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인 은행장 "캄보디아 프라삭 인수로 존재감…동남아 금융벨트 완성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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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허인 국민은행장
10년새 국내은행 M&A 중 최대 규모
7000억에 캄보디아 프라삭 지분 70% 인수
현지 177개 지점 보유한 소액 대출시장 '강자'
동남아 특화된 모바일뱅킹 모델도 개발중
10년새 국내은행 M&A 중 최대 규모
7000억에 캄보디아 프라삭 지분 70% 인수
현지 177개 지점 보유한 소액 대출시장 '강자'
동남아 특화된 모바일뱅킹 모델도 개발중
“캄보디아 금융회사 인수를 계기로 글로벌 무대에서 존재감을 확실히 보여줄 것입니다.”
허인 국민은행장은 “국내에서 쌓아온 디지털 경쟁력을 무기로 해외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할 계획”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최근 베트남 1위 소액 대출법인(MDI)인 프라삭마이크로파이낸스를 인수한 데 따른 자신감을 내비친 것이다. 허 행장은 “그동안 국민은행이 다른 은행보다 글로벌 진출이 늦었다는 시각이 있었는데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때”라며 “2020년은 국민은행의 글로벌 경쟁력에 날개를 다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4대 은행 눈독 들인 프라삭 품어
국민은행의 프라삭 인수는 최근 10년 새 국내 은행이 경영권을 사들인 해외 인수합병(M&A) 거래 가운데 최대 규모다. 국민은행은 지난달 26일 이사회에서 7000억원을 들여 이 회사 지분 70%를 인수하기로 결의했다. 이에 따라 프라삭의 1대 주주로 올라서게 됐다. 남은 지분 30%도 2년 뒤 추가로 사들여 100% 지분을 모두 확보할 계획이다. 이 회사에만 1조원가량을 투입하는 셈이다.
해외 업체에 이례적으로 큰 금액을 베팅한 것은 성장 잠재력 때문이라는 게 허 행장의 설명이다. 프라삭은 일반적인 동남아시아 소액대출회사(MFI)와 달리 정기예금 및 저축성 예금을 받을 수 있는 MDI다. 현지에 177개 지점을 두고 있으며 소액 대출 시장 점유율은 40%를 웃돈다. 자기자본이익률(ROE)도 30%에 달해 수익성이 우수하다는 평가다. 이 때문에 최근 몇 년 새 국민은행을 포함해 4대 은행이 모두 이 회사에 눈독을 들여왔다. 허 행장은 “여·수신을 한번에 할 수 있는 회사여서 향후 은행으로 전환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며 “동남아 중에서도 오랜 기간 공을 들여온 캄보디아에서 알짜 회사를 품은 만큼 국내 은행 중 남다른 경쟁력을 확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은행은 캄보디아 시장 개척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2009년 4월 ‘KB캄보디아은행’을 세운 것을 시작으로 총 6개 영업점을 현지에 냈다. 허 행장은 “국내 직원 대신 자체 육성한 현지 직원을 지점장으로 임명해왔다”며 “국내 은행의 선진 금융기법과 현지 금융 관행을 조화롭게 접목하는 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2016년에는 전용 디지털은행 플랫폼인 ‘리브 KB 캄보디아’를 출시해 비대면 고객 확보에도 나섰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캄보디아 내 가입자 9만 명을 돌파하는 등 호응을 얻고 있다는 설명이다.
국민은행은 향후 프라삭을 은행으로 전환해 현지 소매금융(리테일)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겠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상업은행(CB)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는 KB캄보디아은행과 통합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허 행장은 “프라삭을 통해 현지 고객과의 접점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캄보디아를 거점으로 동남아 금융벨트를 완성해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신흥시장은 ‘디지털’, 선진국은 ‘IB’
허 행장은 취임 후 해외 시장별 특성에 맞춰 ‘투트랙 전략’을 펼칠 것을 강조해왔다. 동남아 등 신흥시장에서는 중소기업(SME) 및 소매금융(리테일)을, 미국 등 선진국 시장에서는 CIB(기업투자금융) 영업을 강화하자는 게 골자다.
허 행장은 “캄보디아 등 동남아 국가는 경제 성장률이 높고 국내 기업 진출이 활발하다는 점을 고려해 사업 전략을 짰다”며 “아직까지 한국보다 디지털 뱅킹이 발달하지 않은 만큼 비대면 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트남에서는 최근 호찌민 지점에 자본금을 확충해 기업 금융 기반을 강화했다. 지난해 2월에는 하노이 사무소를 지점으로 전환했다. 서울 본점과 하노이 지점 내 디지털 전담 조직을 운영하며 동남아 국가에 특화된 모바일뱅킹 모델도 개발 중이다.
미얀마에서는 소액 대출 시장을 중심으로 영업을 확대하고 있다. 2017년 3월 ‘KB마이크로파이낸스 미얀마’를 설립한 것을 시작으로 17개의 영업점을 냈다. 지난해에만 영업점 9곳을 열었다. 현지 고객 수는 2만7000명을 넘어섰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중형은행인 부코핀은행의 지분 22%를 사들였다.
금융 시스템이 안정된 선진국 시장에서는 CIB 위주로 성장을 모색하고 있다. 법인 대신 지점을 세우고 ‘IB유닛’을 설치한 게 주요 전략이다. 규제가 많은 법인보다 지점을 중심으로 발 빠르게 움직이며 IB(기업금융) 관련 사업에 집중하자는 취지다. 글로벌 금융 중심지인 홍콩에서도 2017년 1월 기존 법인을 지점으로 전환하고 IB 유닛을 세웠다. KB증권 등 KB금융그룹 계열사들도 현지에 진출해 있는 만큼 그룹 연계 영업을 위한 전초 기지로 삼고 있다는 설명이다. 영국 런던 법인도 2018년 지점으로 전환 후 IB유닛 조직을 설치했다.
런던에서는 자본 시장 관련 사업 확대를 위해 조만간 24시간 트레이딩 데스크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외에 미국 뉴욕에도 IB유닛이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허 행장은 “각 지역 IB유닛이 본점과 유기적 소통을 하며 해당 국가 자본시장에서 참여할 만한 거래를 물색하고 있다”며 “선진 금융 시장에서 역할을 점진적으로 키워나가며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리는 ‘글로벌 리딩뱅크’를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
허인 국민은행장은 “국내에서 쌓아온 디지털 경쟁력을 무기로 해외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할 계획”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최근 베트남 1위 소액 대출법인(MDI)인 프라삭마이크로파이낸스를 인수한 데 따른 자신감을 내비친 것이다. 허 행장은 “그동안 국민은행이 다른 은행보다 글로벌 진출이 늦었다는 시각이 있었는데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때”라며 “2020년은 국민은행의 글로벌 경쟁력에 날개를 다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4대 은행 눈독 들인 프라삭 품어
국민은행의 프라삭 인수는 최근 10년 새 국내 은행이 경영권을 사들인 해외 인수합병(M&A) 거래 가운데 최대 규모다. 국민은행은 지난달 26일 이사회에서 7000억원을 들여 이 회사 지분 70%를 인수하기로 결의했다. 이에 따라 프라삭의 1대 주주로 올라서게 됐다. 남은 지분 30%도 2년 뒤 추가로 사들여 100% 지분을 모두 확보할 계획이다. 이 회사에만 1조원가량을 투입하는 셈이다.
해외 업체에 이례적으로 큰 금액을 베팅한 것은 성장 잠재력 때문이라는 게 허 행장의 설명이다. 프라삭은 일반적인 동남아시아 소액대출회사(MFI)와 달리 정기예금 및 저축성 예금을 받을 수 있는 MDI다. 현지에 177개 지점을 두고 있으며 소액 대출 시장 점유율은 40%를 웃돈다. 자기자본이익률(ROE)도 30%에 달해 수익성이 우수하다는 평가다. 이 때문에 최근 몇 년 새 국민은행을 포함해 4대 은행이 모두 이 회사에 눈독을 들여왔다. 허 행장은 “여·수신을 한번에 할 수 있는 회사여서 향후 은행으로 전환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며 “동남아 중에서도 오랜 기간 공을 들여온 캄보디아에서 알짜 회사를 품은 만큼 국내 은행 중 남다른 경쟁력을 확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은행은 캄보디아 시장 개척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2009년 4월 ‘KB캄보디아은행’을 세운 것을 시작으로 총 6개 영업점을 현지에 냈다. 허 행장은 “국내 직원 대신 자체 육성한 현지 직원을 지점장으로 임명해왔다”며 “국내 은행의 선진 금융기법과 현지 금융 관행을 조화롭게 접목하는 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2016년에는 전용 디지털은행 플랫폼인 ‘리브 KB 캄보디아’를 출시해 비대면 고객 확보에도 나섰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캄보디아 내 가입자 9만 명을 돌파하는 등 호응을 얻고 있다는 설명이다.
국민은행은 향후 프라삭을 은행으로 전환해 현지 소매금융(리테일)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겠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상업은행(CB)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는 KB캄보디아은행과 통합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허 행장은 “프라삭을 통해 현지 고객과의 접점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캄보디아를 거점으로 동남아 금융벨트를 완성해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신흥시장은 ‘디지털’, 선진국은 ‘IB’
허 행장은 취임 후 해외 시장별 특성에 맞춰 ‘투트랙 전략’을 펼칠 것을 강조해왔다. 동남아 등 신흥시장에서는 중소기업(SME) 및 소매금융(리테일)을, 미국 등 선진국 시장에서는 CIB(기업투자금융) 영업을 강화하자는 게 골자다.
허 행장은 “캄보디아 등 동남아 국가는 경제 성장률이 높고 국내 기업 진출이 활발하다는 점을 고려해 사업 전략을 짰다”며 “아직까지 한국보다 디지털 뱅킹이 발달하지 않은 만큼 비대면 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트남에서는 최근 호찌민 지점에 자본금을 확충해 기업 금융 기반을 강화했다. 지난해 2월에는 하노이 사무소를 지점으로 전환했다. 서울 본점과 하노이 지점 내 디지털 전담 조직을 운영하며 동남아 국가에 특화된 모바일뱅킹 모델도 개발 중이다.
미얀마에서는 소액 대출 시장을 중심으로 영업을 확대하고 있다. 2017년 3월 ‘KB마이크로파이낸스 미얀마’를 설립한 것을 시작으로 17개의 영업점을 냈다. 지난해에만 영업점 9곳을 열었다. 현지 고객 수는 2만7000명을 넘어섰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중형은행인 부코핀은행의 지분 22%를 사들였다.
금융 시스템이 안정된 선진국 시장에서는 CIB 위주로 성장을 모색하고 있다. 법인 대신 지점을 세우고 ‘IB유닛’을 설치한 게 주요 전략이다. 규제가 많은 법인보다 지점을 중심으로 발 빠르게 움직이며 IB(기업금융) 관련 사업에 집중하자는 취지다. 글로벌 금융 중심지인 홍콩에서도 2017년 1월 기존 법인을 지점으로 전환하고 IB 유닛을 세웠다. KB증권 등 KB금융그룹 계열사들도 현지에 진출해 있는 만큼 그룹 연계 영업을 위한 전초 기지로 삼고 있다는 설명이다. 영국 런던 법인도 2018년 지점으로 전환 후 IB유닛 조직을 설치했다.
런던에서는 자본 시장 관련 사업 확대를 위해 조만간 24시간 트레이딩 데스크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외에 미국 뉴욕에도 IB유닛이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허 행장은 “각 지역 IB유닛이 본점과 유기적 소통을 하며 해당 국가 자본시장에서 참여할 만한 거래를 물색하고 있다”며 “선진 금융 시장에서 역할을 점진적으로 키워나가며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리는 ‘글로벌 리딩뱅크’를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