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앞 집회금지' 경찰 처분에 법원 "9시∼22시 집회 일단 허용"
경찰이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의 청와대 앞 집회를 금지한 데 대해 법원이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집회는 일단 허용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박형순 부장판사)는 범투본이 서울 종로경찰서장을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범투본 측은 종로서가 옥외집회 금지 통고 처분을 내리자 이를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내면서 집행정지를 신청한 바 있다.

재판부는 구체적으로 경찰의 옥외집회 금지처분 중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청와대 사랑채 측면 집회의 개최를 금지한 처분의 효력을 본안 판결 선고가 나오는 날부터 30일이 되는 날까지 정지했다.

같은 시간대 사랑채 측면까지 행진을 금지한 경찰 처분도 효력을 정지했다.

다만 재판부는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집회를 금지한 부분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도로에 텐트·발전기 등 적치물을 적재하지 않도록 제한하고, 차량을 불법 주정차하거나 집회가 금지된 시간에 참가자들이 도로에서 노숙하는 행위를 금지한 내용에 대한 신청 또한 기각했다.

재판부는 "종로경찰서장이 신청인의 집회 개최 자체를 금지함으로써 집회의 자유의 본질적인 내용이 제한되는 것은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라고 밝혔다.

또 "집회 참가자들 개개인의 집회의 자유는 그들의 퇴근 시간 이후에도 보장돼야 할 필요성이 크다"며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 야간 집회를 허용한 이유를 설명했다.

다만 "오후 10시 이후부터 익일 오전 9시까지 집회가 개최될 경우 인근 주민들의 주거 및 사생활의 평온을 뚜렷하게 해칠 우려가 존재한다"며 이 시간대에 대한 신청은 기각했다.

도로 위에 적치물을 비치하거나 불법 주정차를 하는 경우에 대해서도 "해당 지역 주변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사생활의 평온을 침해할 우려가 더 크고, 시각장애인인 서울맹학교 학생들의 통학이 곤란해질 우려가 명백하다"고 기각 이유를 전했다.

앞서 범투본 측은 내년 1월 4일부터 20일까지 청와대 사랑채 측면, 효자치안센터 앞, 교보문고 앞, 광화문 KT 앞 등에 집회·행진을 신고했으나 청와대 주변 3곳은 경찰에 의해 금지됐다.

범투본은 개천절인 지난 10월 3일 광화문 일대에서 대규모 집회를 벌인 이후 3개월째 사랑채 인근에서 노숙 농성 중이다.

계속된 농성에 인근 주민들의 민원이 빗발치고, 인근 서울맹학교 학생들의 학습권이 침해된다는 주장까지 나오자 경찰은 야간집회를 제한하고 소음 기준을 강화하는 등 제한 조처를 해왔다.

그런데도 범투본 측이 '광야 교회'라는 이름으로 농성을 이어가자 경찰은 내달 4일부터 청와대 주변 주야간 집회를 전면 금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