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충격적인 실제 행동 나설 것"…비핵화 협상 중단 엄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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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성 신년사 생략하고
전원회의서 "정면돌파" 선언
전원회의서 "정면돌파" 선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012년 말 집권 후 첫 신년사를 내놓은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줄곧 자신의 육성으로 새해 정책과 대외노선 방향을 천명해왔다. 하지만 올해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결과를 보고하는 연설로 대신했다. 김정은은 “미국을 향해 충격적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공언했지만 내용은 추상적이었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유지되는 가운데 김정은의 고민이 깊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북한, ‘새로운 길’ 묘수 못 내
김정은이 전원회의 연설에서 선택한 단어는 ‘정면돌파’였다. 무려 23번이나 등장했다. “적대세력의 제재 압박을 무력화하고 사회주의 건설의 새로운 활로를 열기 위한 정면돌파전을 강행하겠다”고 밝힌 대목이 핵심이다. ‘자력’이라는 단어도 20번 가까이 사용됐다. 미국을 향해선 강경 노선으로 선회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 그는 “이제껏 우리 인민이 당한 고통과 억제된 발전의 대가를 깨끗이 다 받아내기 위한 충격적인 실제 행동으로 넘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미국이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끝까지 추구한다면 조선반도(한반도) 비핵화는 영원히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이 시간을 끌면 끌수록, 조·미 관계 결산을 주저하면 할수록 예측할 수 없이 강대해지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위력 앞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게 돼 있다”고도 강변했다.
김정은의 이 같은 발언은 핵협상 중단,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비롯한 각종 전략무기를 동원한 무력시위를 재개하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다만 “우리의 (핵)억제력 강화의 폭과 심도는 미국의 금후 대조선 입장에 따라 상향 조정될 것”이라고 말해 대미 협상의 여지는 남겨뒀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른바 ‘새로운 길’과 관련된 구체적 전략을 짜지 못한 것으로 관측했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은 “주민들에게 뚜렷이 내놓을 경제실적도, 대미 압박 수단도 마땅찮은 상황에서 최고지도자가 직접 신년사를 발표하기 어려운 딜레마가 반영됐다”고 지적했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북한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직접 비난하지 않고, 핵과 ICBM 모라토리엄 폐기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어떤 행동을 취할지 언급하지 않고 모호하게 표현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고 말했다.
자력갱생 노선 구체화 주문
김정은은 대북제재 장기화에 따른 경제난을 인정하고, 자력갱생 노선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나라 형편이 눈에 띄게 좋아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허리띠를 졸라매더라도 기어이 자력부강, 자력번영해 나라의 존엄을 지키고 제국주의를 타승하겠다는 것이 우리의 억센 혁명 신념”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의 경제적 어려움이 대북제재에 따른 것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김정은은 “미국과의 장기적 대립을 예고하는 (분위기가) 조성된 현 정세는 우리가 앞으로도 적대세력의 제재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각 방면에서 내부적 힘을 보다 강화할 것을 절박하게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의 이 같은 발언은 북한이 대북제재 완화를 얻어내지 못하고, 미국과의 협상에서 별다른 성과도 없는 현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뜻으로 보인다.북한에서 전원회의가 닷새 동안 열린 건 딱 세 차례였다.
김정은이 직접 신년사를 발표하지 못한 것 역시 대미 강경책을 사용할 수도, 협상에 나설 수도 없는 딜레마에 빠진 상황을 방증한다는 분석이 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김정은이 전원회의 연설에서 선택한 단어는 ‘정면돌파’였다. 무려 23번이나 등장했다. “적대세력의 제재 압박을 무력화하고 사회주의 건설의 새로운 활로를 열기 위한 정면돌파전을 강행하겠다”고 밝힌 대목이 핵심이다. ‘자력’이라는 단어도 20번 가까이 사용됐다. 미국을 향해선 강경 노선으로 선회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 그는 “이제껏 우리 인민이 당한 고통과 억제된 발전의 대가를 깨끗이 다 받아내기 위한 충격적인 실제 행동으로 넘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미국이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끝까지 추구한다면 조선반도(한반도) 비핵화는 영원히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이 시간을 끌면 끌수록, 조·미 관계 결산을 주저하면 할수록 예측할 수 없이 강대해지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위력 앞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게 돼 있다”고도 강변했다.
김정은의 이 같은 발언은 핵협상 중단,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비롯한 각종 전략무기를 동원한 무력시위를 재개하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다만 “우리의 (핵)억제력 강화의 폭과 심도는 미국의 금후 대조선 입장에 따라 상향 조정될 것”이라고 말해 대미 협상의 여지는 남겨뒀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른바 ‘새로운 길’과 관련된 구체적 전략을 짜지 못한 것으로 관측했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은 “주민들에게 뚜렷이 내놓을 경제실적도, 대미 압박 수단도 마땅찮은 상황에서 최고지도자가 직접 신년사를 발표하기 어려운 딜레마가 반영됐다”고 지적했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북한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직접 비난하지 않고, 핵과 ICBM 모라토리엄 폐기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어떤 행동을 취할지 언급하지 않고 모호하게 표현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고 말했다.
자력갱생 노선 구체화 주문
김정은은 대북제재 장기화에 따른 경제난을 인정하고, 자력갱생 노선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나라 형편이 눈에 띄게 좋아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허리띠를 졸라매더라도 기어이 자력부강, 자력번영해 나라의 존엄을 지키고 제국주의를 타승하겠다는 것이 우리의 억센 혁명 신념”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의 경제적 어려움이 대북제재에 따른 것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김정은은 “미국과의 장기적 대립을 예고하는 (분위기가) 조성된 현 정세는 우리가 앞으로도 적대세력의 제재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각 방면에서 내부적 힘을 보다 강화할 것을 절박하게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의 이 같은 발언은 북한이 대북제재 완화를 얻어내지 못하고, 미국과의 협상에서 별다른 성과도 없는 현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뜻으로 보인다.북한에서 전원회의가 닷새 동안 열린 건 딱 세 차례였다.
김정은이 직접 신년사를 발표하지 못한 것 역시 대미 강경책을 사용할 수도, 협상에 나설 수도 없는 딜레마에 빠진 상황을 방증한다는 분석이 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