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복호 씨앤보코 대표가 대구 서문시장 인근의 복합문화 공간 ‘나나랜드’에서 건물 콘셉트를 설명하고 있다.  오경묵 기자
최복호 씨앤보코 대표가 대구 서문시장 인근의 복합문화 공간 ‘나나랜드’에서 건물 콘셉트를 설명하고 있다. 오경묵 기자
전국 3대 큰 장인 대구 서문시장 인근의 큰장로 골목에 지난달 23일 문을 연 복합문화 공간 ‘나나랜드’가 요즘 대구에서 핫플레이스로 주목받고 있다. 대구의 글로벌 패션 디자이너 최복호 씨앤보코(C&BOKO) 대표(72)가 80년 전 제분공장이었던 400㎡ 규모의 낡은 창고를 패션숍과 카페, 갤러리, 공연장 기능을 갖춘 새로운 공간으로 변신시킨 곳이다.

최 대표는 이 건물 가로 20m, 높이 5m 크기의 외벽을 파랑 노랑 빨강 초록의 원색으로 단장해 쇠락해 가던 골목길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다.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40~60대 소비자와 이색적인 벽을 배경으로 ‘인생샷’을 남기려는 관광객이 줄을 잇고 있다.

1973년 창업해 올해로 47주년을 맞는 씨앤보코의 최 대표는 고희를 넘겼지만 그의 실험정신은 갈수록 왕성해지고 있다.

최 대표는 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요즘 경기가 안 좋아 도심상가의 공실이 넘치고 유통업계도 비상”이라며 “건물과 골목의 역사적인 원형을 살리면서 색과 문화예술을 융합시킨다면 도시재생의 콘텐츠가 풍부해져 새로운 상생 모델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나나랜드의 카페를 이탈리아 부라노섬의 이름을 본떠 부라노로 지었다. 최 대표는 “안개가 많은 부라노섬은 어부들이 고기를 잡고 귀가할 때 자기 집을 쉽게 구별하기 위해 아름다운 색깔로 칠한 데서 유래해 지금은 세계적인 관광지로 변모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나나랜드에서 청년 예술가들이 공연하고 창고마당에서 작품을 판매하는 예술마켓도 열 계획이다.

최 대표는 2008년 경북 청도군 각북면의 사과밭 3300㎡를 전시와 공연, 글램핑(고급화된 야영) 기능을 갖춘 복합문화 공간으로 바꿔 화제가 됐다. 당시 각북면에 살았던 개그맨 전유성 씨와 함께 8개의 갤러리를 엮어 ‘청도 몰래길’을 만들었다. 몰래길에는 한 해 2만 명, 지금까지 총 20만 명 이상이 다녀갔다.

나나랜드에는 최 대표가 뉴욕·런던·파리 패션위크에 출품한 작품부터 전국 30여 개 백화점에서 판매 중인 제품이 전시돼 있다. 10여 년 전부터 개발해온 안경과 패션잡화, 도자기 등 토털브랜드 제품은 방문객에게 인기가 높다.

최 대표의 ‘CHOIBOKO’브랜드는 국내외에서 스테디셀러로 통하고 있다. 그의 제품은 독특한 패턴과 컬러로 유럽은 물론 중동 편집매장에서 자체브랜드로 판매된다. 회사 매출은 국내 경기 부진에도 연 120억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중동 바이어는 16년째 거래를 이어오고 있을 정도다. 최 대표는 “평생 몰두해온 패션과 색에 대한 연구를 도시와 골목에 적용시켜 패션과 문화예술을 융합한 패션하우스 브랜드로 도전을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대구=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