체 내가 도와줄 게 뭐가 있느냐"며 문을 박차고 나가버렸다. A씨는 결혼하고 처음으로 대성통곡을 했다. "세상에 내 편이 하나도 없다"고 느꼈다고.

명절이 되어 시댁에 갔더니 아들들은 일을 하지 않고 며느리들만 음식을 하는 전형적인 가부장적 가정이었다. A씨는 30여년을 살면서 가장 힘든 명절이었다고 회고했다.

A씨는 남편에 대해 "결혼하고 나서 효자가 된 케이스"라고 설명했다. 그는 "시어머니가 내게 잔소리를 할 때 남편이 전혀 중재를 하지 않는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남편과의 결혼생활은 A씨에게 '비생산적인 시간'이었다. 그는 "결혼 전엔 주위에 친구들도 많고 정말 즐겁게 살았다. 남편과 결혼 후 삶이 무의미해졌다. 싸우면서 서로에게 상처도 많이 줬다. 매일 이혼 생각 뿐이다"라며 속상한 마음을 드러냈다.

그는 "다른 1년차 신혼부부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하다"면서 "결혼하면 다 이런 것일까? 아니면 저희 가정이 이상한 걸까"라며 조언을 구했다.

이같은 사연에 대해 법알못(법을 알지 못하다) 자문단 이인철 변호사는 "'결혼하고 보니 남편이 지나친 효자고 무심한 사람이었다'라고 한탄하는 아내들이 상당수 있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헌법상 종교의 자유가 있으므로 제사를 강요할 수는 없다"면서 "특히 결혼 전에 제사가 없다고 했는데 결혼 후 제사문제로 힘들게 하고 그것으로 부부 갈등이 심해지고 고부갈등도 심해진다면 이혼사유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부갈등에서 남편이 이를 방관하거나 갈등을 증폭시키는 경우 중재를 제대로 하지 못한 남편에게 책임이 있다는 판례도 있다"면서 "효도는 좋은 덕목이지만 과유불급, 지나친 효도는 배우자를 힘들게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차라리 그렇게 배우자를 힘들게 하면서까지 효도하고 싶다면 이혼하고 효도 실컷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 "효도도 중요하지만 상대방에 대한 배려, 역지사지하는 마음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법알못 자문단 = 이인철 법무법인리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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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나/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